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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자초한 바가지 사태 ‘외부 상인’ 타령 지겹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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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박효영 기자] 지역 축제 바가지가 심하다는 사실이 다시 수면 위로 불거졌다. 유원지에서 한몫 챙기려는 바가지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KBS <1박2일 시즌4>에서 묘사된 옛날 과자 한 봉지를 7만원에 파는 작태(경북 영양 산나물 축제 기간)는 그야말로 끝판왕이었다. 더불어 일본인 유튜버 유이뿅이 전남 함평 나비축제 인근 시장에서 어묵 한 그릇 1만원, 고동 한 컵 5000원, 돼지 바베큐 한 꼬치 4만원 등 엄청난 바가지 물가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문제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온갖 지역 축제를 만들어서 홍보하기만 하고 정작 바가지 논란이 일자 “외부 상인들이라 어쩔 수 없다”고 변명을 일삼는 지자체의 뻔뻔한 태도다.

 

외부 상인들이 지자체 이미지 전체에 먹칠을 하고 있는데 대책 안 세우고 뭐 하고 있는 걸까? 이런 지역 축제 바가지 현상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었을텐데 그동안 뭘 했으며 도대체 왜 아직도 팔짱만 끼고 AI 처럼 책임 회피성 메시지만 반복하고 있는 걸까?

 

 

바가지 성토의 트리거가 당겨지자 영양군이 낸 첫 번째 입장문의 핵심은 아래와 같다.

 

이때 판매한 상인은 영양 산나물 축제 기간에 옛날 과자류 판매를 위해 이동해온 외부 상인으로 영양 전통시장 상인들과는 전혀 무관함을 알려드린다.

 

영양군은 정말 외부 상인들이 축제 기간에 전통시장에 자리잡고 바가지 장사를 일삼을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 했을까? 왜 사전에 대책을 세워서 관리하지 못 했을까?

 

함평군도 영양군과 판박이다. 

 

최근 논란이 된 유튜버 영상의 배경이 된 장소는 함평 나비 축제가 열린 엑스포공원이 아닌 축제장 인근 개인 소유 땅을 임차해 운영된 야시장(노점상)이다. 군은 축제 기간 이곳 야시장에 대해서도 수시로 위생 점검을 실시했으나, 음식 가격 단속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판단해서 적극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축제 공간 외부 야시장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은 영양군과 같다. 그러나 함평군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야시장에 대한 위생 점검을 했다고 항변하고 있으며 음식값에 대한 관리는 하지 않았다는 점을 당당하게 밝혔다. 함평군 관광정책실 관계자도 20일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문제가 된 곳은 축제장 인근 업체들이었다”면서 또 변명으로 일관했다. 

 

내부 업체들은 금액과 위생에 대해 통제를 했다. 축제장 인근 업체들도 위생에 대한 점검을 했지만 금액에 관해서는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없었다. 앞으로 바가지 근절과 위생을 위해 해당 상인들에게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계도할 생각이다. 

 

사실 어차피 사람이 하는 장사이기 때문에 지역 축제에 방문한 관광객들도 어느정도의 바가지값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넘어가줄 마음이 있는 경우가 많다. 국내 원탑 지역 축제라고 할 수 있는 경남 진해 군항제에 방문한 한 관광객은 “(포장마차 가격표를 찍어서 SNS에 첨부하며) 음식들 가격이 너무 비쌌다. 심지어 양이 충분한 것도 아니었다. 바가지를 감안하고 갔지만 해도 너무한 것 같다”고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당장 내년 이맘때쯤 영양군과 함평군에서 바가지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을지 꼭 체크를 해봐야겠다.

 

내부인과 외부인, 축제장 안과 축제장 밖을 분리하는 지자체의 변명거리가 넘쳐나고 있는데 이미 주요 언론들은 지역 축제 바가지 사태의 근본 원인을 손쉽게 짚어냈다. 기본적으로는 △외부 상인이 들어와서 ‘한철 장사’를 하기 위해 최대한 폭리를 취하고 떠나려는 행태가 있긴 있겠지만 △장사 공간을 1차적으로 제공하는 공식 ‘상인회’로부터 한 꺼번에 사들인 뒤 다시 외부 상인들에게 되파는 ‘브로커들’의 자릿세 폭리가 핵심이다. 이를테면 지역 축제 전문 외부 노점상이 영양군에 들어와서 원래는 자릿세로 하루 5만원씩 4일치 20만원만 내면 장사를 할 수 있던 것이었는데, 브로커가 자릿세 폭리를 취해서 사실상 9배나 폭증한 180만원을 내고 장사를 하다 보니 바가지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브로커들은 지자체의 ‘어쩔 수 없다’는 안일한 태도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충북 충주시 유튜브 채널을 유명하게 만든 충주시 공무원 김선태 주무관은 “축제가 정말 많다. 축제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축제를 잘 운영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가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상인들처럼 석고대죄쇼를 벌일 일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바가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상인회와 지자체가 협력해서 대책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모범 사례가 있다. 전북 무주군에서 ‘산골 영화제’(2013년부터 11회째)를 개최했는데 축제에서 파는 음식이 그야말로 혜자스럽고 값도 저렴하다. 지름 26cm 한 접시에 가득 담긴 삼겹살(또는 수제 떡갈비) 1만원, 20cm 수제 소시지가 들어간 큼지막한 핫도그 3000원, 500ml 식혜 1500원 등 방문객들의 호평이 자자하다. 애초에 무주군은 축제장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음식 장사가 이뤄지는 공간을 통일시켰다. 동시에 영화제 기간 동안 음식 장사(부스)를 할 업체를 까다롭게 선정했다. 6월2~6일이 공식 영화제 기간인데 한 달 전부터 업체를 공모했고 딱 7곳만 허가를 내줬다. 7곳이 선보인 메뉴 30여개는 전부 1만원 이하로 가격이 책정됐다. 주류 역시 전부 3000원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그간 산골 영화제를 찾는 사람 대부분이 젊은 세대와 여성이어서 매년 음식 가격은 1만원을 넘지 않도록 했다. 최근 타 지역 축제 음식 가격이 너무 비싸 산골 영화제 음식값이 상대적으로 착한 가격으로 부각된 것 같다.

 

한편, KBS <인간극장> 출연으로 유명해진 두리제과 과자왕 강성구씨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유튜브 채널 <연예 뒤통령 이진호>에 나와서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전통과자가) 100g에 4500원이면 삼겹살 보다 비싼 것이다. 1kg에 4만5000원이다. 고기가 과자보다 더 비싸야 하는 것 아니냐. 장사가 정말 잘 될 것 같으면 들어가서 박리다매하는 의미로 판매해야지. 한 사람 걸려라는 그런 마음으로 장사를 하면 그런 행위로 인해 전국에서 피해보는 상인들은 어떡하나? 축제나 행사장 가면 정말 바가지니까 가지도 말고 사지도 말고 먹지도 말자. 그런 인식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에 그분은 장사를 아예 놓을 마음으로 하셔야 한다. 어차피 얼굴이 다 팔렸다. 내가 생각하는 축제나 행사장은 과자를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긴 하지만 내 자식이 먹고 싶어서 사달라고 떼를 쓰면 사줘야 하는 분위기인데 담아놓고 안 사? 안 사면 이건 안 돼! 그런 압박감으로 판매를 하는 그런 방식은 정말 폭리 행위이자 진짜 칼만 안 들었지 강도행위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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