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두 달 사귄 여자친구를 목졸라 살해한 이유가 뭘까? 평소에 다툼이 잦아서? 사건 당시에 여친이 말투를 지적해서 격분했다? 현직 경찰관 신분으로서 누구보다 범행에 따른 대가가 중대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을텐데 도대체 왜 동갑내기 연인의 목숨을 짓밟았을지에 대해서는 범인의 말만 믿어서는 안 된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영장전담 김홍섭 부장판사)은 현직 목포해경 순경 30세 남성 최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홍섭 판사는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는데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해도 살인범이기 때문에 신속히 구속시키는 것이 당연하다.

최씨는 지난 15일 새벽 3시20분부터 5시반 사이 전남 목포시 하당동의 한 상가 건물 여자 화장실에서 동갑내기 여자친구 A씨의 얼굴을 구타하고 살해했다. 최씨는 건물에 입주해 있는 야간 식당에서 A씨와 술을 마시다가 크게 다퉜다. A씨가 화장실로 들어가자 뒤쫓아갔던 최씨는 주먹으로 폭행하고 넘어뜨려서 목졸라 살해했다. 최씨는 살인을 완료하고 다시 식당으로 가서 결제를 마치고, 화장실로 돌아와서 A씨의 시신을 변기쪽으로 옮겨서 구토하는 자세로 만들어놨다. 사고사로 위장하기 위해서였다. 그 뒤 화장실 창문으로 피신해서 평화광장 인근 모텔에 은신했다가 같은 날 16시반 검거됐다. 최씨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경 소속 시보 순경인데 작년에 임용됐다. 그는 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무도 유단자였는데 A씨를 강한 완력으로 제압해서 살상했다.

A씨는 아침 6시 즈음 숨진 상태로 건물 관리인을 통해 발견됐는데, 최초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구토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여기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A씨는 이미 죽어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에서도 “목 졸림으로 인한 질식사”로 판정됐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두 달 정도 사겼는데 원래 자주 싸웠으며 △A씨가 말투를 지적하자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 목졸라 살해했고 △술값을 계산하기 전 화장실 내 세면대 인근에서 죽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목포경찰서 형사과 수사관들은 최씨가 두 번이나 화장실에 상당 시간 머물렀던 점 등 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아직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통상 경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구속 송치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최씨가 진술한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 없고 디지털포렌식 등을 통해서 두 사람의 갈등이 어떤 식으로 형성됐으며, 언제 살인의 고의를 갖게 됐고, 무엇이 실행의 트리거였는지 좀 더 명확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

한편, 목포해경은 최씨를 직위해제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 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혔는데, 살인범에 대한 징계 처분은 파면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최고 수위의 퇴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