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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과 곽정은’ 재혼에 관한 생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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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기본적으로 방송인 서장훈씨와 글쓰는 작가 곽정은씨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세 시즌으로 6년 반 넘게 방영된 KBS JOY <연애의 참견>에서 두 사람은 연애와 사랑에 대해 무수히 많은 조언을 해왔는데, 개인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억압과 압박에 대해선 매우 단호했다. 그래서 조언의 결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다만 연애와 사랑은 상대가 있는 관계의 문제다. 그래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고 간단치 않다. 결혼에 트라우마가 있는 돌싱남의 재혼 고민에 대한 두 사람의 조언은 충돌했다. 둘 다 이혼 경험이 있는 측면에선 같았지만, 돌싱남이 여자친구의 결혼 압박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달랐다.

 

 

지난 6월11일 방송된 KBS JOY <연애의 참견>에선 40세 돌싱남 세준씨(최하루 배우)의 사연이 소개됐다.

 

세준씨는 첫 번째 결혼 당시 처가 식구와 전처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했다. 이를테면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와중 단톡방에서 장모로부터 장인어른 생일을 챙기라는 요구를 받으며 “월급도 쥐꼬리로 받아오면서..”라는 말을 들었다. 왜 이렇게 톡 확인이 늦냐는 성화에 전처가 “세준이 일하고 있다”고 대신 답하자 장모가 쏟아낸 막말이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결혼하기 전엔 몰랐는데 결혼하자마자 돌변했다는 게 세준씨의 설명이다. 전처는 툭하면 “집을 우리쪽에서 해줬잖아”라며 무기화한다. 하지만 세준씨는 전처가 40평대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을 부려서 처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돌싱이 되고 처음 만난 여자친구 연수씨(이지원 배우)가 가족 톡방 이야기를 꺼냈다. 세준씨가 직접 만들어준 카레 요리를 사진 찍어 자랑삼아 올렸는데 가족들이 칭찬 일색으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내 연수씨는 세준씨에게 “오빠도 들어올래?”라고 제안하고 말았다. 그 순간 세준씨는 불현듯 트라우마가 떠올랐다.

 

결혼은 둘이 하는 게 아니라는 말 뼈저리게 느꼈다.

 

세준씨는 결혼으로 상대의 가족과 연결되는 게 두려워져서 재혼 자체에 공포감이 생긴 상태였다. 어쩌면 혹독하게 실패한 한 번의 결혼 경험으로 비혼주의자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분명 연수씨는 37세로 세준씨 못지 않게 나이를 먹었지만 시작할 때 “누가 결혼하재? 연애만 하자”고 말했었다. 그러나 연수씨는 “그땐 그랬지. 근데 오빠 만나고 나서 결혼하고 싶어졌어. 원래 많이 좋아하면 결혼하고 싶어지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오빤 아니야?”라며 생각이 바뀌었음을 분명히 밝혔다. 결혼이 하고 싶어져서 미리 말하지 않고 가족 모임에 세준씨를 불렀다. 연수씨는 세준씨로부터 이혼의 배경을 들었다. 처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연수씨는 “전처 가족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는 걸 알아서 좋은 가족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고 우리 가족은 오빠 다 좋아한다”고 어필한다. 하지만 세준씨 입장에선 너무 당황스럽다.

 

나 지금 되게 당황스럽다. 미리 말도 안 하고 가족 모임에 날 데려오면 어떡해? (중략) (연수네 가족을 만나는 게) 쑥스러운 게 아니라 부담스럽다. 너네 가족들 좋은 분들인 건 맞지만 굳이 아직 다 만날 필요는 없잖아. 혹시 나랑 결혼하려고 이런 자리 만드는 거야? 너 결혼할 생각 없다고 했잖아. 연애만 하자며?

 

 

하지만 연수씨는 처음부터 세준씨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했던 만큼 연애를 하면서 빠르게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버렸다.

 

연수야 내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줘. 나 너 정말 좋아해. 진심이야. 근데 결혼할 생각은 없어. 아니 못 하겠어.

 

연수씨는 “그러면 계속 연애만 하자는 거야?”라고 되묻는다. 세준씨는 고민이 깊어졌다.

 

여자친구와 둘이 있으면 너무 행복하지만 도저히 재혼할 엄두가 나지 않는데 여자친구는 재혼을 원한다. 어떡하면 좋을까?

 

일단 서장훈씨는 여친을 진심으로 좋아하지만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세준씨의 마음 상태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게 두렵고 이러면 혼자 있었어야 한다. 침착하게 혼자서 집에서 OTT 보면서 라면 끓여 먹고. 본인이 얘기하는 지금 나이가 30대 후반인 여자친구가 가정을 꾸리고 이루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거고. 나를 이렇게 좋아해 주는 사람과는 한 번 다시 생각을 해봐야 되고 이런데. 내가 보니까 중요한 건 그냥 결혼할 만큼까지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곽정은씨는 “(서장훈씨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제 여자친구는 아마 고민남을 더 이해할 수 없게 될 것 같긴 하다”면서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은 있는데 결혼을 또 했을 때 내가 받을지도 모르는 그 상처에 대한 자각은 이건 죽고 사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히 좋아는 하는데 결혼하고 싶지는 않은 그 영역이 존재하는 것 같긴 하다. 그럴 수도 있다라는 거를 여자친구가 인정이라도 하면 앞으로 더 사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해할 수 없으면 여자친구도 이 관계를 이어나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혼이) 엄두가 안 날 수 있지 않나? 좋아하지만.

 

 

서장훈씨는 실제 자신의 상황으로 대입해서 반론을 이어갔다.

 

내가 어떤 누가 생겼다. 근데 거기 보니까 그쪽 부모 설득하고 이러고 좀 해야 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싫은 일이다. 끔찍한 일인데. 우리가 상상은 늘 하지 않은가. 그런데 진짜 임자야. 나 너무 좋아. 근데 그분과 반대로 돼. 가 빌어야지.

 

일명 ‘임자론’에 힘을 실었다. 세준씨가 과거의 트라우마를 넘어 다시 도전하고 싶을 만큼 연수씨를 사랑하는 것은 아닌 게 아니냐? 말로는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하지만 30대 후반에 다다른 연수씨의 입장에는 너무 무심하다는 취지다.

 

(임자론이) 약간 무적의 논리긴이긴 한데 근데 누구에게나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을 거란 말이다. 근데 내가 볼 때 세준씨는 그것까지는 아니다.

 

곽정은씨는 “되게 어렵고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면서 근원적인 트라우마적 공포를 극복할 정도의 감정이어야만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 즉 임자라는 주장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그러니까 나는 공포가 사랑보다 때로 더 크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안 한다고 죽지는 않지만 공포는 죽음에 완전히 다이렉트로 대면하는 느낌이기 때문에.

 

하지만 서장훈씨는 세준씨가 진짜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앓고 있었다면 연수씨의 가족 모임에 끝까지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연수씨의 가족들과 감정 노동이었을지라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와서 불만을 표한 것이기 때문에 “그 정도라면 곽 박사가 얘기한 그 정도 공포까지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반면 곽정은씨는 연수씨의 돌발 행동을 지적했다.

 

분명히 결혼 생각 없다. 연애만 하면 된다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방어막을 좀 풀어놓고 3개월 뒤에 가족 모임에 예고 없이 데려가면 나는 아무리 사랑해도 갑자기 그 사랑조차 얼어붙게 만드는 약간 무리수지 않았나.

 

 

서장훈씨도 마냥 연수씨의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진 않고 있다. 그러니까 “너무 과도하게 우리 고민남을 좋아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같이 결혼하고 싶어 하는 그런 성향이라면 지금 고민남이 생각하는 거랑은 너무 맞지가 않다”는 점을 환기했다. 연수씨에게 세준씨와의 이별을 권하는 의미다.

 

아마 연수씨는 지금은 이래도 언젠가는 (결혼을) 할 거다라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설득할 건데 괜히 그때 가서 서로 얼굴 붉히고 이러지 말고 지금 아직 만난지 석달 밖에 안 됐으니까. 세준씨와의 관계는 여기서 이 정도 하시고 그 다음에 본인이랑 생각이 같은 사람을 찾아서 본인이 원하는대로 연애하는 게 맞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다.

 

한편, 곽정은씨는 세준씨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남겼다. 과거의 상처에 얽매여 있지 말고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봤는지 자문해봐야 한다는 취지인데, 세준씨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들여다보고 직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이제 (전처의 처가로부터) 하대를 당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그 과정에서 이혼까지 겪게 됐고 그때 상처가 회복이 됐으면 어떤 사람을 만나도 되었을 것이다. 결국은 이것은 연수씨와의 문제가 아니라 세준씨가 스스로의 인생에서 겪은 상처의 경험을 회복하려고 노력했는가. 하지 않았다면 이제라도 할 자신이 있는가에 대한 굉장히 큰 질문이고. 이 일을 통해서 트라우마의 정체가 뭔지는 알아내고 싶지 않느냐고 묻고 싶고. 그 다음 나와 함께 다른 인생 만들어보자. 그런 얘기 떳떳하게 할 수 있지 않은가. 되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꾸 얘기하는 트라우마 그거 한 번 알아가 보자. 그럼 그 이유는 술술 풀리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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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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