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원래 알고 있던 곡이었고 그저 통속적인 사랑 노래라고만 생각했다. 2022년 발매된 V.O.S의 싱글곡 <미친 것처럼>과 <나는 너였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먼데이키즈 이진성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V.O.S 멤버들이 출연했는데 이런 대화가 오갔다.
이진성: 콘서트 때 이 노래 부르실 때 울었다. 뮤직 비디오 볼 때도 너무 좋았는데 공연장에서 보니까 눈물이 나더라고. 실제 이야기를 이렇게 노래로 만들었으니까. |
김경록: 남자 배우도, 여자 배우도 그렇고 (뮤비에서) 실제로 삭발을 했으니까. NG 나면 안 되니까 원테이크로 찍었다. 그래서 여성 배우를 찾는 데 너무 힘들었다고 들었다. 머리를 무조건 밀어야 하니까. |

무슨 사연인가 싶어서 두 곡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고 알게 됐다. <미친 것처럼> 뮤비 조회수는 200만이 넘는데 “예비 신부인데 수술하고 세 번째 조직 검사 결과 기다리고 있는데 눈물이 많이 난다. 예비 신랑한테 너무 미안해 오열하는 여주인공이 너무 와닿아 많이 울었다”와 같은 암투병으로 힘겨운 사람들의 공감 댓글이 넘쳐났다. 뮤비에서 남자친구가 눈물 짓는 여자친구의 머리를 바리깡으로 밀어주다가, 이내 자기 머리를 밀기 시작하는데 결국 그 모습을 보는 여자친구는 왈칵 눈물이 터져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동시에 디브릿지(2절 후렴 후 나오는 절정 파트)가 흘러나오는데 누구나 가슴이 미어질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곁에서 어깨를 내어주는 남자친구의 이야기. 영화와 드라마 또는 다큐멘터리 소재로 수없이 접해봤지만 막상 그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피눈물을 흘리게 되는 극한의 ‘비애’다. 1990년대 중후반 락발라드의 전성기 시기에는 이런 스토리를 담은 곡들이 즐비했고 뭔가 과잉된 형용사들이 비현실적이었지만 2020년대 버전의 두 곡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어젖혔다.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가수 이승환씨가 2006년 발매한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이후로 이렇게 여운이 오래 남아 수없이 노래를 불렀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눈을 감아도 눈물이 흐르고. 어딜 가도 너만 보여. 어느새 니가 없는 긴 하루가 지나간다. 다른 사람을 또 만나봐도 니가 아님 안 되겠어. 울다가 또 웃다가 미친 것처럼 또 보고 싶다. 상처 같은 널 잊어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너만 보고 싶다. 니가 없인 아무 것도 못 해. 니가 없는 나는 아무것도 아냐.
배우 장혁씨는 지금의 와이프로부터 “힘들 때 사람 버리는 것 아니다”는 말과 함께 곁을 지켜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런데 사랑하는 연인이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어떤 감정일까? 차마 짐작할 수 없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단 연인관계 말고도 사랑하는 부모, 자식, 친형제, 절친 등등 둘도 없는 소중한 사람이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그저 옆에서 손잡고 안아주는 것 말고는 사실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
뷰티 유튜버 故 새벽씨(본명 이정주)는 2019년 림프종 4기 판정을 받고 2년 넘게 투병 생활을 이어가다 2021년 세상을 떠났다. 새벽씨의 곁을 지킨 남자친구 민건씨는 그녀를 만난지 6년만에 그녀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미친 것처럼>과 <나는 너였다>는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 이야기’를 모티브로 탄생한 곡이다. 민건씨는 새벽씨가 눈을 감는 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편지를 썼다.
가끔 사람들이 말하더라 “여자가 남자를 잘 만났다고” 그러면 내가 답하지 “남자가 여자를 정말 잘 만난 거라고.” 나는 너를 만나서 많이 달라졌어. 사람은 고쳐쓰는 거 아니라는 말. 틀렸다는 걸 내 스스로를 보면서 깨닫게 됐어. 그렇게 만들어 준 너에게 너무나도 감사하고 고마워. 너에게 배운 마음 주변에도 널리 퍼뜨릴게. 사실 아직까지도 너의 빈자리가 믿겨지지가 않아. 지금도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고 고개만 돌려도 너가 웃고 있을 것만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더라. 너라는 사람이 내 인생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너무나도 비대했기에 그걸 비워내는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 거 같아. 혹시 내가 그리움에 지쳐 힘들어 하는 밤에는 한 번씩 꿈 속에 들러서 안부라도 전해줘. 그래야만 내가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견뎌낼 수 있을 거 같아. 이렇게 너를 다급하게 데려간 걸 보면 하늘나라에서 급하게 천사자리가 하나 필요했나 보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않고 너를 온전히 드러내며 밝게 지냈으면 좋겠다. 19910128 너가 태어난 날, 20150804 우리가 만난 날, 20210530 너가 별이 된 날, 이 세 가지는 절대로 잊지 않을게! 내가 잠든 새벽엔 언제나 함께 해줘. 매일 밤이 지나면 새벽은 항상 돌아오니깐. 정주야 정말 많이 많이 사랑해!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청승 맞지만 2021년 당시 얼핏 뉴스로 접했던 새벽씨의 사연이 4년이 지난 요즘 온전히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우연이지만 필연 같다. 중요한 인생의 전환점에 서있는 내게 깊은 울림을 줬다. 민건씨는 새벽씨의 2주기에 “그동안 내색 없이 꾹 참고 버텼지만 오늘은 너무 많이 보고 싶은 하루”라는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오랫동안 애도의 기간을 보내고 있는 민건씨를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