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정말 깔깔 웃었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웰컴투 동막골> 등에서 숱하게 다뤄온 남북한 사람들의 우정 스토리는 1도 신선하지 않았고 뻔했고 유치했다. 그러나 재밌다. 전형적인 코미디 영화의 문법이 그대로 재현됐지만 크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유쾌한 영화다. 메시지에 집착하거나, 과도한 신파나 서사 부여가 없고 오직 웃음에만 초점을 맞춘 코미디 영화로서 별 5개 중 4개를 주고 싶다. <헌트>가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극장가의 다크호스가 맞다. 27일 23시반 평범한미디어 사무실(광주광역시 북구) 코앞에 있는 메가박스로 가서 심야로 <육사오>를 봤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배경만 군대일 뿐 <디피>나 <신병>처럼 군대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가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영화 초반부터 급속히 전개되는데 제대가 석 달 남은 박천우 병장(고경표 배우)이 우연히 1등 당첨된 로또 용지를 주워서 챙겼는데 이내 잃어버린다. 바람을 타고 날라간 로또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리용호 하사(이이경 배우)의 품에 안긴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복권인 만큼 북한 군인은 당첨금을 수령할 수가 없다. 그래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코로나 시국 3년차로 들어선 8월의 극장가는 한국 영화 대작 '빅4'로 인해 풍성하다. 개봉순대로 <외계+인 1부> <비상선언> <한산:용의 출현> <헌트> 등인데 모두 톱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된 200억원 이상의 돈이 들어간 영화다. 그러나 흥행 성적이 신통치 않다. 영화 티켓값이 1만5000원으로 비싸졌다거나 오미크론 대유행 때문이라는 핑곗거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5월에 개봉한 <범죄도시2>는 1200만명이 봤는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나마 이정재 배우가 처음으로 감독을 맡은 <헌트>가 관객과 평론가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가 개봉하기 한 달 전쯤 예고편을 감상했는데 “영화가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명이 팝콘 사들고 영화를 보면 5만원이 되는 시대라지만 <헌트>는 꼭 극장에서 봐야겠다고 결심을 했고 지난 15일 밤 10시경 평범한미디어 사무실(광주광역시 북구) 바로 옆에 있는 메가박스로 향했다. 과연 이정재 감독의 연출력은 어느 정도였을까?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만에 이정재와 정우성의 만남이라는데 두 배우의
[평범한미디어 차현송 기자]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제대로 꽃 피워보지도 못 한 20세 여성 A씨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대학 캠퍼스 내부에서 처참하게 사망했다. A씨를 그렇게 만든 가해자는 같은 학교 동급생 B씨였다. B씨는 A씨를 성폭행하려고 했다. 만취 상태였던 A씨의 옷을 벗기고 성범죄를 저지르던 중 난간에 있던 A씨를 그대로 밀어버렸다. 과실치사였는지 강간 살인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법의학자들의 감정 결과와, B씨의 자백까지 나와서 확실히 후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B씨는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A씨의 옷가지를 챙겨서 각각 다른 장소에다 내다버렸다. 게다가 신고도 하지 않고 자신의 자취방으로 도망가버렸다. 뒤늦게라도 A씨에 대한 구호조치를 했다면 목숨을 잃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B씨는 7월15일 새벽 2시반쯤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며, 3시49분경 인하대 용현캠퍼스 2호관과 60주년 기념관 사잇길에서 발견됐다. B씨는 행인들에 의해 발견되어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3시간 11분이 지난 아침 7시 즈음 사망 판정을 받았다. 1시간 동안 방치되지만 않았다면 충분히 생존할 수도 있었다. 캠퍼스 내에서 발생한 강간 살인 사건이다 보니 사건
[평범한미디어 라이트디퍼] 상대방을 배려하고 깊게 소통하기 위한 언어 보다는 단시간에 나를 기억시킬 수 있는 자극적이고 다소 가벼운 표현들이 넘쳐나는 시대인 것 같다.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많은 신조어들이 생겨나고 있고 트렌드를 따른다는 나름의 변명 속에 내가 하는 말에 누군가가 상처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 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가 쓴 <그런 말은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읽은 독자들은 불편한 기분을 느꼈을 수 있다. 누군가를 비하하는 명백히 나쁜 의도를 갖고 하는 말도 아니고 모두가 흔히 쓰는 거잖아? 이런 생각들이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에 대한 기사를 써온 기자로서 저자의 고민과 시각에 많은 부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결손 가정에 대한 사려없음, 잘 아플 권리 보단 “건강해져야 한다”는 압박 등등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이 정상과 온전함을 기본값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름으로 인정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반박하기 어려웠다. “반팔”, “장애 등급”이란 표현도 전혀 문제없이 오래전부터 익숙하게 사용했는데 따지고 보면 문제가
[평범한미디어 라이트디퍼] 평범하지 않은 박찬욱식 수사 로맨스 <헤어질 결심>을 봤다. 스마트한 형사의 표본인 해준(박해일 배우)에게 예순살 변사자의 어리고 아름다운 아내 서래(배우 탕웨이)는 의심스럽고 궁금한 인물이다. 서래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무덤덤하고 일말의 동요도 보이지 않지만 요양보호사로서 자신이 돌보고 있는 노인들에게 정성을 다하고 길고양이에게도 애정을 보이는 예측하기 힘든 인물이다. 처음 해준과의 만남에서 서래는 중국 출신으로 한국말을 잘 못 한다고 말한다. 서래의 조금 서툰 한국말 표현은 오히려 감정을 전달함에 있어 미묘하고 섬세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요소로 작용했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봐. 지난 6월29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한 마디로 정말 박찬욱스러웠다. 인물들의 감정선이 식상하거나 일반적이지 않고 연출 또한 지루한 느낌을 주지 않았다. 아마도 관심, 설렘, 애정의 감정들이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표현하는 방식과 달랐기 때문인 탓이다. 또한 출연한 배우들 모두 대체적으로 캐릭터와 잘 어울렸지만 탕웨이의 감정 연기가 단연 돋보였다. 탕웨이의 예쁜 얼굴 뿐 아니라 특별한
[평범한미디어 라이트디퍼] 영화 <브로커>는 삶의 첫 시작에서 버려지는 건우로부터 시작된다. 영화는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리는 엄마, 그 아이를 가로채 돈을 받고 입양처에 보내주는 브로커와 그 브로커 일당을 쫓는 형사들의 이야기다. 현실에서처럼 영화 속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특별한 사건들을 만들어간다.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입양’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영화 속 입양 문제는 2022년 한국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주인공들이 찾아간 보육원에는 축구를 사랑하고 미래의 손흥민을 꿈꾸는 해진이가 살고 있다. 고작 7살 밖에 안 된 어린 아이지만 보육원에서 꿈을 이루기 어렵다는 냉혹한 현실을 잘 알고 있어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사원처럼 보육원에 찾아오는 부부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한다. 해진이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입양이 되기엔 늦은 나이임을 주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점점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아직 입양이라는 단어가 특별한 것이 사실이다. 많은 입양처에서 마치 하얀 도화지 같은 신생아를 원하는 이유는 아이에게 형성되었을지 모를 문제들을 직면하고 싶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전동킥보드(PM/Personal Mobility) 사용자의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지 1년 하고도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작년 초에 권고와 계도 기간을 가진 후 2021년 5월13일부터 의무화됐다.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킥보드를 탔을 때 적발되면 과태료 2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걸린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짜증나는 일인데 자동자 안전벨트 만큼의 수긍이 가질 않는다. 수긍이 되지 않는데 치킨 한 마리 값이 그냥 증발한다.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애용하는 편이다. 뚜벅이들에게 공유 킥보드는 그야말로 구세주다. 특히 직업 특성상 외근이 잦은 사람들에게는 기동력을 높여주는 훌륭한 교통수단이다. 더운 여름에 땀을 덜 흘려도 되니 얼마나 편리하겠는가. 게다가 광주광역시 같은 도시에서 비교적 근거리(1km 이상)를 이동할 때 버스보다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 단순 속력으로만 비교했을 때 당연히 버스가 더 빠르다. 그러나 버스는 교통정체, 정류장 정차 등으로 지체되는 시간이 많다. 킥보드를 타면 이런 것들이 없어서 꽤 빠르다. 문제는 이상한 규제다. 앞서 언급한 ‘헬멧 의무화’다. 일단 실효적이지 않다. 시속 20km가 최대치인 킥보드를 타는 것은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지방선거 기간이라 거리에는 교육감 후보들의 현수막이 즐비하다. 그런데 눈살이 찌뿌려졌다. 거슬리는 문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실력 광주"란 표현이다. 과거 불편한 하루 기획 칼럼을 통해서 ‘3년만 고생하면 90년이 편하다’라는 문구의 폭력성을 지적한 바 있다. 실력 광주도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저질 문구를 보게 돼서 화도 나고 마음 한 구석이 너무 답답했다. 실력 광주가 뭐가 문제냐고? 나만 불편한가? 이들이 말하는 실력 광주는 뻔하다. 전국에서 가장 공부를 잘 하는 광주. 이거다. 아니다. 잘못 썼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전국에서 대학 입시용 시험을 가장 잘 치르는 광주. 수능점수를 전국에서 제일 높게 받는 것이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범한미디어 독자라면 과거 임하성씨를 인터뷰한 기사를 읽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성 씨는 항상 청소년 인권 문제와 학벌사회의 문제점을 고민하는 사람이다. 하성씨를 인터뷰하기 전에 사전조사 차원에서 그의 페이스북에 들어가봤는데 <광남일보>의 사설을 맹렬히 비판하는 게시물이 있었다. 역시나 실력 광주론을 설파하는 저질 칼럼이었다. 광남일보 여균수 주필은 "한 때 수능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5월말(29일) 초여름의 땡볕이었는데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내려 10분간 걸었다. 광주광역시 북구로 전입신고가 되어있지만 서울시 관악구에서 투표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외로 분류됐고 15분 정도 더 기다렸다. 사람들의 열기가 모여 더 더웠는데 투표를 하기 위해 묵묵히 줄서서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전에 두 차례 정도 누구를 찍을지 나름대로 공부를 했다. 1명만 뽑으면 되는 대통령 선거와 달리 지방선거는 무려 7명(교육감/광역단체장/광역의원 비례와 지역구/기초단체장/기초의원 비례와 지역구)이나 뽑아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공부를 해야 한다. 지나가다 마주치는 선거운동의 이미지로는 부족하다. 신분증을 내고 투표지 7장과 견고한 봉투가 인쇄되기까지 좀 기다렸더니 그새 내 손에 쥐어졌다. 투표소 안에 들어가서 미리 점찍어둔 후보와 정당에 빠르게 도장을 찍고 밖으로 나왔다. 봉투에 투표지 7장을 넣고 하얀색 스티커를 떼서 밀봉한 뒤 투표함에 넣었다. 내 투표지는 6월1일 본투표 이전에 광주 북구 관내로 도착할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에도 그랬지만 최근 들어 투표장에 갈 때마다 “정말 돈이 많이 들긴 들겠다”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1년 넘게 기다렸다. 2017년 영화 <범죄도시>를 정말 재밌게 봤고 속편 제작 소식이 알려진 뒤로 코로나 시국을 거쳐 너무나 오래 기다렸다. 지난 5월 중순 <범죄도시2>가 드디어 개봉했다. 5일 기준 이미 관객수 800만을 넘어 팬데믹 이후 최초로 1000만 영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고 있다. 나와 박효영 기자는 개봉일 5월18일에 바로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갔다. 특히 박 기자는 개봉하자마자 극장으로 뛰어가자고 노래를 불렀다. 나 역시 보고 싶었다. 예고편에서 장첸(윤계상 배우)에 이은 새로운 메인 빌런 강해상(손석구 배우)의 캐릭터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영화를 본 감상은? 역시 최고였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정말 잘 만든 코믹범죄 오락 영화로서 기본기에 충실한 영화였다. 영화의 핵심 포인트는 ‘묵직한 타격감으로 유발하는 카타르시스’다. 흉악한 범죄자들을 묵직한 주먹으로 박살을 내버리는 마석도 형사(마동석 배우)는 인기 만화 <원펀맨>을 연상시킨다. 만화의 주인공은 절대적으로 강하다. 그래서 빌런들이나 괴수들을 펀치 한 방에 물리친다. 마 형사는 절대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