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스타워즈>를 보면 이런 장면이 있다. 주인공 아나킨 스카이워커(헤이든 크리스텐슨 배우)는 애인이 되는 파드메 의원(나탈리 포트만 배우)에게 이런 말을 한다. 누군가 현명한 자가 나타나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통합했으면 좋겠다. 그 말을 들은 파드메는 “그건 독재를 의미하는 것 같다”며 웃으며 넘기려 하지만 아나킨은 “그렇게 해서라도 잘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파드메는 얼굴이 굳는다. 순식간에 똥씹은 표정이 된 파드메의 반응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시사하는 바가 크다. 꼭 ‘아나킨’이 아니더라도 현실에서 우리는 “현명하고 똑똑하고 이타적인” 지도자가 모든 결정권을 갖고 리드하는 체제를 원하고 신봉하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그게 현실에서든 온라인에서든 말이다. 언젠가는 메시아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이 썩어빠진 한국 정치와 한국 사회를 바꿔주길 원한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의 최대 수혜를 받은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건 유니콘 같은 것이다. 2300년 전 플라톤도 ‘철인 정치’를 내세웠다. 여기서 말하는 철인은 철
※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22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1482. 수백대의 중고차가 전시된 드넓은 공터에 이런 번호판이 붙어있는 것은 운명이 내게 보내는 강력한 신호였다. 그와 나의 핸드폰 번호 맨 뒷자리인 14와 82가 나란히 적힌 차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남색이었고 그가 원하던 내비게이션 옵션도 달려있었다. 이 차를 만났을 때 나는 한정된 예산과 뭔가 애매한 중고차들 사이를 돌아다니느라 허리가 부러질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이 차를 보았다. 그리고 이 우연의 의미를 해석하려 애썼다. 상상 속으로 써내려가던 그와 내가 천생연분라는 소설에 꼭 필요한 아름다운 사건. 나는 강력하게 이 차를 추천했다. 그리고 우리는 운명의 1482차를 타고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엄청 많은 우연의 일치를 경험했다. 그래서 그가 나를 떠났을 때 신비로운 우연들로 써내려간 내 상상 속 소설이 정말 ‘소설’이 되어버렸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요즘 금속공예 수업을 듣고 있다. 학생들의 연령대는 다양한데 어느날 중년의 동료가 쉬는 시간에 ‘점’을 보고 왔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점쟁이가 그녀의 음력 생일이 남편의 양력 생일과 똑같아서 그녀의 말년운
※ [김진웅의 정책 스토어] 5번째 칼럼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진웅 성동구의회 정책지원관] OECD가 통계 하나를 발표했는데 보건복지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8일 ‘OECD 사회 지출 업데이트 2025’를 공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GDP 규모로만 보면 전세계 10위권인데 반해 사회복지 지출 수준은 GDP의 15%에 불과하다. OECD 평균치의 69% 수준이다. 한국보다 사회복지 지출 순위가 낮은 국가는 코스타리카, 멕시코, 아일랜드, 튀르키예 뿐이다. OECD는 사회 지출 통계(SOCX)를 2년 주기로 발표하는데 회원국들에서 운용되는 사회정책의 내용과 구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다. 국무총리 산하 사회보장위원회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의 공공사회복지 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12.2%로 OECD 평균(5.7%)의 약 2배에 이르는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OECD의 통계는 2021년과 2022년도에 집행된 사회복지 지출 내역으로 코로나 시국 특별 기간에 지원된 △재난지원금 △코로나 검진 비용 △생활지원금 △백신 지원 비용 등이 반영된 것이다. 코로나 위기가 가장 극심했던 때
※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될 만큼만 읽다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면 그만 읽고 바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동진 평론가처럼 스포를 확인해도 영화를 보는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 타입이라면 그냥 읽어도 상관없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이병헌 배우가 홀로 영화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사실 유아인 배우의 존재감과 연기력이 못지 않게 중요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승부>를 보면 그렇게 느끼게 된다. 꼬마일 때부터 바둑 신동 소리를 듣던 이창호(아역 김강훈 배우)는 건방지고 호기롭다. 굳건한 실력이 뒷받침된 부분이 있지만 선배 바둑 기사들을 가뿐히 이기면서 거만한 말들을 내뱉는다. 어른들의 한 마디에 절대 지지 않고 꼭 애어른 같은 말로 응수한다. 그러나 스승 조훈현(이병헌 배우)에게는 안 통한다. 한수 위의 실력으로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있는 조훈현에게 “한 판 더 둬요”라고 외치지만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조훈현을 매료시킨 이창호는 그의 집으로 들어가 같이 살며 가르침을 받게 된다. 단순히 바둑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다. 자세, 태도, 인내심, 기세, 컨디션 조절 등
※ [김진웅의 정책 스토어] 4번째 칼럼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진웅 성동구의회 정책지원관]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는 것처럼 전국민이 건강권을 충분히 누려야 한다. 이는 당연히 장애인에게도 해당되어야 하는데 국가의 제도와 정책, 보건의료 인프라가 장애인의 건강권을 충분히 보장해주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관련 법률(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 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2조 1항에 보면 “장애인은 최적의 건강관리와 보호를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2조 2항과 3항에는 “장애인은 장애를 이유로 건강관리 및 보건의료에 있어 차별받지 않아야 하고 비장애인과 동등한 의료 접근성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이 법률은 2017년에 제정되어 8년째 시행 중이지만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 하고 있다. 2024년 장애 통계 연보에 따르면 장애인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87.7%에 달한다. 장애인 10명 중 9명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것이다. 유형별로는 고혈압(51.8%), 관절염(40.4%), 신경계 질환(39.3%), 당뇨(32.78%), 심장질환(19.5%) 등이다. 반면에 전체 국민의 고혈압, 콜레스테롤혈증, 당뇨병 등 주요 만성질환 유병률은 18%로 10명 중 2
※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24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올해는 봄이 빨리 찾아올까 싶었는데 3월말 강추위와 함께 눈이 내리기도 했다. 지난 이야기에서 문체부 인력양성 사업(디지털테크 투어리즘) 연구원으로 참여를 하게 되었다고 독자들에게 알려드렸다. 그런데 해당 사업 관련 융합 전공이 세종대 일반대학원에 개설돼 있으니 희망자에 한해 신청을 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일단 전공 소개부터 살펴봤다. 디지털테크 투어리즘 융합 전공은 급변하는 디지털 기술과 관광 산업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관광 서비스와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둔다. 더불어 전통적인 관광학과 더불어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 VR, AR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여 관광객의 경험을 혁신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공이다. 또한 관광 산업의 현황과 미래 트랜드를 분석하고 관광지 추천 시스템, 스마트 관광 시스템, 가상 관광 체험 등 디지털 기술 기반 솔루션을 연구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관광지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관광객의 요구를 반영하는 시스템 개발 능력을 함양하며 지속가능한 관광 개발, 로컬 관광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안녕하세요. 독립 언론 평범한미디어를 운영하고 있는 박효영 기자입니다. 2021년 3월24일 겁 없이 전남 광주로 내려와서 평범한미디어를 창간했는데 벌써 4년이 흘렀습니다.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대견하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어렵고 험난한 길이니까요. 저는 2017년부터 4년간 서울에서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었습니다. 지방대 출신으로서 별 볼 일 없는 스펙으로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서 현장을 누비고 치열하게 고뇌했습니다. 어느새 직업 기자 4년, 독립 언론 운영자로 4년을 보내게 됐는데 그동안 열심히 살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서울에서 밀려났습니다. 현실과 타협하더라도 쪽팔리고 싶지 않다는 마지노선을 지키고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제가 들어간 작은 언론사들은 하나 같이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었습니다. 거의 대부분 열악한 재정 상태로 인해 기자들에게 광고 영업을 시키거나 소위 ‘엿바꿔먹기’를 서슴치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니면 월 174만원을 받으며 1인 미디어처럼 활동하는 초라한 언론사에 소속돼 있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서 삼성 이재용 회장 문제, 선거제도 개혁, 소수정당 조명, 음주운전과 윤창호법 등등 나만
※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21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기차에서 내려 나와 똑같은 까만 머리카락, 까만 눈동자를 가진 사람들로 가득한 서울역에 발을 내디뎠다. 1년 3개월만이었다. 모두가 다른 특징을 가진 유럽에서 모두가 비슷한 특징을 가진 한국으로 나는 그렇게 돌아왔다. 지하철로 환승하기 위해 거리로 나가자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과 층수를 셀 수 없는 고층 빌딩이 나를 반겼다. 와 사람 참 많다. 지하철역엔 사람들 뿐 아니라 광고로 꽉 차 있다는 것도 처음 느꼈다. 오스트리아 빈의 지하철역엔 움직이는 영상들이 없고, 커다란 연예인 광고판도 없다. 하지만 서울의 지하철에는 눈을 두는 곳마다 광고들이 어떻게든 내게 말을 걸려고 안달나 있었다. 눈을 감았다. 하늘이 파랗고 조용하고 느리고 연예인이 없는 빈이 벌써 그리웠다.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운 좋게 앉아 가던 내게 백발의 여성이 다가왔다. 나는 일어나서 그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나는 한 정거장이면 내려. 아유. 얼굴도 예쁜 아가씨가 마음도 곱네. 고마워요. 마음 속 딱딱했던 무언가가 그녀의 온기에 녹아 내리는 게 느껴졌다. 사실 한국은 이렇게 따뜻한 곳이 아니었을까? 내가
※ [김진웅의 정책 스토어] 3번째 칼럼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진웅 성동구의회 정책지원관] 헌법 36조 3항에 보면 대한민국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건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가는 국민의 건강한 삶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국가로부터 충분히 건강한 삶을 보장 받고 있을까? 적어도 중증환자 및 희귀질환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은 보장 받지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2024년 기준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인정된 국가관리 대상 희귀질환의 종류는 총 1314개이고 여기에 해당하는 희귀질환자는 5만4000명 이상이다. 희귀질환이란 게 유병 인구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 자체가 어려운 경우를 말하는데, 유병 인구가 200명 이하인 극휘귀질환도 있다. 유병률이 극히 낮아 상병코드도 없다. 방송 다큐에서 흔히 접하는 희귀질환 당사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만 보더라도 그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가는지 이루 말하기 어렵다.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80% 이상은 유전이나 선천성 질환으로 주로 아동기에 많이 발병한다.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거나 있더라도 워낙 비싸서 당사자들을 짓누르기 마련이다
※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될 만큼만 읽다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면 그만 읽고 바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동진 평론가처럼 스포를 확인해도 영화를 보는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 타입이라면 그냥 읽어도 상관없다.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기생충> 이후 6년만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감독 봉준호의 신작. <미키 17>이 개봉했다. 원래 원작 소설이 있는데 봉준호 감독이 영화로 재탄생시켰다. 봉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하나 하나 너무나 유명하지만, 나 역시 지금까지 공개된 7편의 장편 영화를 전부 다 섭렵했다. 그냥 본 게 아니고 곱씹고 분석하고 음미하면서 반복해서 감상했다. 그래서 <미키 17>이 개봉하자마자 바로 박효영 기자와 함께 극장으로 향했다. 사실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다. 블로그나 커뮤니티를 살펴보니 원작을 읽고 가야 영화를 이해할 수 있다고 그러더라. 약간 난해하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근데 그야말로 기우였다. 빠져들듯 봤다.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난해하지 않았다. 봉 감독의 작품들은 사실 그 자체로 떠먹여주는 경우가 많다. <미키 17>은 시작되자마자 그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