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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덕질’ 보다 ‘이재명 덕질’이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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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30일 광주에서 <팬덤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개최된 박상훈 박사의 강연과 대담을 정리한 기획 기사 시리즈 4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고,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일종의 놀이수단이 됐다. 정치학자 박상훈 연구위원(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팬덤 정치’의 속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어느 팬덤의 메시지를 낭독했다.

 

모 커뮤니티에 올라와있는 글이 이들의 정서를 너무 잘 보여준다. 남자 아이돌 덕질보다 이재명 덕질이 더 재밌다. 소속사가 잘못할 때는 총공세를 벌여도 말을 듣지 않지만, 일주일에 10만명 정도 당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는 걸 토대로 문자 총공세를 하니까 민주당이 벌벌 떤다.

 

 

박 위원은 지난 10월30일 19시 광주 서구 서구문화센터에서 개최된 ‘열린 대담’(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주최)에 강연자로 초대됐다. 이 자리에서 박 위원은 정치 팬덤의 조직적인 참여가 정당 안에서 제대로 통제되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니까 “이들의 참여가 정당 안에서 잘 조직될 수 있으면 이렇게 되지 않는다”는 거다. 박 위원은 530만명에 달하는 민주당 당원 규모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라면서, 당원들이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력만 행사할 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참여하지 않으면서 문자행동 등으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물론 팬덤 정치는 비민주주의적 현상은 아니라는 게 박 위원의 생각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다. 다만 박 위원은 “민주주의를 오해하는 사람들 또는 민주주의를 지배해보고 싶은 불합리한 정치”라고 규정했다.

 

(정치 팬덤은) 시민들을 극단적으로 분열시켜놓고 인간관계를 분노와 혐오로 갈라놓고 자기들끼리만 몰려다닌다. (정치 과몰입된 팬덤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역설적이다. 커뮤니티는 어떻게 보면 같은 의견을 강화하는 사람들끼리 끼리끼리 모이는 것이다. 이런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 독단이고 독단은 민주주의 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 독단의 폐해를 벗어나기 위해서 조금 느리고 다른 생각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박 위원은 정치인들에게만 책임의식을 요구할 게 아니라 정치 팬덤적 시민들에게도 책임의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시민들의 정치 참여도 책임있게 이뤄져야 한다. 책임있게 항의하고 책임있게 저항해야 한다”면서 “현대 민주주의는 모든 시민들이 정치적 결정에 참여할 만큼 여유롭지 않기 때문에 적법한 대표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점을 환기했다.

 

좋은 대표를 뽑고 권한을 주고 신뢰해주고 잘못했을 때 최종적 순간에 회수할 수 있는 것인데 일상적으로 야단치고 야유하고 조롱할 수 있다는 걸 마치 자랑거리로 삼고 전시하는 이게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 한국 정치의 풍토는 시민들이 “정치인들에게 아무렇게나 말하고 행동하고 압력을 가해도 되는 시대”라는 게 박 위원의 진단이다. 주권자인 시민이 정치인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저 지켜보기만 하고,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정치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다.

 

우리는 과거에 시민들이 효능감을 가지는 것이 민주주의 체제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효능감을 갖는 사람들도 얼굴이 있어야 된다. 노동자의 대표로서든, 자영업자의 대표로서든, 중소기업의 대표로서든, 학생의 대표로서든. 진짜 아무런 책임없이 누구에게나 요구할 수 있는 게 시민의 권리라고 하면 사실 그건 권리가 아니다. 그것도 일종의 독단일 뿐이라는 걸 생각해야 된다.

 

→5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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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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