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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국회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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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30일 광주에서 <팬덤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개최된 박상훈 박사의 강연과 대담을 정리한 기획 기사 시리즈 3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국회에서 정치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논의를 하는지에 대해 모든 걸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는 명제는 국룰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온갖 유튜브 채널에 라이브로 생중계가 되면 정치인들은 소신있는 정치활동을 하기 보단 “인간의 나약함 때문에 잘 보이려고 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게 된다”는 것이 정치학자 박상훈 연구위원(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정치적 의사결정이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것은 무조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박 위원은 지난 10월30일 19시 광주 서구 서구문화센터에서 개최된 ‘열린 대담’(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주최)에 강연자로 초대됐다. 이 자리에서 박 위원은 “신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설파했다. 무슨 행간이 있는 걸까?

 

정치의 기능을 권위있게 만드는 걸 다 무너뜨리려고 하는 게 다 신자유적인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들의 삶에서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치는 분배 효과는 시장과 정치다. 시장의 기능이 불평등하다면 그나마 정치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근데 이걸 다 개방해서 누구나 욕하게 만드는 게 최선일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뭔가 여전히 막연하다. 박 위원은 2015년에 출간한 저서 <정당의 발견>에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기업들이 외부신용평가기관의 주도로 시장가치와 경쟁력을 높이고자 구조조정을 한 것이 결과적으로 경제구조를 나쁘게 만들고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노동자의 삶의 기반만 파괴하는 일이 많았던 것”처럼 민주당계 정당 역시 “정당 이론과는 아무 상관없이 개방의 논리로 개혁을 추진한 결과 정당 조직이 망가졌다”고 피력했다.

 

관치 경제를 세계화에 개방하듯, 공천권과 당직 결정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그럴듯한 논리로 정당을 개방했는데 그 결과 정당에 대한 참여가 늘었을까? 정당들이 시민들의 구체적인 삶의 세계로 더 깊이 내려가게 됐을까? 아니다. 결과는 한 마디로 말해 여론이 지배하는 정치였다. 정당이 시민 참여 내지 사회 속에 뿌리를 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는커녕, 그와 정반대로 여론 시장에 매달리는 경향만 급속히 삼화되었다.

 

박 위원은 이미 2015년 당시 한국 정치의 분위기가 갈수록 “정당이 정치의 주체가 되는 일은 급격히 줄어든 반면 의원 개개인들이 언론 앞에서 경쟁적으로 보도자료를 쏟아내고 있다”고 묘사했다. 박 위원은 강연장에선 2000년대 초반부터 “과도한 홍보 중심, 지나치게 여론을 동원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는 정치”로 넘어갔다는 점을 환기했다.

 

국회의원들의 활동 가운데 상당 부분이 좋은 정치를 하고 당 안에서 좋은 결과로서 활동가들과 힘을 합치고 이것보다는 많은 정당들의 의원들이 오로지 짤 만들고 쇼츠 영상 만들고 이런 데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쓴다. 홍보와 여론동원에만 골몰하는 것이 문제다.

 

 

특히 박 위원은 수많은 매체들이 보도 경쟁을 하고 있다며 “종종 정치인들을 망원렌즈로 사진 찍어서 그 사람이 뭘 검색하고 있는지 찍고 볼 수 있게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그걸 욕하기도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조차도 사진 촬영은 정치인이 말할 때만 찍을 수 있고 그것도 상반신만 한 곳의 케이블TV에서만 영상을 찍는다. 그리고 그 영상을 모든 매체들에게 공유한다. 우리나라는 좀 뜨거운 이슈가 있는 상임위 회의장에 가면 카메라 대수가 30대 정도 된다. 그러면 의원들이 책임있게 심의할까? 나는 카메라 앞에 두고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박 위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관을 갔었는데 그때 더욱더 실감을 했다.

 

한쪽에서 의원들이 카메라 앞에 와서 쫙 연기를 한다. 차라리 카메라가 없는 법안소위가 훨씬 더 실력있는 의원들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카메라가 다 있으면 그래 권력자를 우리가 모니터링해서 쥐어박아야지 이렇게 되는 게 아니라 누구나 다 인간의 나약함 때문에 잘 보이려고 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게 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상임위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박 위원의 주장이다. 다만 “꼭 필요할 때는 공개”하는 게 맞다는 전제를 달았다.

 

국회 채널도 아닌데 국정감사 뿐만 아니라 상임위 회의 모든 것을 유튜브 채널로 다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몇년 동안 모든 걸 공개 원칙을 바꿨다. 공개나 개방은 민주적 권리를 신장하는 효과도 있지만, 정치를 못 믿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독재 그러니까 정치를 다 민간 시장으로 넘기라는 흐름이라는 걸 여러분들이 알아야 한다.

 

 

요즘 흔히 “정치 고관여층”이라는 말이 있는데 독립 연구자 박권일씨도 그렇고 박 위원도 그렇고 주로 정치 팬덤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그래서 박 위원은 “정치가 다 공개돼야 한다면 그건 대중의 여론 영역을 지배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목소리를 갖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좋은 대표가 있어야 하고 좋은 정당이 있어야 위신있게 살 수 있다. 대부문의 시민들이 늘 여유가 있어서 국회 방송을 지켜보고 그걸 모니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영역은 되게 힘있는 사람들에게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있다. 미국 여러 주들에서 재정 관련된 사항을 결정하기 전에 주민투표를 하게 돼 있는데 90% 이상은 기업들이 지원하는 홍보회사들이 원하는 투표 결과로 나온다.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실제로 우리처럼 바쁘고 시간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누군가를 고용해서 얼마든지 여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이미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박 위원의 결론은 결국 정치에 과몰입하는 정치 팬덤에게 더 큰 영향력을 주는 것이 모든 걸 공개하는 흐름과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싫은 정치인에게 18원 후원금 보내고 전화해서 욕설하는 것이 그들에겐 재밌는 일이다. 정치인들이 정치 팬덤들의 불평등한 압력 정서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국민들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헌법에는 입법자들에게 양심에 따라서 본인들의 입법 활동을 하도록 돼 있는데 실제로는 입법의 시작부터 끝까지 사사건건 뭘 약속하고 그런 일들이 많아지면 그런 약속을 강요할 수 있는 시간과 압력 동원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입법 영향력이 훨씬 커진다는 역설이 있다.

 

→4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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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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