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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목숨 끊으려고 했나? “텐트에서 발견된 위험한 번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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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해수욕장 근처 텐트에서 20대 남녀 2명이 숨진채 발견됐다. 이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으며 텐트 안에는 무언가를 피운 흔적이 있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월28일 오후 5시50분쯤 광주서부경찰서에 다급한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서부경찰서 수사관들은 수색에 나섰고 실종자가 전남 영광에 있을 것으로 보고 영광경찰서와 공조 수색을 진행했다. 스마트폰 신호 등을 추적한 결과 수사관들은 29일 오후 영광 홍농읍 계마리에 있는 가마미 해수욕장 근처의 한 캠핑장으로 향했다. 캠핑장에 설치된 텐트들을 일일이 확인하던 도중 불이 꺼져 있는 텐트를 발견했고 그곳에서 쓰러져 있는 25세 남성 A씨, 29세 여성 B씨, 31세 남성 C씨를 찾을 수 있었다. 발견 시간은 저녁 7시20분이었다.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비롯 응급 구호조치를 실시했으나 A씨와 B씨는 끝내 깨어나지 못 했다. C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의 신체에는 외상 흔적은 없었으나 텐트 안에서는 무언가를 피운 흔적이 있었다. 그동안 평범한미디어에서 수없이 다뤘던 일산화탄소에 의한 텐트 질식사일 가능성이 높다.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캠핑장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거의 대부분 사고다. 하지만 이번 일은 사고가 아닌 사건인 것 같다. 경찰은 ‘극단적인 선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먼저 이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임이 밝혀졌다. 모르는 사람끼리 한 텐트에서 같이 있기란 쉽지 않다. 물론 야영장에서 만났다가 친해져서 같은 텐트에 있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한 모임을 통해 만난 것으로 추측된다.

 

 

결정적으로 사망자 중 1명이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고 해당 유족이 당시 경찰에 신고할 때 “우울증이 있는 자녀가 연락이 안 돼 걱정스럽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번개탄을 피운 것으로 보이는데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일산화탄소는, 암울하게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번개탄을 피우면 생기는 살상의 기체다. 자살의 방법 중 그나마 덜 고통스럽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통상 밀폐된 곳 즉 차량과 집에서 번개탄이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나 <D.P>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온다. <D.P>에서는 탈영병이 모텔에서 번개탄과 라이터를 이용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오징어게임>에서는 증권사 직원인 주인공이 선물 투자에 실패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번개탄을 피우며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한 때 극성을 부리던 ‘자살 사이트’는 여전히 SNS상으로 촘촘히 뻗어나가 변질되어 소규모화됐다. 트위터 등 동반 자살을 감행할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쉬워졌는데 지난 2019년 7월에도 제주의 한 팬션에서 성인 남녀 4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서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고 사는 곳도 다 달랐다.

 

과거 이웅혁 교수(건국대 경찰학과)는 연합뉴스TV <뉴스 현장>에 출연해서 굳이 동반 자살을 할 사람을 구하는 심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무래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데 상당히 두려움이 있다 보니까 서로 극단적 선택의 의지를 도와주기 위해 모임 또는 카페의 글을 통해서 만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왜곡된 카페 글 또는 유해 정보도 문제다.

 

 

함께 출연한 전지현 변호사(법무법인 시화)도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고 결심을 해도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든다. 이 두려움을 없앨 수 있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라며 “가족이나 형제, 자매 이런 사람들한테 얘기를 하면 나의 선택을 말릴 게 분명하다. 그래서 나랑 같은 결심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서 용기를 얻고 서로 같이 갈 길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파했다.

 

동반 자살 사례는 2006년 35명이었다가 10년 동안 거의 5배 가까이 뛰었다. 2015년에는 163명에 달했다.

 

갈수록 이렇게 수치가 급등한 이유에 대해 전 변호사는 “취업의 어려움과 재정적인 어려움, 경제적 어려움 그런 사회적인 데서 원인이 비롯됐다고 하지만 내 마음에 어떤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이 부족하다”면서 “SNS를 통해서 이런 정보들이 많이 교환되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자살 유해정보들에 대해 그동안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이 교수는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경찰청 누리캅스, 자발적으로 모인 단체에서 이것을 상시 모니터링을 해서 방송통신위원회나 인터넷 업체에 자발적으로 이와 같은 글을 삭제하도록 한다거나 또는 필요한 경우 경찰에서 긴급구조를 하기는 했다. 그러나 워낙 양이 많았고 구체적인 법적 근거는 없다는 문제점이 산재했었다.

 

그러나 2019년 7월 법이 개정되었다.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만들어졌는데 앞으로 자살을 암시하거나 방조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래서 호기심 또는 장난으로라도 자살을 유발할 수 있는 정보를 게시하지 않아야 한다. 정말 주의해야 한다.

 

또한 자살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번개탄에 대해서도 2016년부터 법률 정비가 추진되고 있다. 번개탄에 자살 예방 문구도 삽입했고 일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 신형 번개탄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마트나 인터넷 등에서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번개탄에 대해, 판매를 실질적으로 규제하는 법 체계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번개탄 판매자가 구매자를 상대로 용도를 확인하고 판매하도록 하는 강제 법 규정이 필요한데 아직 지자체 차원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실정이라 개선이 시급하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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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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