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47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정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평범한미디어 크루로 활동하며 ‘오목렌즈’ 기획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뇌성마비 휠체어 장애인 당사자다. 이번에 걸그룹 출신 방송인 송지은씨와 유튜버 박위씨의 결혼 자체가 논란이 되는 사태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목렌즈 주제로 가져와봤다. 커뮤니티와 유튜브 댓글 일부 여론에서, 하반신 마비로 인해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하는 박위씨가 “양심이 있으면 송지은을 위해 물러나야 한다”는 무례한 내용이 확인되었고 이런 황당한 인신공격이 합리적인 명분이 있는 것처럼 취급되고 있는 분위기가 있다.
심지어 “송지은의 결혼은 빅픽처”라면서 장애인과 결혼하는 그림 자체가 자신이 방송가에서 스토리텔링으로 어필되는 부분이 있어서 결정한 것이라고 단정짓는 모 유튜버의 황당한 영상이 20만 넘는 조회수가 나오기도 했다. 만약 그게 아니고 송지은씨가 평생 장애인 남편을 위해 봉사와 희생으로 결혼 생활을 하겠다고 맘먹은 것이라면 ‘철이 없는 것’이라고 규정하는 관점이 전제돼 있다. 나아가 ‘낸시랭과 전준주’ 사례를 들며 범죄자와의 결혼을 다 말렸음에도 사랑에 빠져 결혼을 강행해서 불행해지는 패턴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마치 송지은씨가 박위씨와 결혼을 결정함에 있어서 장애인 남편과의 결혼생활에서 도저히 감당하지 못 할 ‘실질적인 불편함’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고 섣부른 선택을 했다는 것이 영상의 핵심 내용이다.
박 센터장은 지난 17일 낮 12시에 이뤄진 전화 인터뷰에서 “왜 그런 얘기하지 않은가. 부부간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고”라며 “지금 외부에서 떠들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추측을 하고 있다. 장애인과 결혼하는 사람은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하는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근데 본인이 장애가 있으면 굉장히 정확하게 알 수밖에 없다. 나랑 사귀는 사람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그런 부분에 대한 대비를 어느정도 하고 시작을 한다. 그러니까 중도에 갑자기 만났다 헤어지는 경우에도 그동안 내가 사귀었던 그 정 때문에 못 헤어진다고 이야기하는 커플도 종종 봤다. 사실 박위씨와 송지은씨 이 두 분은 이미 다 알고 있고 그런 것들이 쉽지 않더라도 서로 굉장히 사랑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라는 걸 서로 확인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되는 건 송지은씨와 박위씨가 만날 때 주도성이 박위씨한테 있다. 그러니까 무슨 얘기냐면 송지은씨는 내가 이 사람을 만나서 희생하고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을 미리 하고 결혼을 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에서 결혼하는 커플 중 절반이 이혼을 하고, 누구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 못 하는 결혼의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비장애인 두 사람이 만나는 결혼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비합리적인 선택과 불행을 전제하며 ‘걱정을 빙자한 무례한 오지랖’을 들이대지 않는다. 박 센터장은 “(박위와 송지은 커플도) 보통 사람들하고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결혼을 했을 것”이라며 “그건 확실하다. 그러니까 뭐냐 하면 우리가 박위라는 사람의 장애 정도를 보는 건 (유튜브에서) 겉으로 보여지는 상황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가 어떤 재활 과정을 통해서 실질적인 생활에서 어느정도의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외부인들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런 얘기들을 많이 봤다. 박위가 알아서 좀 결혼까지는 하지 말아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 걸 많이 봤는데 장애인 남성의 입장에서 비장애인 여성한테 (먼저 결혼)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내가 좀 이기적인가? 그런 생각을 스스로 해볼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결혼까지 간다는 건 서로 엄청나게 깊은 고민을 했다는 얘기다. 송지은씨는 박위씨 못지 않게 이미 잘 알려진 사람이다. (박위씨와의 결혼을 통해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 그저 누군가의 소개로 만나 종교적으로 신앙적으로 맞아서 장애라는 부분을 뛰어넘고 결혼까지 했다. 송지은씨가 무슨 대단한 능력자라서 엄청난 희생을 할줄 알아서 그런 게 아니다. 일반적인 여성의 결혼 결심과 다르지 않다.
일부 네티즌들은 송지은씨의 모친이 서럽게 울고 있는 표정을 지었다는 것에 대한 해석을 제멋대로 내리고 있다. 박위씨의 남동생이 결혼식 축사 메시지로 ‘장애인 친형에 대한 돌봄과 희생’의 짐을 송지은씨가 기꺼이 떠맡아줘서 고맙다는 취지를 강조했는데, 정작 결혼식 내내 송지은씨의 모친은 장애인 사위를 맞이하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거라고 프레임을 씌워버렸다. 이런 내용을 담은 유튜브 컨텐츠와 온갖 커뮤니티 게시물 그리고 이런 여론이 있다는 걸 전하는 어뷰징 보도들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자식 가진 부모들은 누구나 결혼식장에 서있는 자식의 얼굴을 보며 감회에 젖어 눈물을 흘리곤 한다. 실제로 송지은씨 모친이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꼈는지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은 상황에서 딸의 불행한 결혼을 애달파하는 것이라고 멋대로 해석하는 행위 자체가 폭력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르는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염려를 하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무시를 한다. 모르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해 약간의 공포가 있다. 주변에서 장애인을 만나본 적이 없고 특히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라고 하니 더 두려움으로 느낄 것이라고 단정한다. 근데 박위씨나 송지은씨를 아는 지인들은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박위씨의 신체적인 능력이나 의지, 두 사람의 관계와 실질적인 상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모르는 사람들이 추측으로 머릿 속으로 그리고 있는 호랑이와, 실제로 호랑이를 봐왔던 사람들이 생각하는 호랑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박 센터장은 송지은씨를 걸그룹 출신 연예인으로 접한 일반 대중이 “송지은씨 같은 사람이 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만나는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지점을 짚었다. 2005년 KBS <폭소클럽>에 출연했던 개그맨 박대운씨도 어렸을 때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어 박위씨처럼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하는 장애인이지만 비장애인 여성과 결혼했다. 다만 예비 신부가 송지은씨와 같은 유명인이 아니라서 지금처럼 전국적으로 무례한 비난을 듣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박대운씨도 “(결혼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대가 심했다. 그런 걸 다 이겨내고 나와 결혼해준 아내한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결혼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송지은이라는 인물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 적어도 어느정도 되는 사람과 결혼을 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다 있다. 무슨 얘기냐면 송지은씨 같은 경우는 수많은 대중이 전부 자기 지인으로 알고 너 그러면 힘들텐데? 네가 굳이 왜? 이런 심리가 있다. 송지은씨 본인은 모르지만 본인을 팬으로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냥 알고 있는 사람들 모두 걱정을 빙자한 잔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작 제일 많이 걱정하고 제일 많이 생각했던 사람이 누구일까? 본인이 모든 걸 뛰어넘어서 잘 살겠다고 얘기하고 가능하다고 얘기하는데 타인이 네가 몰라서 그래라고 얘기하는 건 송지은씨를 못 믿겠다는 얘기다. 그냥 박위씨한테 알아서 물러나야 된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먼저 물러나면 된다.
이런 지점이 있다. 통상 사람들은 너무 먼 관계이거나 남의 일에 대해서는 차별과 불평등을 말하지 않게 된다. 근데 나의 주변 사람 일이라면? 내 가족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박 센터장은 “차별이 아주 멀리 있을 때는 없다. 남일이면 차별하면 안 된다고 하고 도덕책에서 나오는대로 얘기를 한다”며 “근데 나랑 어떻게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다 싶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런데 박위씨와 송지은씨의 결혼은 그저 방송과 유튜브에 나오는 셀럽의 결혼일 뿐인데 고나리질을 하고 있다. 즉 유명인들의 결혼이더라도 자신이 개입해도 될만한 명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갑자기 나서서 한 마디씩 내뱉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보면 또는 이제 우리가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의 생각을 접하게 되면 분위기가 옛날에 비해 많이 달라진 게 뭐냐면 확실히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성소수자 등에 대한 인종차별이라든지 지역 혐오와 같은 각종 혐오에 대해서 문제라고 말할 수가 있고 또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시대이긴 한 것 같다. 그런데 겉으로는 도덕책의 관점으로 말하겠지만 속으로는 그런 적나라한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결국 그러다보면 조금만 명분이 있다고 생각되면 당당하게 그런 차별적인 생각을 합리적인 주장인 것처럼 얘기를 하게 된다. 옛날에는 차별적인 말을 대놓고 내뱉었지만, 그래도 그런 게 문제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걱정과 우려의 진정성이 있다고 여겨지면 합리를 빙자해서 타인의 결혼을 비난해도 된다고 여기고 있었다. (by 박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