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여기 굉장히 독특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는 배달 라이더이자 사회운동가다. 그리고 배우 지망생이기도 하다. ‘부케’라는 말은 예능에서 너무 많이 써서 이제는 정말 진부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를 설명할 때는 부케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가 없다. '독고다이 인생' 두 번째 주인공은 한림예고 사태 취재 의뢰를 통해 알게 된 2000년생 올해 23세 최민석씨다.
최씨는 앞서 말했다시피 배우 지망생이다. 아직 정식 배우는 아니지만 자신만의 신념으로 주인공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자신만의 드라마를 연기하고 있는 최씨의 삶을 평범한미디어가 조명해보려 한다.
지독히도 추웠던 지난 15일 15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카페에서 최씨를 만났다. 한림예고 사태 때문에 전화로 목소리만 들었었는데 직접 보니 너무나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먼저 가볍게 요즘 주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물어봤는데 최씨는 배달 라이더로 살아가는 게 가장 큰 부분이라고 답했다. 최근에는 드라마나 영화 엑스트라 알바를 했다고도 한다. 동시에 최씨는 바쁜 와중에도 다양한 인권 운동과 정당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최씨는 지금 '한림예고 정상화 공동행동' 및 '예술고학생특별법제정연대'의 수장을 맡고 있다. 스스로 만든 단체인데 조직을 결성할 만큼 간절했다.
딱 봐도 너무 바쁘고 정신없을 것 같은데 힘들지는 않을까.
최씨는 “자신이 사회 운동을 하면서 책임감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힘들고 버겁긴 하다”면서도 “한림예고 정상화 운동이나 다른 예술 관련 운동을 처음 할 때는 내가 주력이 아니었다. 그러나 점점 공동대표 같은 것도 맡게 되고 책임감을 많이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한림예고 출신도 아닌데 왜? 그냥 특별한 관계성은 없지만 원래부터 예술 관련 이슈에 관심이 많았고 개선해야 할 것들을 발견했다고 한다.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활동을 이어나갈수록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내가 실패하고 힘든 것은 괜찮다. 그러나 학생들이나 관련 종사자들에게 누를 끼칠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다.
독고다이 인생 인터뷰의 단골 질문이다. 힘들 때 뭘로 스트레스를 풀고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 같은 게 있을까?
최씨는 딱히 별도로 하는 취미생활 같은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고 학생들이나 강사들의 절실함을 보면서 다시 힘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게 원동력이었다.
솔직히 다른 사회운동들은 내가 아니라도 사람들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차별금지법이라든가 사회 개혁 관련된 것들은 비교적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활동가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림예고 문제 등은 나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책임감이 막중하다. 학생들을 만나면 무사히 졸업시켜 주겠다는 말까지 한다. 그래서 내가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최씨의 존재감 어필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남이 잘 하지 않는 사회운동을 함으로써 자신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스스로 업을 만들어나가면서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다. 책임감이란 단어가 인터뷰 내내 수 십번씩 언급됐다.
사실 최씨에게 책임감은 양면성이 있다. 책임감은 최씨에게 부담감과 원동력을 동시에 선물해줬기 때문이다.
최씨는 현재 기본소득당 당원이다. 기본소득당은 진보정당들 중에서 정의당 빼고 유일한 원내정당이다. 최씨는 원래 미래당 소속이었지만 여러 요구들이 수용되지 않자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었고 이내 탈당했다. 그래서 최씨는 자신을 받아주는 기본소득당으로 갔다.
최씨는 “기본소득당이 한림예고 문제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그래서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며 “개인적으로 기본소득당이 내게 (직접 연락을 주진 않았지만) 호의적인 것 같았다”고 밝혔다.
누구나 인생의 황금기가 있다. 전성기 말이다. 최씨는 지금이 바로 전성기라고 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확신에 찬 기세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예술 관련 활동을 하면서 대표라는 직함을 달고 토론회에 초정되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작지만 좋은 영향력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 그리고 성취감도 많이 느끼기 때문에 나름대로 전성기라 생각한다.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는 최씨지만 때로는 고독한 감정이 밀려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고독하고 외로울 때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예상이 되지 않은가? 더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럴 때는 배달 일이 되었건 무엇이 되었건 더 바쁘게 일해서 잊으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잊게 만든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 같은 게 있을지 궁금했다.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예술 관련 운동들이 좀 더 대중화되고 활성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안내상 배우나 우현 배우 등과 같이 연기 활동을 하면서 사회운동을 하는 소셜테이너가 되고 싶다.
사실 라이더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라이더유니온 활동을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최씨는 “라이더 일은 2년전부터 시작했다. 물론 돈을 벌려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은 라이더유니온에 가입하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배달 노동자들의 고충도 더 느끼고 싶고 사회운동도 하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직접 라이더가 되어 보니 무엇이 문제이고 뭘 개선해야 할지에 대한 감이 잡혔다.
고충은 아무래도 배달 일을 한다고 무시하는 일부 어리석은 시선이었다. 그리고 보험료 문제나 소득세 등의 세금 문제가 있다. 또 시급제가 아니라 건 바이 건으로 돈을 버는 구조다 보니 (잘 버는 사람은 나름 잘 벌겠지만) 기본적으로 소득이 불안정하다. 바쁘게 배달하다 보니 자잘한 딱지도 많이 떼인다. 그리고 배달 특성상 오토바이로 일정 속도 이상을 내야 하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성도 절대 무시하지 못 한다.
다시 묻고 싶었다. 한림예고 문제를 갖고 지속적으로 평범한미디어에 제보를 해왔던 최씨였다. 그의 시그니처나 다름 없었다. 페이스북에서도 한림예고 활동 소식이 자주 업로드됐다.
원래부터 예술 노동자 처우 개선 등 예술 관련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한림예고를 다닌 적은 없다. 나는 한림예고와 아무 관련이 없다. 그러나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이나 교직원들이 너무 안 돼 보였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학생들을 도와주는 어른들이 많이 없었고 언론도 크게 다뤄주지 않았다. 아무도 나서주지 않는 것 같아 내가 직접 나섰다.
아무도 나서서 목소리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설 이유가 선명해졌다. 한림예고에 대한 최씨의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에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나서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씨 스스로도 얻은 것들도 있었다.
최씨는 “그래도 이 활동을 통해서 배우 소속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사회 활동가로서 입지도 생겼다. 나 역시 나름대로 얻은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 지망생이자 소속사에 속해 있다고 했다. 본지 기자 역시 개성파 배우를 꿈꿨던 적이 있다. 최씨는 사실 주목 받는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말발? 노래? 외모? 셋 다 자신이 없기 때문에 배우로 방향을 잡았다.
국민 예능이었던 무한도전을 보면서 연예인의 꿈을 키웠다. 연기자, 가수, 개그맨, MC 등 무엇이 됐든 연예인 자체가 꿈이었다. 그런데 나는 노래를 못 한다. 그렇다고 외모가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나마 할 수 있는 배우를 생각하게 되었다. 현재 소속사에서 열심히 연기를 공부하고 있다.
평범한미디어는 멋진 배우가 되면 다시 한 번 최씨와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하고 즐거운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