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다이 인생⑭] 안효준씨의 청년 정치 도전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 등록 2023.01.04 05: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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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이번 독고다이 인터뷰의 주인공은 비영리단체 ‘틈사이’의 대표 안효준씨다. 효준씨는 단체를 운영하면서 학업을 병행하고 있고 정치활동까지 하는 등 아주 바쁜 삶을 살고 있다. 효준씨는 과거 국민의당(민주평화당→민생당)에 몸담은 바 있으며 비록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을 옮겼지만, 여전히 양당체제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1996년생 청년 정치인이다. 틈사이 외에도 한국청년위원회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청년 문제와 자기 지역구(서울 영등포구)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여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단 틈사이라는 이름의 뜻이 무엇인지 궁금한데 효준씨는 “각종 세대나 지역 내에서 벌어지는 간극, 즉 틈의 간격을 채워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 11월22일 낮 3시 국회 근처의 한 카페에서 효준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일단 언제나 그랬듯이 근황을 물어보았다. 효준씨는 “지금 대학생이고 틈사이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고다이 인터뷰에 나왔던 많은 사람들처럼 효준씨도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었다. 효준씨는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시간’을 꼽았다.

 

아무래도 시간인 것 같다. 나랑 같이 하는 사람들 중에는 직장인도 있고 프리랜서도 있다. 나를 포함한 3명 모두 같은 시간을 맞추는 것이 힘들다. 나도 개인적으로 학업을 병행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이 모여서 시간 내고 회의하는 게 고충이 있는 것 같다.

 

시간 관리가 원래 어려운 법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준씨는 이러한 대외 활동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힘들 때마다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애정이다.

 

일단 활동들이 너무 재미있다. 그냥 이 일을 하는 게 좋다. 물론 학업과 개인적인 일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 그래도 좋다. 요즘은 인터뷰를 하러 많이 다닌다. 사실 어제도 강릉을 다녀왔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워가는 과정이 정말 즐겁고 뜻깊다. 다른 성공한 단체들을 보며 어떻게 하면 그들처럼 될 수 있을지도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너무나도 설렌다. 그렇게 힘든 점을 잘 극복할 수 있는 것 같다.

 

 

이제 또 다른 공식 질문이다. 효준씨가 생각하는 내 인생의 전성기가 있을까? 다들 그랬던 것처럼 효준씨는 전성기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다고 했는데 “앞으로 전성기가 시작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제일 행복한 시간이 언제였는지 바꿔 물어봤을 때는 현재라고 답했다.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젊은 청년이기 때문이다. 아직 40~50대가 아니지 않은가? 제일 행복한 순간? 바로 지금이다. 나는 2020년부터 계속 지역에서 단체를 만들고 뜻있는 사람들과 항상 함께하고 싶었다. 하지만 계속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과 같이 지역 활동을 하고 또 지역 사업을 하는 지금이 너무 재미있고 행복하다. 현 시점이 나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효준씨는 지금 현재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그런 효준씨도 고독하고 외롭다는 감정을 자주 느낄까? 뭔가 그런 감정을 잘 느끼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역시나 그랬다.

 

그런 걸 느낄 겨를이 없다. 학업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하다 보니 그런 감정보다는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요즘에는 특히 일에 파묻히면서 더 그런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노력들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 현재에 충실한 효준씨답게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나아가 단체가 잘 운영되는 것이 지금 효준씨에게는 가장 중요한 과제들 중에 하나다.

 

일단 작게는 우리 단체가 11월부터 서울시에서 사업을 하나 받아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일단 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는 게 1차적 목표다. 이후 내년도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부차적으로 우리 단체를 향후 5년 정도 어떻게 운영하고 활성화할지 계속 생각 중이다. 사실 그 이후에는 잘 모르겠다. 일단 작게 보는 편이라서 그렇다.

 

 

틈사이를 비롯 효준씨는 지금 살고 있는 영등포구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지역 문제를 발굴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주로 영등포에서 활동을 한다. 다들 영등포라는 지역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무엇이 문제인지 더 발전시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는데 꼭 영등포라는 지역에만 한정하고 있지는 않으려고 한다.

 

이제 개별 질문으로 넘어가보자. 사실 효준씨의 정치 활동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한 보따리였다. 일단 구 국민의당에 처음 입문을 하게 된 그때 당시의 스토리부터 듣고싶었다.

 

내가 2016년 말에 당시 안철수 의원쪽에서 주최하는 청년 아카데미를 우연히 알게 되어 신청했다. 그곳에서 한 5주간 교육을 들었다. 거기서 만난 사람과 연락하고 지내던 와중 2017년 초에 국민의당 서울시당 청년위원회 활동을 같이 하자고 권유받았다. 그렇게 해서 국민의당에 입당하게 되었다.

 

 

효준씨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사태를 지나 민주평화당을 거치고 민생당까지 그동안 비양당 제3지대 정당들에서 활동을 해오다가 2020년 총선에 이르러 결국 민주당으로 입당했다. 효준씨의 ‘정치史’에 대해 되돌아보는 질문을 던졌다.

 

국민의당에 입당을 하고 대선도 거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 1기 때는 정말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국민의당에 뭔가 적응도 하기 전에 대선(2017년)을 치르고 또 그 다음에 전당대회를 했다. 그 당시 후반기에 대학생위원장을 맡아서 뭘 좀 해보려고 하다가 그만 국민의당이랑 바른정당의 통합 사태(2017년 말)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다 안철수 대표를 따라서 바른정당과 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나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3지대가 잘 자리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당과 정당간의 통합만으로는 안 된다. 좀 큰 틀에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선거제도 개혁 같은 거다. 어쨌든 단순히 물리적 결합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반대했다.

 

그 당시 국민의당 내부에서 통합파와 반통합파의 갈등은 정말 치열했는데 청년 조직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전국대학생위원장이 발표를 하니 마니 해서 나를 많이 제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발표했다. 그런 사태 이후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시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이었던 정호준 위원장을 따라서 신당 창당(민주평화당) 기자회견을 하고 청년본부 비슷한 것을 세웠다. 결국 이것 때문에 당에서 징계를 받았고 이로 인해 탈당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2018년 합당을 완료한 이후 바른미래당이 되었지만 2020년 총선 직전 해체되기까지 내내 계파 갈등을 겪었다. 당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유승민계와 안철수계, 손학규계가 끊임없이 반목했고 결과적으로 모든 세력들은 총선을 마치고 거대 양당으로 흡수됐다.

 

효준씨는 민주평화당이 막 시작되고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마치고 군에 입대했고, 제대를 했을 때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민생당으로 또 당명이 바뀌어 있었다. 

 

민주평화당에 들어갔다. 딱 지방선거를 치르고 입대했는데 제대하고 나니 당이 다 통합되어 민생당으로 바뀌어 있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이후 총선까지 치르면서 많은 후보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일도 많이 했다. 여기까지를 끝으로 나는 제3지대 활동을 접었다.

 

아무래도 민주당 김민석 의원(영등포을)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고 탈당을 감행해서 민주당으로 입당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됐었는데 기존의 선입견과는 달리 효준씨는 1년간 당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탈당 이후 한동안 당적이 없었다. 한 1년 정도 없었는데 어떻게 지역에서 활동할지에 대한 고심을 했다. 그러다가 2020년부터 단체를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가 김민석 의원실에서 먼저 청년 조직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이 들어왔다. 이게 계기가 되어 2021년 여름쯤에 민주당에 입당하게 되었다.

 

 

꽤 파란만장한 정치 인생을 걸어온 효준씨가 생각하는 ‘청년 정치’란 무엇인지 궁금했다. 효준씨의 정치 활동을 들여다보면 청년이란 키워드를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나름의 청년 정치에 대한 비전이 있을 것 같았다.

 

청년 정치라... 어떻게 보면 어려운 질문인데 나는 청년들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를 하는 청년들이 (당선 등 중용이) 되는 게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청년이라는 담론은 사실 거쳐가는 담론이다. 청년이라는 시기가 지나면 이 담론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청년 정치인들이 되게 어려운 것 같다. 그러니까 청년 의제도 챙겨야 되고 다른 의제들도 신경써야 한다. 나는 청년과 관련된 현안과 의제도 챙겨야 하지만 다양한 분야를 청년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청년 정치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기성세대의 접근법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법이 될 것이다.

 

아무튼 밖에서 바라봤을 때 정치인 안효준의 주요 의제는 청년 정치와 지역 발전(영등포구)인 것 같은데 스스로 돌아봤을 때 본인이 걸어왔던 청년 정치의 길과 내용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20대 초중반까지는 굉장히 소신있게 살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할 때 안철수 대표를 따라갔더라면 더 성장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 성장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지고 있던 주관이나 가치가 더 뚜렷했기 때문에 그렇게 따라가지 않았다. 여러 활동을 하면서도 앞뒤 생각을 잘 안 하는 편이다. 내 나름대로는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정의로운지에 대해서만 생각했던 것 같다. 과거의 내가 했던 말과 행동들이 현재의 나를 어렵게 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이다.

 

 

사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해왔던 삶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은 좀 많이 아쉽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있는 것 같다. 이상적으로는 투쟁하고, 불의에 맞서고, 정의를 외쳐야 하지만 현실적인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현실을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 하는 과정이 있고 단체가 돌아가는 역학 과정 같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과도하게 열정적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한국 정치판에서 ‘청년 정치’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흘러왔는지에 대한 진단과 비판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물었다.

 

청년들이 한국 정치에서 많이 소비된 것 같다. 지역이나 중앙이나 똑같다. 청년들을 옆에 앉혀놓으면 그림이 좋아 보이지 않은가? 지역이나 중앙에서 의제를 활용할 때 청년들이 있으면 뭔가 새로워 보이고 기존의 질서를 탈피한 느낌이 든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항상 여기에서 끝나는 데 있다. 들러리로만 세운다. 권한도 주지 않는다. 무슨 인력사무소도 아니고 계속 어디서 몇 명을 데려오라는 말만 한다. 이런 게 반복되다 보니까 지친다. 청년 정치를 하는 청년으로서 굉장히 지치고 회의감도 많이 느낀다. 

 

 

실제로 효준씨는 정치권을 떠나는 청년들을 꽤 목격했다고 한다.

 

정말 당에서도 보면 반짝거리는 친구들이 많다. 내가 보기에 이렇게 괜찮은 사람들도 이런 구조 속에서 많이 힘들어한다. 실제로 떠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당에 청년들 자체가 좀 많아져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이라고 생각한다. 정작 괜찮은 청년 정치인들이 빠져나가 버린다. 어떻게 보면 청년 정치라는 풀도 고여버리는 것 같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지나오며 청년! 청년! 외쳤지만 아직도 청년들이 활동하기에는 척박한 분야가 정치인 것 같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이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같은 사례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동석한 박효영 기자가 질문했는데 효준씨는 두 인물에 대해 칭찬을 먼저 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냥 단순히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두 분 다 좋은 플레이어다. 정치의 목적과 정당의 목적은 어쨌든 표를 얻고 정권을 잡는 게 목표다. 그런데 이준석 전 대표와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각각 양당에 있으면서 세대와 성별을 완전히 분리시켜놓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영남과 호남을 찢어놓았던 것처럼, 이번 대선은 남성과 여성을 분리시켜놓은 것 같다.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플레이어로서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봤을 때 세대 분열과 성별 분열을 초래해서 찢어놓은 것 같다. 그래서 안타깝다. 그래야만 돋보이는 게 청년 정치의 현실이라면 대단히 안타까운 부분이다.

 

 

효준씨는 앞으로 영등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더 집중해보겠다고 밝혔다.

 

지금 지역 문제를 많이 보고 있다. 지역에 산재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조차도 지역을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 지금 주목하고 있는 아젠다라고 하면 나는 그냥 딱 지역인 것 같다. 영등포라는 지역 말이다. 그래서 나는 선배들, 지역 어르신들 등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발로 뛰면서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즘에는 지역 문제에 집중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향후 3~4년간은 여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효준씨는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담론이라도 실질적인 것을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창 거대 담론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런 것들에도 관심이 많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개혁, 언론 개혁 담론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그런 아젠다보다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아젠다에 집중하려 한다. 이를테면 튀어나와 있는 보도 블럭을 정비해달라는 요청 같은 것이다. 그런 것들이 더 중요한 것 같고 오히려 주민들에게 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윤동욱 endend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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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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