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고 싶은 배역? “국민에게 사랑 받는 정치인 연기”

  • 등록 2024.02.21 12: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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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부터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가 진행하고 있는 기획 인터뷰 시리즈 [독고다이 인생] 21번째 인터뷰입니다. 독고다이 인생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의 삶에 주목해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21번째 인터뷰 주인공 장도국씨에 대한 기사는 2회에 걸쳐 출고됩니다. 이번 기사는 2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현장 인터뷰: 윤동욱 기자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뻔한 질문이지만 연극배우 장도국씨에게 맡고 싶은 배역이 있냐고 물었고 흥미로운 답변을 들었다. 도국씨는 “내가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올바른 정치를 실현하는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물론 도국씨는 이미 정치 도전을 선언한 만큼 단순히 배역에 대한 차원이 아니었다.

 

 

지난 1월25일 14시 광주 서구 상무지구의 모 카페에서 도국씨를 만났다.

 

도국씨는 이날 총선 출마 결심 배경, 정의당 당원임에도 탈당해서 개혁신당 소속으로 출마하려는 이유 등등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독고다이 인터뷰 질문지를 모두 소화하고 말미에 나눈 대화였는데 사실 도국씨가 정치인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고 한 배경에는 그런 타이밍이 작용했던 것이다.

 

그게 연극이든 영화든 뭐가 됐든 올바르고 소신있는 정치인 역할을 해보고 싶다. 국민들이 원하는 대사를 쓰면 되고 그 태도를 갖추면 되는 거다. 그렇게 그런 인물을 창조해나가고 싶은 게 목표다.

 

정치인 연기를 넘어 실제로 좋은 정치인이 되어 보고 싶다는 도국씨의 마음이 느껴졌다. 도국씨는 광주 지역에서 15년간 연극배우로 활동해왔는데 주로 맡았던 배역 캐릭터에 대해 “실존 인물을 연기했던 것들이 좀 많았다”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 윤상원 열사 등이다. 의병 장군 역할을 했던 것들도 있다. 시대물이나, 어떤 사회 구조나 문제들을 다룬 작품들에 참여를 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첫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도국씨는 “내가 21살 때 했던 품바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고 많이 힘들었다”면서 “배짱있게 도전한 것이었는데 막 연극을 시작한 친구가 1시간 반짜리 모노 드라마를 공연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진짜 해보겠다고 결정하고 해내기 위해서 판소리 선생님을 찾아가서 배우고, 탈춤도 배우고, 연기도 연출자와 3개월 동안 하루에 10시간 연습실에서 살면서 연습했다. 의상도 소품도 분장도 연출자와 둘이서 연극이 만들어지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다 했다. 민들레 소극장에서 했는데 그래서 기억에 남고, 맡았던 배역 중에 가장 힘들기도 했었다. 품바라는 캐릭터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캐릭터다. 그때 당시 내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지만 어떻게든 외워서 소화했다. 그래서 더더욱 힘들었다.

 

사전 조사를 해봤을 때 연출 경험 있는 걸로 알고 있어서 물어봤다. 연출과 연기를 할 때 각각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도국씨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책임감의 크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가끔 팀이 작업을 하다 보면 누군가는 또 연출자 역할을 해야 한다. 돈이 없으니까. 스태프를 해야 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런 과정에서 연출을 해본 경험이 있다. (연출과 연기의) 큰 차이는 없는 것 같긴 한데 책임감에 있어서 다르다. 배우들도 크게 보고 혹은 자기 걸로 좁게도 보고 다 한다. 근데 연출은 제반환경, 돈을 마련하고, 대관을 하고, 사람을 모으고 등등. 배우는 맡은 인물을 책임지고 작품까지 바라보는 것 정도면 되는데 이제 연출은 이 공연이 잘 되기까지의 모든 앞뒤 과정에 책임을 진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사실 도국씨는 원래부터 연극과 문화예술 전반을 가리지 않고 나름대로 자기 소신과 주관이 뚜렷하다. 정치 도전과 무관하게 그가 생각하는 문화예술 공공 지원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도국씨는 이제 더 이상 공공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공공 지원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이미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는데 도국씨는 “문화예술계의 공공 지원, 연극계의 공공 지원은.... 사실 공공 지원 없이 연극을 하는 주체가 한 5%나 되려나? 자력으로 연극을 하는 전문예술단체가 지원 없이 하는 경우는 10% 정도 되는 것 같다”면을 운을 뗐다.

 

중간 섹터 생활예술이나 취미그룹이나 등등 이제 그런 것들은 좀 자력으로도 하는 것 같다. 어쨌든 10%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10%도 내가 많이 잡았다. 지금 문화예술 연극 지원은 대부분 문체부로부터 출발한 돈이다. 혹은 지자체 보조금 사업을 통해서 축제의 현장에서 이뤄지는 건데 요즘 여러 사업들이 많다. 2만원을 넘어본 적 없는 그 티켓 값으로 지자체에서 자력으로 돈을 투자해서 작품을 만들어서 적자를 보지 않고 0을 맞춘다? 마이너스 안 나면 다행이다. 그만큼 자력으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도 내 일을 할 수 있는 분야가 세상에 얼마나 있갰는가? 물론 1년에 3~4회 지원 사업을 받아서 하거나 지원 사업을 하는 곳에서 연극배우로 들어가거나 뭔가 스텝으로 또 일을 하면서 소득을 버는 등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는 있다. 다만 파이가 작다.

 

도국씨는 임계치가 왔다고 환기했다. 즉 “냉정하게 생각해 볼 시점”이 지금이라는 것이다.

 

문화 기본권으로서 시민들의 더 나은 문화생활을 위한 미션을 수행하는 존재로서의 예술이 지금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냐에 대한 중대 기로에 서있다. 공공 지원만을 근거로 혹은 공공 지원의 확대를 계속 주장하면서 예산의 파이를 계속 키우고 결국 그 키워진 것은 또 N분의 1을 할 수밖에 없다.

 

사실 공공에서 돈을 받아도 문화예술인들은 충분치 않다. 먹고살기 빠듯하다. 도국씨는 “우리가 (지원 받는 것 이상으로) 정신적, 육체적 노동력을 투입하고 있다”며 “2000원 지원받고 우리 주머니에서 2000원 보태서 4000원 짜리 작품을 만들고 있고 그 이상으로 이미 노동력을 제공해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창작과 상상력의 측면에서 우리의 정신적, 육체적 노동력을 갈고 갈아서 다 넣고 있다. 이미 우리는 자부담을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의 예술은 우리가 이렇게 지원을 꾸준히 해주는데 왜 성장을 못 하니?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 우리는 이미 자부담을 하고 있다. 우리가 자부담을 안 한다면 주머니에 돈이 들어와야 된다. 근데 어떤 지원 사업을 하더라도 내 주머니에 돈이 안 남는다.

 

그래서 도국씨는 “이제는 자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많이 받았다. (계속 공공 지원에만 의존하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걸 받아야만 공연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문화예술 공공 지원은) 이제 시작하는 존재들한테 쓰여져야 된다. 나는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지원만으로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새롭게 예술의 길을 갈 사람들에 대한 교육 그런 것들을 더 탄탄하게 갖추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지금은 단순히 파이 키우기만 하고 있다. 모든 분야가 그렇다. 예산 깎이면 왜 예산 깎았냐? 그렇게 할 바엔 그냥 국가가 다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하는 게 낫다.

 

 

도국씨가 정치사회 의식을 키우게 된 계기가 있다. 2020년 광주시립극단 갑질 사태를 폭로하게 되면서 정의당과 청년유니온에 가입했던 건데 그때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립극단 사건을 통해서 만난 주체들과 진행했던 그 모든 과정이 다 정치 활동이었다. 개인의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 확장시켜서 해결을 모색했다. 그때 함께해줬던 분들 중에 광주 청년유니온,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 정의당 광주광역시당 문정은 위원장, 광주시당 배준영 사무처장, 윤미향 국회의원, 그 당시 광주 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과, 김다정 사무국장 등이 함께 해주셨다. 무대에만 있을 때는 막연하게 유권자로서 정치를 선택하는 정도였는데 사회활동을 하게 되면서 정당에 바라는 것들을 요구하고 제시하는 정도의 정치 참여를 했던 것 같다. 그 범위를 넘어서지는 못 했던 것 같은데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 촘촘하게 연대했고 문화예술 현장에 있는 노동 문제, 성평등 문제, 수많은 폭력들을 제기하고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다.

 

어쩌면 그때부터 조금씩 정치인의 꿈을 꿨던 게 아닐까 싶다. 도국씨는 “우리만 문제제기를 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구나”라며 “문제를 개선해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도국씨는 문제가 터졌을 때만 관심 갖는 한계를 넘어 꾸준히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어떤 행간이 있는 걸까?

 

다만 아쉬운 건 큰 한방을 해주는 것도 중요한데 누군가의 영웅적 활약을 기다린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 있다면 위기의 등판에서 결말을 맞이하게 해주는 존재만을 기다리진 않았다. 이 발단부터 모든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예술 현장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활동이 끝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본인이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면 그런 역할을 해보겠다는 다짐으로 받아들여졌다. 끝으로 도국씨는 내부 고발 이후 블랙리스트 등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는지 묻는 질문에 “모든 불이익에 대해서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내가 당한 불이익의 여러 형태를 굳이 이야기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다만 다른 이들한테는 반복된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기를 바란다. 물론 힘들었다. 막 장도국이라는 사람이 시립극단의 연출이나 어떤 지위를 차지하고 싶어서 동료와 함께 이런 일을 꾸몄다. 이런 것들을 언론에 제보한 분들도 있었다.

박효영 eduna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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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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