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의 오목렌즈] 62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드디어 4개월간의 12.3 계엄 사태가 마무리됐다. 탄핵 찬반 여부와 무관하게 전국민이 넉달간 고생이 많았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뭐라고 그래야 되나 한 거 없이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4일 오전 11시22분 헌법재판소에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선언하자마자 박 센터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일정이 있어서 바로 받지 못 했고 17시에 정식 전화 대담을 하기로 했다.
박효영 기자: 그동안 많이 힘들었는데 드디어! 근데 그동안 왜 불안했냐면 헌법재판관들이 다른 판단을 할 것 같아서 불안한 게 아니라 워낙 탄핵을 반대하고 계엄을 옹호하는 세력들이 은근히 좀 커 보여서 그 사람들 스피커가 시끄러워 보여서 그래서 헌법재판소도 영향받는 게 아닌가라고 해서 8대 0이라는 믿음이 약해져가고 있었고 그거를 우리도 반영해서 지난 오목렌즈 대담 때 다뤘는데 결론적으로 아주 깔끔하게 결과가 나왔다. |
박성준 센터장: 내가 직전에 오목렌즈에서 말씀드렸던 8대 0으로 가기 위한 진통이다. 그 이전에 다른 결과가 나올 거였으면 진작 나왔다고 말씀드렸던 게 현실이 돼서 무척 기쁘고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전’자 붙이는 게 이렇게 좋은 일인지 몰랐다. 윤 전 대통령이 아직 심판받아야 될 것들이 많다. 끝나지 않았다. |
박효영 기자: 불소추특권이 없는 자연인 윤석열은 이제 수사와 재판의 소용돌이가 기다리고 있다. |
박성준 센터장: 그 과정에서 갑자기 또 자연인 윤석열을 불쌍해하는 사람들이 그를 우상화하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탄핵 인용 직후 변호인단을 통해 메시지를 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 많이 부족한 날 지지해주고 응원해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 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 사랑하는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위해 늘 기도하겠다.
박 센터장은 “짧은 건 좋지만 왜 그런 메시지를 냈는지 전혀 이해를 못 하겠다”고 직격했다. 왜냐면 “핵심이 다 빠졌기 때문”이다.
4개월 동안 했던 일이 굉장히 잘못된 일이고 굉장히 어리석은 일이었음을 헌재가 확인시켜줬고 이로 인해서 국민이 받았을 많은 어려움과 그런 것들에 대해서 깊이 사죄한다는 이야기가 없다. 자연인 윤석열은 이제 선택지가 2개 밖에 없다. 죽지 않으면 무기징역. 그러니까 내란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까 엉뚱한 얘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2분간 읽어내려간 판결문 전문을 텍스트로 정독해본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읽기 쉽고, 논리적이고, 상식적이고, 길지만 간결하다. 박 센터장은 “혹시 법조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 판결문을 한 번 꼼꼼히 읽어보고 따라 써보고 그래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했다.
박성준 센터장: 굉장히 간결하면서 핵심만 남아서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다 얘기했다. |
박효영 기자: 맞다. 주목되는 부분이 많이 있는데 나는 그 대목이 좋더라. 정치의 문제로 해결해야 되고 이미 법에 나와 있는 제도로 다 할 문제지 병력을 동원하는 긴급 조치권으로 할 건 아니다. 이렇게 명백히 밝혔다. 그 다음에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은 페북에 썼지만 민주당에도 한 마디 한 대목이다. 그러니까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했다. 노력을 안 했다는 얘기다. |
박성준 센터장: 지금 무슨 얘기를 하냐면 윤석열 대통령이 한 것은 분명히 선을 넘은 면이 있으나 민주당의 국회에서의 행위는 마치 윤 전 대통령이 위헌적인 계엄을 하게끔 부추기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면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본 것 같다. |
박효영 기자: 야당과의 갈등이나 이런 부분 또는 지금의 극단적인 정치적 갈등은 누구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없고 상호 책임이 있고 정치로 풀어야 하는 건데 뭔가 절대악이 있어가지고 그들을 다 배제하는 계엄을 선포하는 걸 절대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계엄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와, 경고형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는 논리 둘 다 말도 안 된다고 부정했다. |
헌재는 “피청구인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그걸 정치와 제도가 아닌 계엄으로 해치우려고 했다는 것에 대해 위헌적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적대적 양당체제의 공존’이라는 구조적 취약점에서 볼 때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정치행위에도 문제가 있었다. 문 대행은 정청래 법사위원장을 쳐다보며 윤석열 정부와 “대화와 타협”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찌감치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이미 윤석열, 이재명 정치의 동반 청산이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면서 “분명히 계엄은 윤 대통령의 망상과 오판에서 비롯된 중대 실책이다. 그럼에도 거대 야당의 집요한 압박이 윤 대통령의 비상식적 심리상태를 더욱 악화시켰을 가능성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측 대리인단 일원이었던 헌법재판관 출신 김이수 변호사도 “어느정도 지적할 부분도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문형배 권한대행이 (야당의 횡포 등에 대해) 지적할 때 국회 측을 보며 말씀하더라. 상호 존중과 관용 그리고 권한 행사의 자제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나온 내용을 요약해서 말한 것 같다”고 거론했다. 오목렌즈 대담에서도 민주당의 오버리즘이 계엄으로 완전히 묻혔다는 대목이 꽤 길게 나왔다.
박효영 기자: 민주주의니까 생각의 차이는 얼마든지 보장이 된다. 문 대행도 피청구인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그랬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인정해준 것이다. 그러니까 12월 3일 이전으로 돌아가보면 11월 말쯤 민주당이 막 심하게 나갔었다. 감사원장과 검사들을 개별 탄핵하고 헌정 사상 최초로 예산을 감액만 해버렸다. 원래는 기재부나 여당과 협상해서 감액하고 증액하면서 합의를 하는데 의석수가 워낙 깡패니까 이제 감액만 밀어붙인 거 아닌가? 그런 일들이 있어가지고 국민 여론도 이건 민주당이 무리하다는 쪽으로 형성됐다. 근데 그때 대통령이 긴급 성명을 내서 민주당이 너무하다. 국민 여러분들께서 이거 좀 비판해달라. 이랬다면 문제 없는 것이다. 국회에 군대를 보낼 게 아니라. |
박성준 센터장: 그때 우리 12월 3일 그날 급하게 전화 통화해서 무슨 담화문을 발표한다든지 성명서를 발표한다든지 그랬으면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 때문에 난처해졌다는 여론이 형성됐을텐데. 하필 꺼내든 게 어이 없게도 계엄이라서 민주당의 실책도 다 묻혔다. |
박효영 기자: 도저히 협치를 할 수 없고 아무리 국회 1당이지만 이거는 대통령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이렇게 성명을 발표했다면 명태균 게이트로 어려웠던 여론이 반전될 수도 있는 거고. 물론 명태균 게이트 속 내 목소리 녹취도 나오고 너무 곤란해서 계엄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내가 너무 쫄려서 계엄으로 돌파해보려고 했다는 말을 당연히 할 수가 없다. |
박성준 센터장: 만약 그런 속내를 얘기하려면 성명서를 내고 그 다음에 비밀리에 이재명 대표를 불러서 양해를 구하고 정치적으로 타협했어야 했다. |
박효영 기자: 나는 윤석열 정부 집권하고 굉장히 아쉬운 게 뭐냐면 서로의 약점이 있는 건데. 김건희와 명태균이 있고, 이재명도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 약점 때문에 서로 공격하고 강하게 네거티브로 치닫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있더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공통 의제에 대해서는 단 몇 개라도 여야 합의와 타협으로 통과시켰어야 했는데 그런 게 거의 없었다. |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강하게 밀어붙이기만 한 것도 탐탁치 않지만 윤 전 대통령이 최소한의 협치력을 보이지 않은 것도 너무나 뼈아팠다. 이를테면 故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말 헌정 사상 최초로 주요 대권 주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고, 임기 동안 제1야당 당수와 8차례나 영수회담을 했을 정도로 협치를 잘했다. 정국이 꼬일 때마다 야당 대표와 1대 1로 승부를 봤고 그럴 때마다 꽉 막힌 정국을 풀어냈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은 거부권을 밥먹듯이 행사했고, 딱 한 번만 야당 대표와 회동을 했고,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과 개원식에도 불참했다.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몰고 계엄을 선포하기 이전에 스스로의 행태를 되돌아봤어야 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2024년 4.10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정권 심판론이 작용한 성적표를 받았으면서도 거대 야당의 존재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문 대행은 “취임하고 약 2년 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피청구인이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그 결과가 피청구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되었다”고 꼬집었다. 박 센터장도 “윤 전 대통령한테는 본인의 뜻을 전달해서 국민들을 본인 편으로 만들만한 계기가 분명히 있었다. 이미 선거를 통해서 민심이 나왔는데 이 민심을 무시하고 무력을 동원해서 돌파하려고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효영 기자: 그렇다. 군대를 보낼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당연한 거지만 헌재도 정치적, 제도적, 사법적 수단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명쾌하게 밝혔다. |
박성준 센터장: 지금 국회라는 시설에 창문을 깨고 들어가려면 그 안에 테러리스트들이 인질을 잡고 있었어야 된다. |
박효영 기자: 맞다. 그러니까 계엄 선포권이 대통령한테 있는데 마음대로 선포해도 되는 게 아니라 계엄 선포 요건이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전쟁 중이거나 내전 중이거나, 무장 간첩이 2000명이 서울 시내에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거나, 무슨 대테러를 일으킨다거나 이래야 한다. 그럴 때만 군권을 동원해서 다른 국가기능을 잠시 정지시켜서 비상 조치를 취하는 것이고, 그럴 때조차도 국회는 건드리지 못 하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명시돼 있다. |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탄핵 직후 다시 전열을 정비해서 조기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제도권 언론들의 취재에 따르면 비공개 의총에서 탄핵에 찬성했던 몇몇 의원들 즉 한동훈계를 색출하자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정신 못 차린 국민의힘 주류 세력에 대해 박 센터장은 아래와 같이 지적했다.
국민의힘 그날 밤 계엄 해제한 18명(곽규택·김상욱·김성원·김용태·김재섭·김형동·박수민·박정하·박정훈·서범수·신성범·우재준·장동혁·정성국·정연욱·주진우·조경태·한지아)한테 엎드려서 절해야 된다. 왜냐하면 그 18명 때문에 정당 해산 심판에서 방어할 수 무기가 생겼다. 엎드려 절해야 되는 상황인데 지금 색출해서 내보낸다고? 그분들이 나가서 따로 당을 차리면 오히려 국민의힘을 내란 혐의로 정당 해산하기가 굉장히 쉬워질 것이다. 그 18명이 전체 국민의힘 의원의 6분의 1이나 되는 적지 않은 숫자고 당론과 반하는 행동을 해서 친위 쿠데타를 막았기 때문에 정당과 윤 전 대통령을 분리할 수가 있다. 그리고 불가능한 일이지만 가능하다면 그 18명 중에 1명을 당대표로 선출해야 국민의힘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