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의 오목렌즈] 78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전한길씨가 한국 보수우파 진영의 보스가 됐다. 제1야당 당권 경쟁에 뛰어들어 찐윤 감별사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본인이 당대표 후보로 나설 수도 있다고 블러핑을 하기도 했다. 손현보 목사, 전광훈 목사와 더불어 극우 ‘빅3’ 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는데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이럴 때 우리는 이런 얘기를 한다. 전한길이라는 사람이 다크호스를 넘어서 폭발적으로 초신성이 돼서 나타났다”며 “무슨 얘기냐면 전한길 강사의 이름을 몰랐던 사람들이 즉 공무원 시험 사교육계 수험생들을 제외하고 수두룩했는데 지금은 전국민이 전한길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한길씨가 스타 한국사 강사 출신이지만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의구심이 드는 건 어떻게 이런 극우적인 사람이 스타 한국사 강사가 됐지? 공무원 시험 역사 파트를 다루는 강사들이 대부분 우파 분위기인가 그런 생각까지 든다. 아니면 본인의 성향을 철저히 숨기고 지금 공무원 역사 교육에 맞는 강의를 했거나. 어쨌든 전한길씨가 12.3 계엄 사태 이전부터 극우 성향의 선동가처럼 활동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본인의 성향을 굉장히 짧은 시간 내에 명확하게 드러낸 셈이다.

박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14일 저녁 진행된 오목렌즈 전화 대담에서 전씨가 지배하고 있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흐름을 목도하며 절망감을 드러냈다.
박성준 센터장: 어떻게 보면 한국 우파 극우의 삼대장이 전부 다 원외에 있다. |
박효영 기자: 근데 이분들이 손잡고 당 만들면 원내로 진출할 것 같아서 무섭다. 물론 분열주의가 심해서 그러긴 어렵겠지만. 근데 전한길씨는 보수 제1야당을 먹을 생각인가 보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했던 게 찬탄파를 제외하고 반탄파 당대표 후보들이 극우 인사들이 주최한 유튜브 토론회에 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그들이 원하는 맞춤형 답변을 해주는 풍경이었다. 유럽과 미국처럼 극우가 한국 정치의 주류 세계로 진입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
박성준 센터장: 이게 대한민국 정치에 정통 우파가 없고 바로 극우로 간다는 증거다. 내가 말씀을 드리면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민주당을 우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보 세력으로 보는데 그들이 보기에 민주당에는 우파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는 뭐냐 하면 계엄과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신봉자들 즉 친윤석열계라고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있을 뿐 아니라 영향력도 세다. 이건 절대로 어떤 제도권 정당에서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
국회 의석 100석 이상을 갖고 있는 제1야당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극우화로 치닫으면 정청래 대표의 민주당이 밀고 있는 정당 해산 심판 청구의 명분만 강화된다. 박 센터장은 “그러면 우리나라 국회의 3분의 1 의석을 갖고 있는 정당이 날라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면서 “정상적인 정치 지형이 아니”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이 해산돼서 민주당 1당 독재와 비슷한 형태의 국회가 형성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이상하지 않게 됐다. 정말 정당 해산을 당할만한 커다란 잘못을 하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정당이 점점 더 극우 정당화되고 있다. 이게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슬픈 현실이다.
박 센터장은 더 이상 국민의힘 내부에서 친한동훈계 및 비윤석열계가 친윤석열계와 공존하는 것이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봤다. 그래서 박 센터장은 “정말 읍소하고 싶은 게 뭐냐 하면 국민의힘 비윤계 의원들은 제발 부탁인데 탈당해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서 합리적인 개혁보수의 길을 가기 위해 도전했던 사례들이 있긴 있지만 전부 실패했다. 2017년~2020년 바른정당·바른미래당·새로운보수당을 거쳐 현재 개혁신당까지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밖에서 개혁보수의 실험이 성공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유승민 전 의원의 표현대로 “죽음의 계곡”이자 험난한 가시밭길 그 자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센터장은 “오목렌즈에서 그동안 이렇게 강하게 표현한 적이 없는데 제발 좀 나와서 정당을 만들어달라”고 거듭해서 촉구했다.
그들이 다 끌어모아봐야 얼마 안 돼서 힘이 없다라고 말씀을 하는데 나는 그분들이 뭉치면 20명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교섭단체만 되면 다음 지방선거에서 힘을 쓸 수 있는 만큼의 언론 주목도와 정국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고 본다. 개혁신당이나 기타 무소속 의원들과 협력해서 공동교섭단체를 꾸릴 수도 있다. 예전에 2008년 이회창의 자유선진당과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이 손을 잡고 ‘선진과 창조의 모임’을 만든 사례도 있다. 그런 형태가 이미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보수우파 진영에서 주류 행세를 하는 극우 정당 국민의힘을 밀어내기 위해서라도 뭐든 해야 한다. 그들이 분열하더라도 필연적으로 새로운 중도보수 정당이 만들어져야 되는 시국이다.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은 한동훈 전 대표다. 한 전 대표는 당대표 선거에 나선 조경태 의원을 공식적으로 지지해줄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한 전 대표와 연대할 수 있을까? 변수가 많겠지만 대의를 위한 대타협이 이뤄진다면 보수 정치의 주도권이 요동칠 수 있다.
각자 본류가 다르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중요한 거는 안철수 입장에서 자기가 부각되는 걸 포기하고 한동훈을 올릴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되고. 한동훈 입장에서는 자기가 안철수나 조경태 다음 주자라고 인식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 2개 중에 하나는 돼야 이분들이 뭉칠 수 있다. 안타까운 건 유승민 의원은 이 논의에서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해서 한 전 대표는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상식적 후보들의 연대와 희생이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버림받는다”고 밝혔다. 누가 봐도 안철수·조경태의 단일화를 요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향후 정국 흐름이 어떻게 급변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