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국 때문에 대선 내내 행복했다”

  • 등록 2025.06.05 03: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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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의 오목렌즈] 66-1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6.3 대선이 끝나고 하루가 지났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과 대선의 여러 장면들에 대해 전화 대담을 나눴는데 무려 40분간 떠들었다.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을 것 같았는데 통화 말미에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의 ‘도전’에 대해 어떻게 관전했는지 물었다. 평범한미디어는 일찌감치 ‘권영국 공식 지지 선언’을 표방하고 집중 조명을 한 바 있는데, 공식 크루로 합류한 평범한미디어의 조언자 박 센터장께서 흔쾌히 동의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권 후보는 0.98%(34만4150표)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나는 간단하게 말해보면 권영국 후보 때문에 선거 기간 내내 행복했다.

 

 

박 센터장의 첫 마디를 듣고 마음이 평온해졌다. 사실 권 후보의 목표치는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획득한 약 80만표 2.3%를 넘기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고 1%를 넘기는 것도 쉽지 않다는 냉철한 전망이 많았다. 대선 본투표가 끝나고 이내 발표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진보 인사들의 관전평도 일찍이 ‘졌잘싸’와 ‘희망의 불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본 기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아래와 같이 썼다.

 

민주당 손아귀로 포섭된 자칭 진보정당들이 진보 정치의 의미를 먹칠하고 있는 작금의 시대에서, 권영국이 원외정당 대선 후보로 출마하고 끝까지 완주해줘서 그 자체로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2018년 중순까지 정의당은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고, 거대 양당에 영향력을 미치고, 자력으로 두자릿수 지지율을 달성하는 등 그야말로 전성기였다. 그 당시 국회 출입기자로서 정의당의 전성기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러나 그 이후 노회찬의 죽음, 조국 사태, 위성정당 등장, 김종철의 성추행, 심상정의 정계 은퇴, 이정미의 허무한 페이드아웃, 원외정당으로 전락 등등 진보 정치는 명실상부 최악의 암흑기로 접어들었다. 그런 암흑기에 권영국은 짐을 떠안듯 정의당의 8기 당대표가 됐고, 전국을 돌며 당을 추스렸다. 꾸준히 노녹정 연대(노동당/녹색당/정의당)를 강화했으며, 사회대전환연대회의의 절차를 거쳐 진보좌파 단일 대통령 후보라는 타이틀을 성사시켰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도 그동안 거리에서 치열하게 쌓아온 내공을 십분 발휘해서 압도적으로 선명하고 진보적인 메시지를 잘 내줬다. 그래서 대선 결과와 상관 없이 권영국의 존재 자체가 참으로 고맙고 소중하다. 3% 100만표 정도 받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 권영국으로 인해 앞으로도 노녹정이 더 깊숙이 연대하며 진보 정치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권 후보를 위해 열심히 움직였던 진보적 지지자들의 불길한 마음을 저렇게라도 달래고 싶었다. 박 센터장은 “(권 후보의 출마로 인해) 제3의 선택지가 명확하게 있었고 그 선택지는 앞에 있는 다른 선택지들보다 선명했다”며 “이번 대선에서 누굴 찍을지 고민을 좀 했는데 권영국을 찍기로 결심하고 나서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에 있는 평범한미디어 멤버들도 많이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무엇보다 나는 인상 깊게 본 장면은 첫 번째 선거운동의 장소가 아니었나 싶다.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권 후보는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를 찾았고, 마지막 일정으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를 위해 태안으로 갔다. 그런 모습이 진짜 노동자 대통령의 모습이다.

 

사실 박 센터장도 권 후보가 받을 저조한 득표율을 예상하고 있었다.

 

사실 모든 여론조사에서 1% 언저리였다. 그래서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나왔을 뿐이다. (권 후보는 심상정의 80만표를 목표로 삼았겠지만) 심상정 전 대표는 안타까운 게 진보 후보에게 또 표 줬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됐듯이 이번에도) 김문수가 되면 어떡해! 그렇게 생각하는 46만표가 그대로 빠졌다. 계엄으로 충격이 커서 불안해진 표심 압박이 굉장히 셌다.

 

권 후보와 민주노동당의 향후 역할에 대해서 수많은 빛나는 글들이 많지만, 민주당으로 가지 않고 끝까지 당에 남아 열심히 선거운동에 임했던 김종대 전 의원의 발언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민주노동당은 이번에 자칫 소외될뻔한 광장 세력을 다시 소환해줬다. 이 내란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정말 노력을 많이 했던 여성, 노동단체, 그 다음에 소수자들에게 다시 한 번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서 우리가 말을 했는데 그 목소리가 들린 것 같다. 그 사람들한테. 이걸로써 충분히 역할을 다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그 길을 계속 갈 거다. 이런 말씀을 드린다.

 

짧지만 대선 평가 오목렌즈 대담에서 ‘권영국 파트’를 따로 빼서 기사로 작성하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평범한미디어가 대선 기간 동안 오직 권 후보에 대해서만 기사를 썼고, 그렇게 8건의 기사가 출고됐다.

 

(권영국 파트만) 따로 뽑아서 써도 된다. (대선 본투표날 출고된) 집중 보도의 마지막도 잘하셨던 것 같은데 한 번 더 해서 소회를 전하는 형식으로 따로 기사를 뽑아도 좋을 것 같다.

박효영 eduna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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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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