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57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정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디피1>에서 조석봉 일병으로 출연해 대중들에게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조현철 배우는 생각이 남다른 예술가다. 문학과 영화연출을 전공했던 만큼 영화감독으로서 피력하고 싶은 메시지들이 많다. 첫 연출작은 2010년에 공개한 17분짜리 단편 영화 <척추측만>이다. 여섯 번째 작품 <너와 나>는 장편 영화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으며 7년 동안 공을 들였다.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을 보였고, 2023년 가을 정식 개봉했다. 조현철 감독은 <너와 나>에 대해 “그동안 현장 경험이 좀 쌓였는데 접했던 영화나 이야기에서 갈증을 느꼈던 것 같다”며 “어렸을 때 좋아했던 엄마가 읽어주셨던 동화책 같은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이 요즘 한동안은 없다고 느꼈었다. 특히나 최근 들어 개인적으로 위안을 얻거나, 이게 우리가 사는 삶이라고 말해주는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스스로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어떤 욕망이 있었다. 스태프들도 똑같은 피로감을 느끼던 와중에 작품을 하면서 나와 비슷한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관객들도 같은 마음을 가져주신 게 아닐까 싶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지난 10월말 조 감독이 영평상(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지점에 주목해서 오목렌즈 인터뷰로 다뤄보자고 제안했다. 사실 조 감독은 2024년 한 해 동안 영평상 말고도 청룡영화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상을 받았다.
박 센터장은 “올해 영평상의 전체적인 기조가 작은 영화에 굉장히 주목했다. 여우주연상도 <그녀에게> 김재화 배우가 탔다. 좀 작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영화들에 집중하지 않았나 싶다”며 “조현철 감독은 배우로서의 느낌보다 감독으로서 제대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되게 강해서 정말 괜찮은 감독이 나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영화 봤는데 정말 섬세하게 잘 만들었더라. 다른 배우 출신 감독들이 꽤 있지만 스타트를 아주 좋게 끊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보면 배우보다 감독으로 더 성공할 수도 있는 영화인이 될 것 같다.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는 조석봉 일병 연기에 감화되어 배우로서의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다고 말했지만, 박 센터장은 “하고 싶은 메시지가 많다는 건 배우도 좋지만 감독으로서 더 적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이제는 감독으로서 조현철의 삶에 집중해봐야 되지 않겠나 싶다. 차기 연출작이 기대된다. 조현철 감독처럼 창의적인 욕구가 많고 좋은 시나리오를 갖고 있는 영화인들에게 제작사들이 기회를 많이 줬으면 좋겠다.
<너와 나>는 세월호 참사를 겪은 여고생 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관계와 죽음에 대해 사색해볼 수 있는 영화인데 구체적인 리뷰를 보고 싶다면 이 글을 참고해보길 바란다. 그 전에 직접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박 센터장은 조 감독에 대해 “연기를 하든 연출을 하든 한 작품으로 이렇게까지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인은 드물다”고 말했다.
맡은 캐릭터도 비범하다. 맡은 역할을 완전히 자기 걸로 만들줄 아는 사람이다. 화면에 나오는 캐릭터에 대한 장악력이 있다. 배우로서 자기 색깔이 강렬하다 보면 주연보다는 조연 쪽으로 갈 수 있는 거고 그래서 나는 자기 얘기를 하고 싶은 조연급 연기자로서의 배우 조현철보다는 감독으로서 자기 생각을 작품에 녹여내는 조현철 감독이 더 매력이 있겠다 싶다.
물론 병행해도 좋은데 영화 팬으로서 박 센터장의 작은 바람이다. 뭐가 됐든 좋은 작품을 더 자주 많이 선보인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조 감독은 다음 작품 영감으로 4.3 사건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4.3 사건으로 죽은 사람들과 제주도의 숲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 제주도의 숲이 서로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살아있다고 느낍니다. 우선 그런 차원에서 숲을 상정해 두고 거기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다. 어떤 소녀가 건넛마을에 사는 어린아이의 엄마 시신으로 추정되는 것을 수레에 끌고 가는 이야기다. 그 아이와 시신을 만나게 하기 위해서 수레를 끌고 가는 그리고 그 숲 속에서 길을 잃는 한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