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배우 김새론씨가 음주운전 및 사고후미조치죄로 1심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 받은 뒤로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1심의 판결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떤 변호사가 김씨에 대한 벌금액이 지나치게 높다고 발언했다.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연예 뒤통령 이진호>에 출연한 배근조 변호사(법무법인 모두의법률)는 “벌금 2000만원은 상당히 큰 금액”이라며 “재판부가 죄질을 안 좋게 본 것 같다. 언론에서도 많이 주목했던 사건 아닌가. 김새론이 전기 관련 시설을 들이받긴 했지만 그걸로 벌금 2000만원이 나올까? 인명사고가 난 건 아니지 않냐”고 밝혔다.
김새론이 아니라 일반인이 그랬으면 2000만원까지 나올 사건은 아니라고 본다. (어느정도 괘씸죄가 반영됐다는 뜻인지에 대해) 나는 괘씸죄가 포함된 금액이라고 본다. 금액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세다.
그래서 진짜로 그런 것인지 음주운전 대물 사고를 낸 유사한 사례들을 좀 찾아봤다. 결론부터 밝히면 일반적인 벌금액에 비해 좀 더 높게 선고된 것은 맞다. 그러나 김씨가 저지른 여러 범죄행위들에 비춰봤을 때 합리적으로 선고했다고 판단된다. 알려진 연예인이라서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자.
첫 번째 사례다. 대학 동창들과 오랜만에 만나 송별회를 가진 A씨는 소주와 고량주를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다. A씨는 우회전을 하다 길가에 놓여 있던 냉장고를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A씨는 해당 상가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 사실을 알렸고 기물 파손에 대한 보상 합의를 말하고 있는 도중 다른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혈중알콜농도 0.159%로 면허 취소 수치였는데 결국 A씨는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두 번째 사례는 음주 수치가 매우 높다. B씨는 술에 취한 채로 운전하다가 동석한 남자친구와 말다툼을 했고 그러다가 결국 주차돼 있는 택배 차량을 들이받았다. 음주 수치는 0.21%(혼자 소주 3병 이상 흡입)였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상당히 비협조적이었다. B씨는 택배 차주의 피해를 보상했고, 해당 경찰관에게 사과 의사를 표했다. B씨는 재판 결과 벌금 1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세 번째 사례는 차량 3대를 들이받은 경우다. C씨는 자정이 넘은 시각 음주운전을 해서 차량 3대를 추돌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는데 채혈 검사 결과 혈중알콜농도 0.182%가 나왔다. 대물 손해 부분에 대해서는 보험 처리를 진행했다. C씨는 벌금 9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마지막 네 번째 사례다. D씨는 음주운전으로 주차된 차량 2대를 살짝 충돌했고 현장을 이탈했다가 나중에 자수했다. 2대 모두 수리 완료했다. 사고 이후 3개월이 지나 재판 결과가 나왔는데 음주운전과 사고후미조치 혐의가 인정돼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다.
김씨와 벌금액이 가장 근접한 게 두 번째 사례다. 그런데 김씨가 자행한 잘못들이 B씨에 비해 더 많고 훨씬 무겁다. 김씨는 2022년 5월18일 아침 8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학동사거리 인근에서, 술에 잔뜩 취한 채로 본인의 랜드로버 디펜더 차량을 몰았다. 김씨는 우회전을 하다 가드레일, 가로수, 변압기 등을 들이받았다. 김씨는 수습 없이 그대로 도주했는데, 이미 비틀비틀 갈지자로 주행하는 차량을 발견한 시민들이 여러 건 신고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김씨는 얼마 못 가 경찰에 체포됐는데 현장에서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했고 채혈을 요구했다. 사건 초기에는 정확한 혈중알콜농도가 알려지지 않았는데 1심 재판에서 김씨의 음주 수치는 0.227%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의 만취 수준을 뛰어넘었다. 새벽 내내 술을 들이부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차량에는 김씨의 친구(20대 일반인 여성)가 동승했고 역시 음주방조죄로 처벌(벌금 500만원)됐다. 김씨의 범행으로 인해 학동사거리 신호등과 인근 57곳의 시설과 점포들이 4시간 가량 정전 피해를 봤다. 돌이켜보면 오히려 다행이다. 운전대까지 걸어간 것이 신기할 정도로 만취한 상태에서 차를 몰았음에도 사람을 들이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 보행자가 있거나, 변압기가 폭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정리해보면 김씨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중과실재물손괴죄 △사고후미조치죄(손괴후미조치) 등 3가지 범죄를 저질렀다. 특히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 2호에 “혈중알콜농도가 0.2% 이상인 사람은 2년 이상 6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된 만큼 아무 사고없이 만취운전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하는 것이 전혀 무리하다고 볼 수 없다. 피해 보상을 완료하고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를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3가지 범죄만으로도 충분히 벌금 2000만원이 선고될 수 있다.
실제로 김씨와 유사한 혈중알콜농도로 음주운전을 범한 E씨는 법원에서 벌금 1200만원을 선고 받았다. E씨는 음주 수치 0.225%로 3㎞ 구간을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초범이었음에도 벌금액이 높게 나왔다. 석준협 판사(인천지법 형사4단독)는 “혈중알코올농도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는데, 음주 수치가 더 높고 중대한 대물 사고까지 일으킨 김씨가 벌금 2000만원을 선고 받은 것이 과연 괘씸죄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걸까? 더구나 3월8일 당시 김형석 부장검사(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김씨에게 벌금 2000만원을 구형하도록 지휘했고, 이환기 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도 이를 따라 똑같이 선고했을 뿐이다. 배 변호사에 따르면 검사와 판사가 모두 괘씸죄를 적용한 셈이 된다. 배 변호사는 판검사의 합리적인 판단을 본인의 주관적인 경험칙으로 유명세에 따른 과잉 처벌로 규정해버렸다.
한편, 교통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붑언 엘엔엘)는 지난 1월 평범한미디어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유명인이나 공인이 위법을 저질렀을 때는 경우에 따라 더 무거운 양형 요소로 작용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유명인이라고 해서 더 가볍게 처벌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더 무겁게 처벌 받아서도 안 된다. 나는 이런 말이 위험하다고 본다. 유명인은 유무형적으로 이득을 많이 보고 불이익도 많이 본다. 그렇다면 그들이 감내해야 할 유무형적 불이익이 바로 재판에서 일반인이 음주운전을 했을 때보다 더 무겁게 처벌을 받아야 하는 점이다. 형사처벌을 받을 때 더 무겁게 해야 하고 그게 정의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혜택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근데 법원에서는 항상 일반인보다 더 무겁게 처벌해서는 안 된다면서 장문의 판결문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