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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명 목숨 앗아간 이태원 참사 “밑에 깔린 사람들 위에 사람들 계속 덮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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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망자 수가 30일 아침 6시30분 기준 149명으로 집계됐다. 사고 발생 이후 8시간이 흘러 소방당국이 수습을 완료한 만큼 최종 사망자는 149명이라고 볼 수 있다(12월2일 기준 최종 158명 사망으로 수정). 부상자는 147명(중상 31명+경상 116명)이다.

 

경미하게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귀가한 시민들을 제외하고 도합 225명이 죽고 다쳤는데, 아직 정확한 희생자 신원 명단은 확정되지 않았다.

 

 

29일 22시15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119-7번지 일대에서 150여명이 목숨을 잃는 대형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이 소식은 같은 날 23시38분에 출고된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의 최초 보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장에 있던 조 기자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했는데 “이태원역 해밀턴 호텔 뒤편 거리는 오후 5시께부터 사람들로 넘쳤다. 이태원역 북쪽 세계음식특화거리에서부터 남쪽 식당 거리까지 대부분의 식당, 술집, 카페가 만석이 되는 등 사람들이 운집했다”고 보도했다.

 

할로윈 복장을 하고 찾은 이들과 구경객들이 모여들면서 이태원 거리는 이들이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메워졌다. 감당 못할 인파에 1층 영업가게들의 간판들이 흔들리고 사람들의 비명도 곳곳에서 들렸다.

 

정확한 사고 장소는 이태원동 119-7번지 트루바드루 이태원점 건물 좌측 골목 입구 일대였다. 트루바드루 건물은 해밀턴호텔(해밀턴쇼핑몰)과 하나로 연결돼 있는데 그 옆 골목길을 통해서 이태원의 중심가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형태였다.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이었는데 골목길은 한 눈에 보기에도 매우 좁았다(3.2미터).

 

 

 

반대로 보면 이태원 중심가에서 도로쪽 즉 이태원역 1번출구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내리막길을 걸어가야 한다. 토요일 22시가 넘은 시각 수많은 사람들이 이태원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든, 어떤 목적에서든 내리막길 방향으로 압력을 가하게 된 상황이었는데 순식간에 어디서 시작됐는지도 알지 못 한 채 도미노처럼 한꺼번에 넘어졌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고 사람들이 쓰러지고 또 쓰러지면서 이중 삼중으로 깔리게 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순간적으로 옆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등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한 생존자는 “밑에 (사람들이) 쓰러진 걸 모르는지 계속 밀어서 정말 죽는구나 싶었다”고 증언했다.

 

익일 새벽 4시40분 즈음 라이브로 방송된 YTN <뉴스 특보>에 출연한 염건웅 교수(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는 “(아직 과학적으로 사고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좁은 골목에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이 첫 번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경사가 지고 비탈진 내리막길에서 한 명이 넘어지고 그 위에 계속 겹쳐서 넘어지는 상황이 전개됐고 압사 단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밑에 깔린 사람들은 위에 쓰러지는 사람들로 인해 계속 덮여지는 상황이었다. 10만명이 운집했는데 좁은 골목이고 이태원은 넓은 광장이 아니다. 이태원 일대는 점점 내려가거나 올라가는 그런 데가 많다. 평지였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가정이 있을 수도 있는데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라 참사가 더 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맨 아래 깔려있는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엄청난 압력으로 인해 꿈쩍도 하지 않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사고 이후의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사고가 벌어졌음에도 여전히 빽빽한 인파들로 인해 소방당국의 접근이 어려웠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지한 사람들까지 모여들어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다. 넘어진 인파들이 어느정도 흩어져서 공간이 생겨난 뒤에도 위급한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이미 사망자로 판단된 46명이 미처 수습되지 못 한 채로 길거리에 방치되어 있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급하게 ‘원효로 다목적체육관’에 안치됐다가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부속서울병원 등 인근 병원 영안실로 분산 배치됐다. 용산경찰서 등 당국은 각 병원으로 흩어져 있는 사망자들에 대한 신원을 파악해서 희생자 리스트를 구성하고 있다.

 

 

현직 의사로서 현장 구조에 참여한 이범석씨는 YTN에 직접 제보 전화를 걸어 사고 직후의 상황을 자세히 들려줬다.

 

피해자들은 말하기 힘들 정도로 얼굴이 창백했고, 구강 출혈이 있어서 입 안에 피를 빼고 조치를 취했다. 다들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압사로 인한 질식이 일어나면 그런 증상이 많이 나타나는데 공통적으로 본 것은 대다수가 (20대) 여성이었고 날씨가 추웠는데 다들 의상이 너무 가볍고 실내에 있던 것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

 

이씨는 직접 구호를 맡은 5~6명 뿐만 아니라 주변에 위급한 피해자들 모두 “복부가 팽창하는 현상”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구호 초반에는 안 그러다가 심폐소생술을 좀 진행하면서 복부가 팽창하고 있는 걸 목격했고 생사의 기로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희생자들 모두 복부가 팽창해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이씨는 “가스가 찬 건지 출혈로 그런 건지 아직 확인을 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시민과 의료진과 소방대원 가릴 것 없이) 환자 1명당 2~3명이 번갈아가며 CPR을 하고 주변에서 기도 확장해주고, 피 닦고, 다리 주무르는 등 그렇게 6명 정도가 둘러싸서 응급 조치를 했다. 속상한 부분인데 (수많은 위급 환자들 중) 반대편 한 분이 의식 돌아온 걸 확인했는데 그 외에는 확인하지 못 했다. 정말 많은 경찰과 시민들이 최선을 다해서 아무도 떠나지 않고 환자 1명당 1시간씩 계속 CPR을 했다.

 

 

단 한 명의 목숨을 구한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심폐소생술과 전기충격으로 생명을 구한 사례는 아주 드물었다. 노영선 교수(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는 “(병원으로 이송돼 심폐소생 응급치료를 받던 환자들은) 안타깝게도 모두 사망하셨다”고 밝혔다.

 

골든타임을 넘겼기 때문이다.

 

염 교수는 “소방당국이 출동할 때 주변 교통이 너무 혼잡해서 진입할 수조차 없었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 들어가는데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며 “압사 상황에서 쇼크를 받아 심정지가 왔는데 골든타임은 4분으로 보는데 시민들은 최선을 다해 도우려고 했지만 어쩔 수없이 지체될 수밖에 없어서 사상자들이 늘었다”고 정리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근래까지 이렇게 인명 피해가 컸던 참사는 없었다. 고질적인 물류창고 화재 사고들에도 10명 안팎의 사상자가 발생하곤 하는데 이번 참사는 무려 15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실 이태원 참사는 사전에 예견됐던 요소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 누구 하나 사전 안전대책을 마련하거나 최소한의 경각심을 갖도록 목소리를 내지 못 했다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언론들의 보도 중에 압사 가능성을 거론하는 경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 침체된 이태원 상권이 오랜만에 호재를 만났다는 식의 내용, 그저 제2의 크리스마스급 기간 동안 오랜만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 자체에 대한 설레는 분위기만 전달하기 바빴다. 

 

오래전부터 해마다 할로윈데이 기간이 되면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엄청난 인파가 운집해왔다. 특히 코로나 시국 이후 3년만에 ‘노마스크와 거리두기 규제가 없는’ 할로윈데이(10월31일)를 맞아 금요일(28일)부터 월요일(31일)까지 하루 평균 10만여명이 방문하는 등 올해는 극단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으로 충분히 예상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산구는 ‘코로나 재확산’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춰 종합상황실을 운영했다. 용산소방서와 함께 이태원 일대를 특별관리지역으로 선포하고 여타 안전 대책을 세웠다고는 하나 ‘압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대비하지 못 했다. 헛다리만 짚은 셈이다.

 

염 교수는 “할로윈 축제 현장에서 안전대책이나 사고 예방, 재난대응 통제 등 이런 게 제대로 시스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안전불감증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하는 바가 많다. 여러 요소들로 봤을 때 (이태원 일대) 상인연합회나 지자체(용산구청)가 미리 체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고 미연에 방지할 안전에 대한 부분을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고 환기했다.

 

 

물론 염 교수는 귀책 사유를 따지기 어려운 독특한 경우라서 명확하게 책임을 묻기 곤란하다는 점을 전제했다. 즉 집회시위의 주최측, 행사를 기획한 단체나 업체 등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대형 참사를 당했기 때문이다. 다만 염 교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사마저도 큰 안전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할로윈데이 축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을 결코 비난할 수 없다. 누구나 재밌게 즐기기 위해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저 길거리에서 누구도 원치 않았던 재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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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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