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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론의 ‘비연예 활동’에 그렇게 저주를 퍼부었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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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과거 평범한미디어에서는 배우 故 김새론씨의 음주운전 문제에 대해 강력한 논조로 보도한 바 있다. 총 6개의 기사에서 다뤘는데 2개는 이름을 제목에 명시했고, 4개는 다른 음주운전 연예인을 소개하면서 사례로 거론한 것이었다. 평범한미디어는 윤창호법 제정개정에 힘을 썼고 음주운전 피해자들과 함께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노력해왔던 만큼 유명인의 음주운전 문제에 누구보다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래서 김씨의 음주운전 역시 강하게 비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김씨가 1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중대한 잘못을 범했지만 자숙 기간을 거쳐서 꼭 좋은 영화로 다시 돌아오길 기원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많은 사람들이 김씨의 음주운전 문제를 넘어 그 이후 ‘생활고’ 이슈와 ‘홀덤펍’ 등 몇몇 언론과 유튜버가 스토커에 가깝도록 그녀를 괴롭혔다는 점에 주목하며 규탄하고 있다. ‘디씨인사이드 여자 연예인 갤러리’에서는 성명을 내고 아래와 같이 밝혔다.

 

그녀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비난과 여론의 외면은 인간적인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 그녀가 저지른 잘못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한 대중의 질타와 냉대 속에서도 이를 감내해왔다. 한편 사회 곳곳에서 훨씬 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정치인들이 책임을 회피한 채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는 상황을 마주할 때 연예인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이중적 현실에 대해 깊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돌이켜보면 2022년 5월 김씨가 음주 대물 사고를 낸 뒤로 연예인으로서 자숙 기간을 거치고 자기관리를 하는 일련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미숙했던 것이 맞다. 본인 스스로 생활고를 호소한 적은 없지만 그런 소식이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알바를 가짜로 했다더라, 돈이 없는데 비싼 로펌 변호사를 선임했더라, 그런 상황에서 생파를 하고 홀덤펍에 가서 포커를 쳤더라 등등 대중들로부터 비호감 낙인이 찍히지 않을 수 없는 고약한 명제들이 연달아 터졌다. 김씨가 다시 연예계로 복귀하기로 해서 대중 앞에 얼굴을 드러낸 것도 아닌데 이렇게 악화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았다. 몇몇 언론과 유튜버는 거악에 맞서는 것도 아닌데 하이에나가 달려들 듯 탐사보도 형식으로 파헤쳤고 집요하게 물고늘어졌다. 그 가운데 배우 ‘김수현씨와의 셀카’와 ‘셀프 결혼설’이 터졌고 김씨에 대한 비난 수위는 더더욱 높아졌다.

 

수많은 매체들과 유튜버들이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디스패치>와 <연예뒤통령 이진호>가 가장 심했다. <스포츠조선>, <YTN>, <OSEN>은 올초에도 김씨가 ‘자숙 기간에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관종 기질’을 드러냈다는 논조로 조롱하는 기사를 내놨다. 분명 과했다. 음주운전 문제와는 하등 관련 없는 김씨의 비연예 활동에 대해 집요하게 악의를 내비친 셈이다. 여자 연예인 갤러리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근거 없는 비난과 조롱, 악의적인 댓글들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2022년 5월 이후 ‘김아임’으로 개명해서 카페 알바 등 생활전선에 뛰어 들어 열심히 살려고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몇몇 사소한 오해와 오류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타인으로부터 저주를 받을 만큼 큰 잘못을 하지 않았다. 김씨의 비극을 목도하고 있는 지금 문득 故 설리씨와 故 이선균씨의 사례가 오버랩된다. 설리씨는 대중들의 미움을 받더라도 솔직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스타일이었던 만큼 그것이 ‘어그로를 끌었다’는 지점에서 김씨와 닮았다. 이선균씨는 경찰과 언론이 합작해서 융단폭격을 가해 벼랑 끝으로 몰렸던 피해자로서 김씨 사례와 유사하다. 딱 1년 전 이선균씨가 우리 곁을 떠나간 직후 대중문화예술 연예인들이 손을 잡고 ‘문화예술인연대’를 결성해서 아래와 같이 입장을 냈다.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의 인기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를 흘리거나 충분한 취재나 확인 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언론들 이른바 사이버 렉카의 병폐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는가? 정녕 자정의 방법은 없는 것인가?

 

김씨의 지인에 따르면 김씨가 끝까지 “연기자 복귀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고 꾸준히 작품 오디션에도 도전해왔다”고 한다. 실제로 그녀의 유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기타맨>이 오는 5월 개봉한다. 많은 이들이 관람하고 그녀를 추모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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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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