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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너무 급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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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의 오목렌즈] 70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제비뽑기 추첨을 통해 질문자를 정해서 짜고치는 고스톱 같지 않게 연출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가 아닌 지방 언론인들에게도 원격으로 질문의 기회를 제공했고, 연단을 없애 기자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첫 공식 기자회견의 풍경이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형식 면에서는 100점짜리다. 현재로서는. 그러나 조금 생각을 해봐야 될 게 있다”고 말했다.

 

어떤 걸 생각해봐야 되냐면 아직 30일밖에 안 됐고 장관들도 인선만 되어 있지 인준을 받지 못 해서 이재명 내각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하고 그런 상태에서 대통령실하고 대통령 1인의 개인 플레이에 대한 평가를 한 달 만에 하기가 좀 그렇다. 어차피 이재명 대통령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고 조기 대선으로 당선된 대통령한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됐고 이제 갓 한달이 지나서 허니문 기간 중이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해봤자 날카로운 질문이 나오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번 오목렌즈 전화 대담은 첫 기자회견이 있었던 지난 3일 저녁 이뤄졌다. 당연히 기자회견 자체를 다루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이 대통령의 업무 패턴에 대한 이야기를 서두에 하게 됐다. 박 센터장은 “대통령실 직원들한테는 좀 몰아붙인다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일을 평소보다 많이 시키는 것도 시키는 건데 우리 이재명 대통령이 먼저 대외적으로 선언을 하고 일을 시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니까 페이스북이라든지 아니면 언론을 통해서든지 먼저 이렇게 하겠다고 그러고. 거기서 바로 지시를 내리니까 해당하는 실무자가 움직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참모들과 사전에 깊게 교감한다는 느낌이 그렇게 들지는 않는다. 아직 부처 장관들이 안 나타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즉흥적으로 지시하는 느낌이 되게 강하다.

 

물론 스케줄을 정할 때는 함께 논의해서 합의를 하겠지만 현장에서 만난 민원인들한테 의견을 듣고 바로 참모한테 업무 지시를 내린다.

 

현장으로 가서 의견을 듣고 본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러면 바로 그게 지시사항으로 연결이 되니까. 이 대통령은 국민들을 만나서 나한테 할 말 없으세요라고 묻고 의견을 들은 다음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비서관들이나 실무자들한테 이런 의견이 있는데 한 번 검토해보세요로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당대표로 있을 때 혹은 지자체장으로 있을 때보다 대통령의 검토해보세요는 느낌이 다르다. 여전히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의 느낌이 강하다. 혼자 좀 많이 앞서가 있는 것 같다.

 

박 센터장이 보기에 주변 참모들도 이 대통령을 위한 레드팀 역할을 해주기 어려운 환경이다.

 

아마 오늘 인준된 김민석 총리나 아니면 강훈식 비서실장이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되는데 예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까 싶다. 왜냐하면 보통은 임기 후반기에 보이는 친정 체제를 초기에 완성해버렸다. 민주당계의 인사들이 다 들어와있고 어떻게 좀 심하게 얘기를 하면 민주당 당대표 이재명의 인사들을 그대로 청와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그러니까 이제 이재명의 색깔이어야 하는데 이재명의 색깔이 아니라 민주당의 색깔만 있다.

 

이 대통령만이 선택할 수 있는 인사의 색깔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박 센터장의 지적이다.

 

이재명의 색깔이라고 하면 좀 이 사람은 이재명이 아니면 안 뽑았을 사람들이 몇명 보인다가 있어야 된다. 근데 그런 사람들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나 혹은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 정도가 좀 특이 케이스일텐데 그 둘을 가지고는 특색 있다고 느끼기엔 좀 어색하다. 지금까지 인선들은 실무형이 되게 강한데 그렇게 상징성을 갖거나 이런 사람들이 아니다.

 

나아가 박 센터장은 좋게 평가될만한 기자회견의 요소들도 “좀 혹평을 하자면 쇼잉이 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예를 들면 옥천신문이나 강원도민일보나 울산에 있는 어떤 신문이 전체적 그 지역의 지역 신문으로서 전국적인 정치 분야에 대한 질문을 할 거라고는 예상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그건 예상이 가능한데 그걸 무슨 뽑기 형식으로 한다든지. 아니면 저 뒤에 멀리 있는 분 이런 식으로 즉흥성으로 하다 보니까 대통령이 다행히 즉문즉답식의 순발력이 좋은 사람이 한 답변은 되는데 이게 계획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이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내용 없이 두루뭉술한 화법을 구사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질문마다 답변을 잘한 것 같은 인상이 있지만 박 센터장은 “준비는 많이 했으나 처음이라서 상대방이 보기에는 즉 국민의힘이나 그쪽 지지자들이 보기에는 자화자찬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게 사실은 지자체 행정 경험도 많고 시민운동도 해봤고 언론을 상대해본 경험도 많아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못 한다는 느낌은 없다. 내용적으로도 눈에 띈다고 볼 것들이 딱히 있진 않았고 해야 될 얘기들은 다 나왔다. 그리고 질문에 반박하고 또 질문하고 이런 토론식의 질문들이라기보다는 그냥 그야말로 무슨 토의나 미팅 형태의 그런 어떤 주고받기 느낌이 강해서 앞으로는 소통의 자리를 많이 마련한다고 하니까 조금 더 공격적인 질문을 할 수 있는 패널들이 앞에 나와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형태가 되면 어떨까 싶다.

 

당연히 민주당에도 비판적인 질문을 할 수 있는 손석희 교수나 정관용 교수와 같은 인터뷰 대가들이 떠올랐는데 박 센터장은 “정규재TV 같은 데 한 번 나가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정규재는 극우 인사지만 12.3 사태 이후로 친이재명계처럼 확실하게 돌아선 사람이다.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도 그분하고 했었으니까 한 번 그런 식으로 해서 기본적으로 극우 보수 성향이지만 그런 사람의 평가를 한 번 받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박 센터장은 김민석 총리 인준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에 관용적인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담에서 유독 날이 서있는 것 같아서 그 지점을 물었다. 박 센터장은 “다른 사람들은 빨리 처리한다고 되게 좋아한다. 30일 만에 한다는 걸 가지고 되게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나는 30일 갖고 뭘 준비할 수 있을까. 과연 이재명 대통령 개인기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지금 30일 만에 막 밀어붙이고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다들 이재명 정부가 굉장히 속도감 있게 그리고 원하는 바를 처리해 나가는 부분은 있는데 그게 대다수 국민들의 니즈와 맞으니까 예를 들면 3대 특검을 한꺼번에 발족을 시켜서 몰아친다든지. 김민석 총리 같은 사람을 바로 되자마자 지명해서 이 사람으로 가겠다는 얘기를 확실하게 한다든지 일의 진행 속도는 굉장히 빠르고 빠른 거 좋아하는 대한민국 사람들한테는 되게 맞다. 근데 그러다 보니까 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련하여 김규완 전 CBS 논설실장은 5일 방송된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서 “(이 대통령이 모든 사안에 이해가 깊고 잘알고 있다는 걸 뽐내는 느낌이) 너무 장기화되고 이미지화돼 버리면 만기친람이 돼가지고 너무 대통령이 디테일하게 주사급(6급 공무원)으로 가야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취임 초기니까 대통령이 이런 현안에 대해서도 아주 소상하게 다 알고 있네라고 주로 감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행정부처 각 장관들에게까지 그렇게 되어버리고 언론을 통해서 너무 디테일하게 지시가 전달이 되면 만기친람을 해가지고 이게 오히려 더 역효과 날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이 꾸리게 될 첫 내각 인선에 지나치게 현역의원들이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 같은 방송에서 새롭게 MC를 맡게 된 진중권 교수(광운대)는 “정부 첫 내각 인선이 마무리되고 있는데 뜯어보니까 의원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며 “대충 44% 정도 나오는 것 같다. 이 정도면 대통령제가 의원내각제로 헷갈릴 정도인데 그렇다면 입법부라는 것이 과연 행정부를 견제할 수가 있을까 이런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도 이 부분에 대해 아래와 같이 강조했다.

 

지금 이재명 정부 장관 중 현역의원이 총리 포함해서 8명이다. 국토부장관에도 지금 거론되는 윤후덕 의원이 있다. 9명이면 절반이 되는 것이다. 역대 정부 중에 이렇게 현역의원이 입각을 많이 한 사례가 없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윤석열 정부 때는 3명 정도가, 5명이 안 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국민의힘에서도 굉장히 불만이 많았다. 왜냐면 의원들을 좀 데려가서 많이 참여시킬 기회를 줬으면 좋겠는데 거의 기회를 안 줬다. 윤석열 정부는 3년 밖에 안 했으니까 더 그럴수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도 한 30% 밖에 안 됐을 것이다. 이렇게 너무 많은 거는 의원내각제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대통령제의 취지에 맞지 않다. 대통령제를 시행하는 국가에서 의원들을 내각에 참여시키는 걸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분은 정말 한번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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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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