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14번째 글입니다. 조은비씨는 작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20대에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서러웠다. 혼자 있는 나는 뭔가 부족한 반쪽짜리였다. 그래서 나는 온전히 ‘현재’를 나만 생각하며 살아본 적이 별로 없었다. 과거의 누군가를 원망하느라 ‘과거’에 살았고, 만나지도 않은 다음 상대를 기다리며 불확실한 ‘미래’에 살았다, 그렇게 즐기고 누리지 못 한 현재가 쌓여 돌이킬 수 없게 되면 또다시 후회하며 나를 미워했다. 그래서 내가 밉지 않다고 말해줄 타인이 다시 필요했다. 아주 지독한 악순환이었다. 언제부터 왜 반쪽 같은 느낌이 들었던 걸까? 누구나 다 이렇게 사는 걸까? 너무 이른 나이에 독립해서? 아니면 호르몬 불균형? 원인의 실마리를 풀어보려 노력해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참 이상하게도 지금은 혼자가 좋다. 올해 10월은 대단하진 않지만 내게는 인생의 가장
#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8번째 글입니다. 조은비씨는 작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안장에 앉는 순간, 자전거는 여성을 자립과 독립 그리고 속박되지 않은 세계로 이끌어준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수전 앤서니가 한 말이다. 자전거를 타지 않은지는 오래되었다. 성인이 된 후엔 한강에서 따릉이를 두어 번 타본 게 전부다. 그런데 비엔나는 자전거를 타기 참 좋은 도시다. 골목길도 자전거 도로가 분명히 나눠져 있고, 큰 도로엔 자전거 신호등도 있다. 언덕이 많은 한국과 달리 여기는 대부분 평지라 어디든 자전거로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친구는 이 좋은 걸 왜 타지 않느냐며 그날도 자전거를 타보자고 졸랐다. 아니 어릴 때 자전거 배웠다면서? 하지만 어린 시절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사고가 나서 무릎이 깨지면 어쩌지? 남을 들이받으면 어떡하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헝클어질 앞머리와 헤어스타일
#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5번째 글입니다. 조은비씨는 작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칼럼니스트] 유럽 국가들이 한국보다 더 나은 점이 많겠지만 종종 아래와 같이 말하는 사람들을 접할 수 있다. 무조건 유럽 선진국 따라가야 한다는 유튜브 영상들 보면 이해 안 돼. 걔네 방법이 한국에 맞으리란 법 없잖아. 일단 여긴 너무 비효율적이야. 한국적인 의미로 ‘효율’이란 말을 뜯어보면 사실 유럽은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비엔나에 놀러 온 한국인 친구가 “트램 너무 느려. 무인계산대 놔두고 왜 굳이 캐셔한테 가서 결제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한국인들에겐 불편함투성이에 느린 비엔나에서 6개월간 적응해서 어찌저찌 살던 나를 신기해하는 친구. 아 내가 없는 6개월간 한국은 또 얼마나 더 빨라져 있을까? 생각해보면 비엔나에는 한국이 절대 닮지 않았으면 하는 점들이 있다. 성매매가 합법이라든지, 마약 뿐 아니라 위생 관념까지 너
#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3번째 글입니다. 조은비씨는 작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칼럼니스트] 비엔나에 와서 모든 게 좋아졌다면 참 좋았겠지만 사실 그렇진 않았다. 외국에서 일도 안 하는 백수로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싫었고, 한국에서 가슴 아팠던 일들을 굳이 생각하며 또 슬퍼했다. 살고 있는 도시를 바꾸었지만, ‘나’라는 존재는 그대로니까. 비엔나는 각종 통계자료가 보증하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다. 하지만 내 몸과 마음은 여전히 무거울 때가 있다. 외로움에 잠들지 못 하거나, 우울함에 계속 잠만 잤던 날도 있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최고의 도시에 살고 있는데 여전히 구렁텅이에 빠져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떠올려보는 지겨운 교훈이 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단 한 번의 화려한 목표 달성으로 탄탄대로가 보장되는 인생 따윈 없다. 행복은 늘 쉽게 오지 않는다.
#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2번째 글입니다. 조은비씨는 작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칼럼니스트] 비엔나는 한 나라의 수도이지만 서울보다 느리게 흘러간다. 두 도시 모두 규정 속도는 시속 50km로 같지만 서울에서 그 속도를 지키다가는 뒷 차량의 짜증스러운 경적을 들을 수밖에 없다. 금방 추월당하기도 한다. 비엔나에서는 모두가 신기하게도 규정 속도를 준수한다. 조금 느리지만 엑셀 페달을 세게 밟지 않는다. 식당에서도 애가 탄다. 얼른 계산하고 다음 일정으로 빨리 넘어가고 싶더라도 직원을 부르거나 재촉할 수 없다. 기다림 끝에 계산을 마치고 분주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친구로부터 don't need to be rush. Take your time. 이런 말을 듣기 일쑤다. 비엔나는 내 몸에 자연스럽게 베어 있는 빠른 속도감과 긴장감을 내려놔도 되는 곳이다. 비엔나 시민들은 남에게 관심도 많다. 다들 ‘스
#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1번째 글입니다. 조은비씨는 작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칼럼니스트] 근데 진주는 동물성 제품이잖아? 자신을 비건(Vegan)이라고 소개한 오스트리아인 친구가 내 목에 걸린 진주가 진짜 진주냐고 물어봤다. 나는 진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정확히 알고 있기도 하고, 남들에게 가르치는 주얼리 공방 선생님인 만큼, 나 자신이 동물을 착취하는 것에 일조하고 있다고 미처 생각해보지 못 했다. 진주 주얼리 제품을 광고할 때마다 조개가 직접 만든 ‘천연’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면서도, 진주 양식업의 이면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 했다. 조개가 죽을 때까지 스트레스를 받으며 진주를 만들다가 생을 마치거나 고기로 팔리는 것임에도 이러한 진주 양식업의 어두운 면에 대해선 왜 알지 못 했을까? 7년 전 영화 <옥자>를 보고 충격에 빠져 한 동안 고기를 먹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내가 즐겁게 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