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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가능한 집 찾아주세요 “안 들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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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현재 살고 있는 집에) 처음 들어올 때 분명 반려동물 금지라는 조항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긴 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어서 공인중개사 회사 직원과 이야기를 했는데 집주인 몰래 키우다가 들키면 지인이 외국에 가게 되어 잠깐 맡겼다는 식으로 둘러대라고 종용했다. 찝찝했지만 시키는대로 할 수밖 없었다.”

 

서울 마포구에 살고 있는 20대 여성 이모씨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집사다. 이사를 갈 때도 당연히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가능한 집을 찾게 된다.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통해 분명 고양이가 가능한 집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사무소 직원은 안 들키면 장땡이라는 태도로 그냥 들어가서 살면 된다면서 집 한 곳을 소개했다. 계약서에도 반려동물 금지 조항이 명시됐지만 집주인에게 안 들키고 잘 키우면 된다고 계약 성사를 독촉했다. 그러나 입주하자마자 들켰다. 사무소의 중개 편법이 명백하다고 생각한 이씨는 유사한 사례를 취재해서 출고한 평범한미디어 기사를 보고 직접 전화를 걸어 제보했다.

 

이씨는 2014년부터 고양이를 키웠다. 벌써 9년차다. 고양이를 10년 가까이 키워온 집사는 그냥 자기 자식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이사하기 전에 살던 집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었을까? 이씨는 “처음 데려왔을 때는 별 말이 없었다. 필요에 따라 이사를 가게 됐고 집주인이 바로 알게 됐지만 초반에는 별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사한 집에서 재계약을 할 때가 다가왔을 시점에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사실 집주인은 해당 건물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계약 기간 내내 고양이를 키우는 이씨에게 눈치를 줬다. 집주인도 반려동물 금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미 점유하게 된 이씨를 쫓아내진 않았고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재계약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재계약하려면 고양이를 다른 곳에 보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씨는 너무나 억울했다. 계약만 성사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인 사무소의 행태가 얄미웠지만 일단 살아가기로 했다. 주변에 고양이를 키울 수 있게 허용된 다른 집이 없었을까?

 

(사무소에서 찾아보지도 않은 것 같은데) 딱히 그런 말 없이 그냥 아무 집이나 보여주었다. 나는 이 집이 괜찮다고 말을 했더니 방금 언급했던 것처럼 일단 고양이가 있다고 말을 하지 말고 키우라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정말 무책임한 언사가 아닐 수 없다. 중개업체가 정말로 고양이가 가능한 집을 찾기 위해 발품 팔아 노력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그냥 귀찮았던 게 아닐까? 고양이가 가능한 집이 많이 없으면 솔직히 고객에게 이실직고를 해야 하지만 계약 수수료만 챙기면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어쨌든 계약서에는 분명 ‘애완동물은 안 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사실 들어올 때부터 집주인이 고양이를 키운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에 트러블이 계속 있었다. 나도 지쳐서 사무소 직원에게 다른 집도 고려해봐야 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집주인에게 사정 설명을 잘 해서 설득해볼 것이라고 답했다. 근데 어느 순간 외국에 간 지인이 맡겨서 잠시만 키워주고 있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라고 시키더라. 이전 집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 전에 집을 구할 때도 사무소에 고양이를 키운다고 말했고 집주인들이 고양이를 키우는 것을 알아도 별 말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계약서에 애완동물 금지 조항이 명시되었음에도 계약서에 서명을 한 것은 이씨의 불찰이자 책임이 맞다. 하지만 이씨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이런 식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잘못된 중개 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들키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계약을 종용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관행이다. 반려동물이 안 되면 확실히 안 된다고 알려주고 다른 집을 찾아봐야 한다. 안 찾아지면 기다리라고 알려야 한다. 하지만 사무소들은 흔히 얼른 일 처리하고 커미션을 받을 생각에 지배돼 있다.

 

 

이씨만 하더라도 차라리 사무소 직원이 늦게라도 다른 집을 알아봐줬다면 그쪽으로 다시 이사를 가면 됐을텐데, “잘 말해보겠다”며 바람을 잡아서 이사 타이밍도 놓쳤다. 분통을 터지는 이씨가 원하는 것은 소송일까? 해당 사무소에 대한 징계일까? 언론 보도나 공론화도 생각하고 있을까? 이씨는 할 수 있다면 다 해보고 싶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일단 제일 원하는 것은 현재 사는 집에서 최대한 오래 사는 것이다. 사무소에서는 2년 동안 여기서 살면 그때부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나가라고 하지 못 한다(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는 식으로 말을 했다. 그래서 그 말만 믿고 이 집에 들어왔는데 나가야 될 위기에 처했다. 이럴거면 그냥 바로 다른 집을 알아보는 게 나았을 것이다. 이사 비용만 또 들게 생겼다. 사무소에 대해 민사소송을 하거나 고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소송 비용이 만만치 않고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사무소 직원은 잘못된 관행에 기대어 중개 오류를 범한 책임이 있다.

 

사무소는 고객의 의뢰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했다. 그러니 거기에 따른 제재나 징계는 합당하다고 본다. 언론 보도나 공론화도 내가 그것으로 인해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면 해도 좋을 것 같다.

 

정말로 이러한 경우 명백한 중개 과실로 보고 민사소송을 걸 수 있을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변호사마다 견해 차이가 있겠지만 박주현 변호사(법무법인 중용)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단순 분쟁만으로는 소송을 걸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대차 계약이 해지되었다든지 아니면 다른 어떤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면 민사소송을 걸 수 있겠으나, 단순 분쟁만으로는 소송하기 어렵다. 이번 사례의 경우 집주인이 나가라고 했으니 소송을 걸 여지는 어느정도 있겠으나 쉬운 소송은 아니다. 하나 하나 다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회의적이었다. 결국 이씨는 고양이를 다른 곳에 맡기거나 고양이가 되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는 걸까? 다른 구제 받을 방법은 없는 걸까? 하다 못 해 이사 비용만이라도 보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박 변호사는 “그런 건 없다. 공인중개사가 잘못을 했다면 그 부분도 증명이 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마침 제보자에게는 녹취 파일이 있긴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구제를 받기 어렵다고 한다. 계약서에 명시된 사항이 발목을 잡는다. 박 변호사는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이것은 본인 책임이다. 아무리 중개사가 그런 식으로 밀어붙였다고 하더라도 계약서에 분명히 반려동물을 들이면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면 세입자에게 불리하다. 중개사가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제보자께서 너무 중개사의 의견에만 의존한 것 같다. 이번 사안은 제보자에게 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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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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