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50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정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원로 연예인들이 나이를 먹고 자연스럽게 별세하는 뉴스들을 접할 때마다 그렇게 커다란 마음의 동요를 느끼진 않는다. 숙환으로 자연사하는 것이 순리로 여겨질 만큼 충분히 고령이라는 판단이 든다. 그러나 故 김수미씨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했던 것이 대중의 뇌리에 깊게 박혀있어서 그런지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지난 10월31일 13시 전화 인터뷰에서 “김수미씨는 <전원일기>의 일용엄니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갖고 있고 최근까지 우리와 함께 숨쉬고 활동했던 분”이라며 “<회장님네 사람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전원일기>에서 함께하던 배우들하고 같이 출연해서 즐거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기 때문에 많이 급작스럽다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1949년생 75세. 고령인 것은 사실인데 김수미씨는 근 10년간 진정성있는 인생의 조언을 건네줄 수 있는 친근한 동네 할머니와 같은 모습이었던 만큼 그의 부재가 슬프고 크게 느껴진다. 죽음이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김수미씨는 홈쇼핑, 방송, 연기활동 등을 멈추지 않았다.
사인은 고혈당 쇼크로 알려졌다. 혈압과 혈당은 늘 체크해야 하는 필수 건강 요소다. 나이가 많을수록 더 자주 살펴야 한다. 박 센터장은 “김수미씨가 암에 걸려가지고 투병 생활을 하거나 이런 건 아니었다. 만성질환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면서 노인이 갑자기 쇼크사로 목숨을 잃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환기했다. 평생 일중독일 정도로 일만 해오다가 노인이 된 사람들이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허무하게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자기 컨디션을 챙기지 않고 주어진 과제만 수행해왔던 50~60년대생 어른들이 이제는 조금씩 일을 줄이고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 결국 나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에너지가 떨어져서 몸의 이상을 감지하는 속도가 더디고 순식간에 사망에 이르게 될 수 있다.
근데 아마 여전히 고령임에도 자영업 일을 많이 하고 계시는 박효영 기자님 부모님도 그렇고 어르신들이 아직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본인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별로 에너지가 안 든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냥 손님 많이 오면 동네 마실도 다니는데 수다 떨어주고 그러는 거지. 그렇게 쉽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본인들은 괜찮아도 자식들이 볼 땐 불안할 때가 있다. 부모들은 손님이 찾아오는데 어떻게 문을 닫냐고 말씀을 하실텐데 근데 반대로 문을 닫아야 손님이 오지 않는다. 내가 쉬겠다고 맘먹고 문을 닫는 게 습관이 되고 그렇게 손님들에게 인식이 되면 안 온다. 맨날 문을 열어놓고 장사를 했기 때문에 손님들도 그런 이미지를 갖고 오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가게의 느낌이 아니라 사랑방의 느낌을 갖는 곳이 되어버린 걸 수 있다.
김수미씨도 그렇게 에너지틱하게 활동을 했던 원로 연예인이었다. 하물며 50대만 되더라도 무리하게 일하다가 스트레스를 축적하다 보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년층들은 관성을 벗어나지 못 한다. 그들이 노년기에는 조금씩 짐을 내려놓고 자기 건강을 챙기고 행복하게 노후를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