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51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정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24년 올시즌 한국 프로야구는 대박이 났다. 시즌 시작 전부터 대투수 류현진 복귀 소식이 전해졌고, ABS 도입이 결정됐다.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어젖혔으며, 김도영이라는 슈퍼스타가 탄생했고, 기아타이거즈가 7년만에 왕좌를 차지했다. 흥행 요소들이 많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야구의 매력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우선 올시즌 우승을 거머쥔 기아타이거즈와 이범호 감독에 대해서 먼저 다뤄본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지난 10월31일 13시 전화 인터뷰에서 “일단 개인적으로 기아가 우승까지 갈줄은 예상하지 못 했다”며 “시즌 들어가기 전에 워낙 큰일이 있어가지고 수습이 잘 될까라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신인급 선수들이 좀 튀어나와줬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고 곽도규 선수도 그렇고 김도영 선수는 말할 것도 없다. 그 선수들의 활약을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우승을 할 수 있던 상황을 예상하지 못 했다. 사실 제일 잘한 건 코칭스태프다. 빨리 수습을 잘했고 그 수습한 걸 가지고 끝까지 하나로 뭉쳐나갈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그렇게 볼 때는 과감하게 젊은 감독 이범호를 선택했다라는 건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됐다. (by 박성준 센터장)
앞서 2월 박 센터장은 김종국 전 기아타이거즈 감독의 불명예 퇴출 이후 내부 승진으로 신임 감독이 선임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때 내부 승진 밖에는 얘기드릴 수 없었던 게 외부 인물들과 컨택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외부 지도자가 들어와서 뭘 하기에는 그 당시 사건의 임팩트가 너무 컸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굉장히 좁다고 봤고 그래서 내부 승진의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이범호 감독이 선수 기용부터 시작해서 팀 전체를 운영하는 능력이 대단했다. 결과적으로 우승해서 이런 말을 할 수도 있게 된 건데 사실 그런 상황에서 그만큼 해냈다는 건 개인 능력으로 봐야 한다. 적재적소에 좋은 선수들을 잘 배치했고 작전들을 잘 썼다. 작전이라는 게 세밀하게 번트를 대고 이런 것이 아니라 선수 기용이 신인 감독답지 않았다. 좋은 선수들을 발굴하기도 잘했는데 2군 감독이었던 경력이 있기 때문에 2군 선수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올려서 쓰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by 박성준 센터장)
데이터 야구도 한몫 했다. 이범호 감독은 데이터에 강했다.
결단력이 있다고 보여진다. 이름값이나 기대치를 가지고 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데이터 야구를 구현해낼 것인지에 대한 노력이 보인다. 그러니까 코칭스태프를 잘 이끌고 선수 발굴도 그렇고 이런 모습들을 봤을 때 초보 감독답지 않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내후년까지도 이범호 체제가 기대된다. (by 박성준 센터장)
이미 이 감독은 심재학 단장과 함께 구단 경영진에게 향후 야구단 운영 플랜에 대해 보고를 마쳤다고 한다. 박 센터장은 “우리 이 감독은 정말 쉬는 법을 모르는 분인 것 같다”고 묘사했다.
기아팬으로서 행복한 것은 한 번 우승했다고 자만하지 않고 바로 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있을 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사령탑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수없이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더라도 다시 평정심을 찾고 다음 시즌을 묵묵히 대비했는데, 맨유를 30여년간 최정상의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도록 만들어냈다. 우승 이후에도 다시 열심히 훈련하고 운동을 하도록 선수들을 이끌어내는 명품 리더십이 탁월했다. 타이거즈 출신 장성호 야구 해설위원은 적어도 KBO에서 “왕조와 명장”이라는 평가를 들으려면 최소 3년 이상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이 감독과 심 단장이 해태타이거즈 이후 기아타이거즈의 왕조 시대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근데 이번에 한국시리즈에서 인상 깊었던 게 4차전에서 기아가 삼성을 7대 0으로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음에도 선수들이 굉장히 열심히 하더라. 안타를 맞더라도 2루로 못 가게 하려고 기를 쓰고 송구하고, 도루도 시도하고 방심 없이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했다. (by 박효영 기자)
우승 세리모니 당시 이 감독은 마운드에 선수들과 함께 서서 삐끼삐끼 댄스를 췄다. 박 센터장은 “감독이 근엄하지 않고 같이 즐길 땐 즐길 줄 알고 그것도 기아 치어리딩팀에서 이슈가 돼서 알려졌던 챌린지 같은 춤을 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환기했다.
이미 알려진 것들을 직접 경기장에서 같이 즐길 수 있을 정도면 선수단 뿐만 아니라 프론트와도 이미 가깝고 응원단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참 품이 넓은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장 안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데는 탁월한 재주를 갖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by 박성준 센터장)
사실 이 감독은 한화와 기아에서 선수로 뛸 때부터 훌륭했다. 박 센터장은 “대단한 선수라는 게 선수로서만 대단한 게 아니라 주변의 선후배한테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앞으로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기아도 그렇고 이제는 조금 더 감독들 연령대가 낮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감독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승엽 감독도 팬들한테 욕을 먹고 뭐 기대치에 비해서 좀 박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꾸준히 5할 이상의 승률을 하고 있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적응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범호 감독도 이번에 정말 감독상을 받을 만하다 싶을 정도로 보여줬기 때문에 이제 젊은 지도자가 앞에 나서는 데 있어서 다른 팀들도 긍정적으로 보게 될 것 같다. 박진만 감독 역시 젊은 감독인데 이번에 삼성라이온즈를 아주 잘 이끌었다. (by 박성준 센터장)
사실 한국 야구계에서는 1970년대생 감독에 대해서도 젊다고 평가를 해주지만 현재 독일 국가대표팀 나겔스만 감독이나 아스날 FC 아르테타 감독 등 1980년대생 감독들이 굵직한 팀의 사령탑을 맡게 된지 꽤 오래 됐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많고 적고가 아니라 능력과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올시즌 한국 야구가 인기 절정이었던 배경을 두고 온라인 중계권을 갖고 있는 티빙이 숏츠 저작권을 풀어줘서 그런 것이라는 해석이 넘쳐나고 있다. 박 센터장은 “그런 부분도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말했다.
뭐냐 하면 사람들이 가성비를 찾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야구장 방문 비용이 그렇게 비싸지 않다. 티켓값과 교통비, 음식비 등등 다 따지더라도 그렇게 비싸지 않은데 그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굉장히 크다. 요즘 야구장에는 이벤트도 많고 좌석이 굉장히 다양화되어 있고 그 안에서 먹을 수 있는 메뉴와 방법들이 많다. 야구 자체가 다른 프로 스포츠들에 비해서 팬들의 활동성이나 자율성이 굉장히 높은 스포츠다. 배구나 농구, 축구 등 다른 여타 스포츠에서는 응원 외에는 할 게 없는데 그리고 응원 방식도 제약들이 많은데 야구는 그렇지 않다.야구는 투수가 공을 던졌다가 다시 받고, 이닝을 교체하고 그 틈틈이 뭔가 다른 걸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잡담도 하고 야잘 지인에게 설명도 듣고. 보통 보면 야구는 한 이닝당 15분 정도 진행되는데 12~13분이 지나면 한 번은 쉴 수 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집중시키기도 그렇고 처음 와서 즐길 수 있는 재미를 붙이기가 쉽다. 사실 잘 모르는데 오래 집중하기 힘들다. (by 박성준 센터장)
나아가 박 센터장은 야구라는 종목이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 어떤 파크의 느낌이 강하다”며 “그야말로 테마파크 형식으로 뭐든지 할 수 있고 접근성도 굉장히 좋다”고 강조했다. 즉 “굳이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지 않아도 즐길만한 게 많다는 얘기”다.
사실 나처럼 야구장에 가지 않아도 재밌다. 기아타이거즈 골수팬이지만 야구장 직관을 그리 많이 가지 않고 집에서 집관을 한다. 차근차근 분석하며 곱씹으며 야구를 보는 팬들도 많을 것이다. 또 야구는 매일 하니까 분위기가 계속 유지된다. 내가 우리 팀을 응원하고 있는데 평일과 주말 내내 퇴근하고 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실 1000만 관중이라는 게 작년에는 300만이었는데 갑자기 1000만이 된 게 아니고 꾸준히 올라온 상태에서 1000만이 된 것이다. (by 박효영 기자)
전통적으로 인기가 많은 롯데자이언츠와 한화이글스가 있고, 기아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가 상위권에서 흥행을 이끌었다. 박 센터장은 “올해 1000만 관중을 이룰 수 있던 것은 지방팀들이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며 “사실 롯데하고 한화는 내년이 기대되는 팀들이다. 베테랑 명장 두 분이 각각 부임했는데 첫 시즌부터 성적을 내기는 어렵다. 이제는 자기 야구를 보여줄 때가 됐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