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와. 이것 총체적 난국이라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 내가 지금껏 스무 번이 넘게 고민 상담을 진행해왔지만 이번 사연처럼 어이없고 골이 아픈 사연은 또 처음이야. 아니 “여친이 임신했어요”도 아니고 “격주에 한두 번 잠만 자는 동생이 희미한 두 줄짜리 임테기 사진을 보내왔어요”라니 대체 뭐니, 이게. 격주에 한두 번 잠만 자는 동생이 있는데 갑자기 생리 안 하고 임테기 사진을 보여주는데 희미하게 두 줄이어도 임신인가요?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22년 12월15일> 그래도 상담을 진행해야 하니 우선, 몇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격주에 한두 번 잠만 자는 동생’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개념이야. 세상에 동생과 섹스를 하는 사람은 없거든. 친동생이든, 의붓동생이든, 사촌동생이든, 친척동생이든, 아는 동생이든 동생과 섹스를 하는 오빠는 세상에 없어. 그러니까 섹스를 한다면 그건 동생이 아냐. 그냥 섹스 파트너인 거지. 그리고 두 번째로 여자에게 ‘안전한 날’이란 없어. 흔히 생리주기를 기준으로 생리 시작 14일 전부터 약 3일간을 ‘가임기’라고 부르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때가 임신이 가능한 가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우선, 당신 남친에게 한 가지 재능이 있는 건 확실해. 그것도 ‘사람 빡치게 하는 능력’이라는 아주 놀라운 재능 말야. 고민 상담을 해준다더니 갑자기 무슨 헛소리인가 싶지? 그런데 사실이야. 당신 남친은 지금 자기와 일면식도 없는 나를 당신 이야기만 듣고도 빡치게 했어. 도대체 이게 재능이 아니면 뭘까. 와, 간만이네. 이렇게까지 재미있게 빡치게 하는 사연은. 혹시 연인 중에 장난 심한 사람 있나요? 장난인데 상처 받거나, 웃으면서 넘어가는데 남자친구 장난이 심해요. 저는 예뻐 보이고 싶은데 장난으로 못생겼다느니, 찐따부터 시작해서 막 말장난을 심하게 쳐요. 그러고 나서 제가 뾰로통하거나, 삐지면 아직도 자기는 몰랐다며 장난이라고 하는데 말장난 심하게 치는 연인 있는 분들은 어떻게 넘어가나요?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20년 5월20일> 각설하고, 장난이라는 건 말이야. 어디까지나 당하는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고, 웃어넘길 수 있는 걸 말하는 거야. 남친이 당신에게 못생겼다는 말을 했다고 했지? 그 못생겼다는 말을 듣고 “그래, 나 못생겼어.”, “너보다는 예쁘거든?” 식으로 받아치면서 웃어넘길 수 있다면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우선은 당신과 당신 애인에게 고민을 상담하는 사람으로서 칭찬 하나 해주고 시작하고 싶어. 처음 시도하는 스킨십에 대해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고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는 점, 그리고 그것에 대해 서로 충분히 이야기하고 합의한 점, 그거 매우 칭찬할 일이거든. 원래는 그게 당연한 거고,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데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냥 자기 좋을 대로 밀어붙이는 인간들이 세상에 너무 많으니 말이야. 아니, 운전하다가 차선 변경할 때도 깜빡이 안 켜고 훅 들어오면 운전 개같이 한다고 욕을 바가지로 먹는데 하물며 연인간의 스킨십은 어떻겠어? 갑자기 스킨십을 하면 상대가 놀랄 수 있는 건 둘째 치고, 불쾌감을 느끼거나 ‘아무리 얘랑 나랑 사귀는 사이라도 그렇지 이건 강제추행’이라고 느낄 수도 있는 문제지. 그런데 당신 커플은 최소한 그럴 일은 없어 보여서 오랜만에 나도 좋은 마음으로 상담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스킨십 진도는 어떻게 나가나요? 연애 2주차 정도입니다. 첫 스킨십은 항상 상대방이 주도했습니다. 손잡기, 손깍지 끼기, 팔짱, 포옹까지. 다음 스킨십은 뽀뽀랑 키스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 둘 다 연애가 처음이라 처음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상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당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해볼게. 내가 조금 희안한 직업병이 있어서 마침표가 없거나 문맥이 어지러운 글은 참아주지를 못 하거든. 그래서 내 식대로 정리를 해보자면 우선, 당신은 지금 소개로 만난 남성과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연락을 하고 있다. 쉽게 말해 썸이라면 썸인 관계를 유지 중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전남친과 연락을 하고 있고, 전남친을 다시 만나거나 사귈 생각은 아직 없지만 자꾸 연락을 주고받다보니 이전처럼 편안한 감정이 올라온다. 이렇게 된다는 말이지? 소개 받은 사람이랑 연락하고 있는데도 전남친이 연락오면 자꾸 받아주고 카톡하게 됨. 만날 것도 아니고 다시 사귈 건 더더욱 아니지만 말 잘 통하고 티키타카 되니까 카톡 재밌음 ㅜㅜ 전남친이 편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22년 12월2일> 하, 이거 좀 간만에 재미있네? 현남친이 있는 상황에서 전남친과 연락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실체가 존재하는지도 모를 썸이라는 관계 속에서 전남친과 연락을 하고 있다니 와. 나 이렇게 재미있는 사연 간만에 본다. 아무튼 내가 재미가 있건 없건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상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 당신의 사연은 상담거리가 아니라는 걸 미리 알려주고 시작할게. 고민을 상담한다는 건 누군가의 고민을 듣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준다는 의미로 많은 사람들은 이해하고 있고, 또 내게 고민을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의 대부분 역시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자신의 고민이 해결되기를 바라며 오는 건데 오늘 당신의 사연을 들어보니 이건 뭐랄까. 마치 그냥 푸념 같아. 해결책도 없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은 하나마나한 이야기인데 이걸 상담거리라고 볼 수 있을까? 뭐, 당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내가 보기에 이건 상담거리 축에도 끼지 못 하는 이야기이니 그냥 나도 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할게. 당신도 굳이 상담을 받기보다 그냥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원했던 것 같으니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저는 경기도 통학러입니다. 경기도에서 서울 가나 서울에서 경기도 가나 똑같은 거린데 왜 서울 사람이랑 경기도 사람이랑 만날 때 서울에서 만나는 게 당연하고 경기도에서 만나는 건 경기도로 '가주는 것'인가요? 특별한 전시나 공연 보는 것도 아니고 밥 먹고 카페 가는데 꼭 서울에서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상담에 앞서,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게. 상담을 한다더니 진지하게 물어보는 거 없이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고 하는지 싶겠지만 일단 한 번 들어봐. 매우 재미있을 테니까 말이야. 당신 말야, 혹시 가방이나 액세서리로 사람을 죽여본 적 있어? 물론, 없을 거야. 그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거고. 하지만 정답은 ‘가능하다’야.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가능하고 말이지. 아, 여기서 말하는 액세서리는 비녀나 뒤꽂이 같이 일정 길이 이상의, 끝이 뾰족한, 목에 꽂을 수 있는 것만 말하는 게 아냐. 자그마한 귀걸이나 목걸이, 심지어 구슬팔찌 같이 그냥 보기에 예쁘기만 한 것 같은 액세서리로도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거야. 여성분들 인터넷 메스컴 기사에 '남친 차로 람보르기니 박은 아내' ,'주차하다가 벤틀리 긁은 여자친구' 등. 이런 기사 뜨면 댓글로 본인 남친&남편 태그하거나 게시물 보여주며 내가 만약 이러면 어떡할거야? 여보 내가 저 차 운전했으면 어떡할거야? 이런 걸 왜 묻는 거예요? 무슨 답을 받길 원하는 거예요? 님들은 님들이 영끌해서 모은 샤넬백이나 에르메스 팔찌 남친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우선 상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당신에 대해 어느 정도 유추해볼게. 그거 알아? 사람은 말야, 은연 중에 자신이 내뱉는 말 한 마디, 무심코 쓰는 문장 하나, 단어 하나로 자기 자신에 대해 무수히 많은 정보를 드러내기 마련이거든. 작가가 쓰는 글 내용을 보고 이 작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도 그래서인 거고. 당신은 나름의 익명성을 빌려 스스로를 숨기려 했겠지만 내가 본 당신의 정보는 대략 이래. 당신의 성별은 여성이다, 또한 남친이 있으며 그 남친에게는 여사친이 있다. 또한 남친의 여사친은 당신과 연애를 한 이후에 생긴 친구일 거다. 내가 유추해낸 것이 맞다 해도 너무 놀라지 마. 성별이 다른 친구를 두고 “못생겨서 걱정없다”는 말을 하는 건 대부분 남성들이고, 무엇보다 당신은 끝 문장에 애인이 있는데도 남여사친을 만드는 사람을 콕 집어 이야기했지. 이걸로 당신과 당신 애인의 성별과 상황을 유추한 거니까. 저는 남여사친이 언제든 연인관계로 발전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남여사친에서 연인 관계로 발전된 사람들도 많을텐데 그걸 겪어본 사람들이라면 아마 잘 이해할 거라고 생각되네요. 애인이 원하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내가 고민 상담을 시작한지 오늘로 몇 번째더라? 아마 이번이 열여섯 번째일 거야. 그래 그 열여섯 번의 상담 동안 참 다양한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접했지. 그중에는 세상에 이런 또라이가 다 있나 싶을 정도의 또라이도 있었고, 나보다 더 한심한 놈이 세상에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한심한 인간도 있었어. 그런데 이제 보니 당신 남친에 비하면 그 사람들은 아주 양반이었지 뭐야. 대체 이걸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할까 싶을 정도로 당신 남친은 총체적 난국이야. 그걸 당신 스스로 잘 알고 헤어지려고 한다니 그 결정은 칭찬해주고 싶어. 내가 늘 얘기하는 건데 그 나이 처먹도록 같이 산 부모도 못 바꾼 새끼는 친구나 애인이 바꾼다는 게 거의 불가능해. 그건 그 친구나 애인이 예수나 부처라 해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러니까 당신은 이제 당신 갈 길 가면 되는 거고, 앞으로 더 좋은 사람 만나면 되는 거야. 그전에 당신이 남친에게 “살면서 얼굴 한 번도 볼 일이 없을 사람들이 너에게 뭐라 하는 걸 보고 네가 얼마나 또라이인지 좀 느끼는 게 있어라”는 심정으로 사연을 올린 것 같아.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려고 해. 맞아. 당신 남친이 얼마나 또라이인지 얘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일전에 내가 결혼하려니 통장이 거지가 됐다는 사연자를 상담하면서 한국의 결혼은, 결혼하는 당사자가 아니라 부모가 주인공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 실제로 한국의 많은 부모들은 자식을 보험 상품이나 투자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말야.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나도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고, 또 내 나이가 스물아홉이 되다 보니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더라. 그 중 하나가 뭔지 알아? 바로 ‘자식이 힘들게 살기 바라는 부모는 없다’는 사실이야. 남친과 6년째 연애 중이고 서로 결혼 시기가 되어서 이제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서로 집안이 부유하지 못 해 각자 모은 금액으로 모든 걸 해결하고 은행을 끼고 진행하여 결혼해야 하는 상황인데. 남친쪽은 저를 찬성하시는데 저희 부모님은 반대하십니다. 이유는 남친쪽이 가난하다는 이유입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 물어본 결과 2~30대 지인들은 서로 부모 도움 받지 말고 네가 좋으면 그냥 하라고 하고, 5~60대들은 그래도 남자가 돈이 좀 있어야 편하다고 하십니다. 물론 저도 알고 있어요. 제가 고민되는 부분은 이 남자 6년 동안 연애하면서 다른 사람이 봐도 부럽고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우선, 답변에 앞서 우리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줄게. 우리 할아버지가 원래 굉장한 골초셨거든. 젊은 시절부터 담배를 피워서 정확히 일흔 다섯 정도까지 담배를 피우셨으니 거의 한 평생을 담배를 피웠다 봐도 될 정도로 헤비 스모커셨어. 당연히 옆에서 담배 좀 끊으라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잔소리를 해대도 끊을 생각이라고는 한 치도 없으셨고 말야. 그런데 그런 우리 할아버지가 금연에 성공하셨던 이유가 뭔지 알아? 바로 폐암이었어. 아니, 생각을 해봐. 폐암에 걸렸다는데 무서워서 어떻게 담배를 피울 수 있겠어. 계속 피우다가는 더 살 수 있는 것도 더 못 살겠구나 싶어서 어떻게 담배를 피우겠냐고. 코로나에 세 번째 걸림. 둘 다 무증상. 근데 이번에 걸린 건 후각과 미각이 사라짐. 폐도 아픔. 하지만 구름과자는 포기할 수 없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암으로 될 수 있다는 글을 봄. 깊은 충격에 빠짐. 지금이라도 금연해야 하는가?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23년 1월10일> 고민을 상담해준다더니 이 인간이 상담은 안 하고 왜 자기 할아버지 이야기만 늘어놓나 싶을 거야. 누가 지 할아버지 얘기 궁금하댔나 싶을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