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김미진 기자] 겨울을 맞은 건설업계 현장 노동자들에게 동장군보다 더 무서운 것은 '질식사'다. 특히 건설업은 기초공사를 위해 콘크리트 보온양생 작업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질식 사고가 잦은 편이다.
그러니까 콘크리트 작업을 마치고 굳게 만들기 위해 난로를 이용해서 보온양생을 해야 하는데, 열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천막을 친다고 한다. 탄화도가 낮은 갈탄과, 나무를 태우는 목탄 등은 일산화탄소를 많이 일으키고 천막으로 인해 환기가 안 되기 때문에 위험할 수밖에 없다. 일산화탄소 안전 사고는 비단 산업 현장 외에도 겨울 캠핑에서 난로를 사용할 때 자주 일어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까지 195건의 질식 재해로 316명이 다쳤고, 168명(53.2%)이 목숨을 잃었다. 업종별 재해 건수를 보면 건설업(78건 40%), 제조업(58건 29.7%), 기타 사업(35건 17.9%) 순이었다. 사망자 수는 건설업 68명(40.5%), 제조업 52명(30.9%), 기타 사업 28명(16.7%) 순이었다.
건설업 계절별 질식 재해 사망자 기록을 보면 겨울(12~2월)에 26명이 숨져 전체 대비 38.2%를 차지했고, 겨울철 건설업 질식 재해 25건 중 17건(68%)이 보온 양생 작업에서 비롯됐다.
대전 지역에 있는 A 건설회사 관계자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양생작업에 목탄을 쓰다 보니 다량의 일산화탄소가 발생하고 또 그 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천막으로 막는다. 환기가 안 되니까 질식이 되는 것"이라며 "그냥 들어갔다가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심하게는 죽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체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페수처리시설, 정화조 등 밀폐된 공간에서 청소를 하다 보면 다량의 가스 치환으로 사망한다. 미생물 증식이 활발하기 때문에 산소결핍이 되기 쉽다.
그런데 산소농도가 정상범위라고 해도 제조업 현장에서는 사망 사고가 잦다. 가스 중독 때문이다. 혈액에 가스가 있으면 혈류가 막힌다. 그래서 산업 현장에서는 화재나 폭발 방지를 위해 불활성 가스를 채워둔다. 불활성 가스로는 주로 질소나 프레온 등이 사용되기 때문에 가스 중독이 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딱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뻔하지만 '사전 작업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통화에서 "유해가스 농도가 30ppm미만일 때 작업해야 하고, 산소호흡기나 송기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며 "관리자는 이같은 안전보건 조치가 확인되기 전까지 어떤 경우에도 근로자가 보온 양생 작업장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해야 하며 작업 현장에 열풍기를 도입해 일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는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