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와 박용진 압도할 ‘정성 평가’란 뭘까?

  • 등록 2024.02.27 12: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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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13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 연예 등등 분야 가리지 않고 뜨거운 이슈에 대해 색깔 있는 진단을 해드리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발 공천 잡음이 요란하다. 현역 불패 국민의힘 공천이 전혀 혁신적이지 못 한 반면 민주당의 공천은 한 마디로 “비명횡사”다. 미국 정치처럼 정당 공천 없이 모든 후보를 개방 경선으로 뽑는 형태가 무조건 합리적이라고 볼 순 없고, 정당이 정무적 판단에 따라 후보자를 내세우는 것 자체는 나름 정당성이 있다. 그러나 현역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평가가 누가 봐도 비이재명계에 대한 공천 학살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당의 공천권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들 정도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지난 22일 14시 광주 광산구 모 카페에서 평범한미디어와 만나 “(비명계 의원들을) 끌어내려서 하위 10%, 20%에 앉혀놓는다고 하면 1차적으로 드는 생각이 그들을 누를만한 큰 게 뭐지?”라며 “도대체 (김영주·박용진·윤영찬 의원 등에 대한) 정량 평가를 완벽하게 누르고 압도할만한 정성 평가가 뭐가 있지?”라고 말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 대한 평가에서 하위 20%로 판정 받으면, 경선에 들어가서 본인이 확보한 득표율에서 마이너스 20% 감점을 당한다. 하위 10%는 마이너스 30% 사실상 컷오프라고 봐도 무방하다. 엄청난 불이익인데 현역 의원 평가 항목과 배점은 △의정활동 38% △기여활동 25% △공약활동 10% △지역활동 27% 등이다. 얼마전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 31명을 선정해서 당사자에게 통보를 했는데 이중 비명계가 28명이었다. 대표적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김영주 의원(서울 영등포갑)은 민주당 탈당까지 감행하며 “모멸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날 반명으로 낙인 찍었고 이번 공천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명분으로 평가 점수가 만들어졌다고 판단한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했다. 민주당이 잘되길 바라지만 이재명을 지키지는 않겠다. 대체 어떤 근거로 하위에 평가됐는지 정량평가, 정성평가 점수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김영주 의원을 비롯 하위 10%를 받은 박용진 의원과 윤영찬 의원의 의정활동을 살펴보면 대표발의 건수,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출석률 등 누가 봐도 모범적이다. 물론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라는 게 정량적으로만 볼 순 없지만 모범적인 비명계 의원들에게 하위 점수를 줄 정도로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정성 평가가 도대체 무엇인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 센터장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과 친명 활동 등) 당연히 그런 것들이 작용했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당내 반발 세력 뿐만 아니고 당 바깥 중도층이나 정치 고관여층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조차도 그 정성 평가의 기준을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대체 이런 훌륭한 정량 평가의 내용들을 압도하고 찍어눌러서 그 사람들을 하위 20%, 10%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뭐냐? 그거는 딱 하나다. 이재명 대표와 얼마나 가까운지다. 만약에 5과목이 있다. 4과목에서 80점 맞아서 320점이다. 근데 하나가 0점이 되면 평균 64점이 된다. 어떤 특정 분야에서 점수가 아예 없거나 오히려 마이너스여서 여기 있는 기존의 항목들을 다 깎아먹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특정 분야가 뭐냐는 거다.

 

 

이미 불출마 또는 탈당을 선언한 의원들이 꽤 되지만 갈수록 더 늘 것 같다는 게 박 센터장의 전망이다. 박 센터장은 “지금 남아 있는 지역이 박빙 지역들”이라며 “튕겨져나갈 사람들은 어떤 정당이든 간판 걸고 나오거나 혹은 무소속으로 나와도 당선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 같아서 추가적으로 탈당자들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6년 총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박 공천’과 비교해보더라도 박 센터장은 지금의 민주당 공천에 대해 명백한 “권력자의 사천”이라고 규정했다.

 

(진박 공천 때와 패턴이) 비슷한데 지금 민주당이 그때와 비슷하게 해서도 안 되는 게 뭐냐면 그땐 비박을 담을 만한 그릇이 마땅히 없었다. 근데 지금은 자기네들이 뭉쳐서 당을 만들 필요가 없다. 이미 반윤석열을 내세운 비명들이 뭉쳐 있는 곳들이 많다. 그냥 몸만 떠나면 되는 거다. 옛날처럼 우리끼리 뭉쳐서 어떻게 정당을 만들어서 살아 돌아오느냐를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까 너무 편하다.

 

마침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가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결별했다.

 

민주당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이낙연 대표가 내세운 명분이 약하다고 생각했고 이준석 대표와의 통합을 보고 더 그랬는데 이제는 갈라섰다. 그리고 공천 탈락이라는 명분도 생겼다. 이제 가기만 하면 된다. 얼마나 편해졌는가?

 

새로운미래 김종민 의원은 연일 책임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공천 파동을 저격하며 피해를 본 비명계 의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이렇게 전면적인 불공정은 내가 40년 동안 정치를 관찰하거나 경험하는 시간 중에 처음 본다”고 직격했다.

 

공천 받은 사람들의 면면이 다음 국회의 성격을 규정지을 것인데 맹목적인 충성파나 방탄 잘하게 생긴 사람, 이런 사람들로 구성된다면 이 다음 국회는 뭐가 될까.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 아니겠나. 국민들이 그런 국회를 선택한다고 하면 참 암담한 것이다.

 

그렇다면 당내 비명계 의원들 중 박용진 의원처럼 남겠다는 경우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까? 이재명 대표에게 물러나라고 요구하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박 센터장은 “(당내에 남아 있는 의원들이) 격렬하게 저항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 권력을 쥐고 있는 건 누가 뭐래도 친명이기 때문에 좀 더 과격한 친명 세력의 행동에 면죄부를 주거나 당위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그러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들이 친명 세력하고는 아예 융합을 못 하는 거니까. 너무 세게 나가면 (수박과 낙지 등) 배신자 프레임이 씌워진다”고 덧붙였다.

 

일단 박용진 의원은 얼룩소 소셜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이 잘될 수만 있다면 나 하나의 억울함은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대인배의 면모를 드러냈다.

 

무수히 억울한 일들이 많지만 그런 사안들을 하나 하나 소송 등으로 또는 탈당으로 하면서 모든 것을 말한다면, 그렇게 하면 내가 당대표를 하고 대통령을 하겠다며 나섰던 정당인 민주당. 내가 사랑한 민주당을 스스로 망가뜨리는 일이 된다. 아무리 바보 같아 보여도 나는 그럴 수는 없다. 나는 민주당의 총선 승리만을 생각하겠다. 설령 내가 진다 하더라도 멋있고 의연하고 당당하게 자기 원칙과 소신 지키는 정치인 1명쯤 민주당에 있다는 것 국민에게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총괄하고 있는 국민의힘 공천은 현역 불패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지만 민주당 공천이 워낙 시끄러워서 비교적 매끄럽게 보일 지경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40%대로 올라섰다. 박 센터장은 “(민주당 공천 파동의 반작용 말고) 뭐 다른 이유가 있을까? 그러니까 갑자기 이렇게 지지율이 오를 다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되게 포지션이 좋은 게 뭐냐면 민주당이 실수를 하면 이재명 탓이 되고 민주당 탓이 되는데, 한동훈이 실수를 하면 윤석열 탓이 된다. 자기는 실수를 해도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 왜냐면 우리 윤석열 대통령께서 못 참고 당에 자꾸 개입을 해서 그렇다. 앞으로도 국민의힘이 잘못되면 한동훈한테 가야 될 화살이 전부 다 용산으로 가버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일 손해를 보고 있는 건 사실 이재명 대표다.

 

그래서 무리수 공천을 강행해서라도 민주당에 대한 장악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이재명 대표의 관심이 집중됐을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다음 주자로 한동훈 위원장이 입을 데미지는 너무 미미한데 반해 이재명 대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 그립감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박 센터장은 공천 파동이 결과적으로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충분히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만 해도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한 수도권 민심이 확인됐는데) 이러다간 수도권에서 박빙 나온다. 내가 보기엔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이 갖고 있는 인력풀이 국민의힘 표심을 갉아먹는 일보다,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가 민주당 표심을 나눠먹는 일이 더 클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에 기울었던 판세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고 그러다보면 어부지리로 여당이 많이 가져갈 수도 있다. 여기에 민주당 공천 문제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박효영 eduna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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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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