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의 오목렌즈] 111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야구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사람이 집에서 나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점수를 얻는 경기 규칙은 인생과 닮았다. 간절함으로 단합해서 노력하면 불가능이 없다. 3월9일 22시 이후 지금까지 도저히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고교 야구를 꼼꼼하게 취재하기로 유명한 파이낸셜뉴스 전상일 기자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나는 영락 없는 야구 기자구나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시기였고, 우리 팬들도 정말 많이 응원해줬다. 우리 선수들도 잘했고 최선을 다했다. 특히 문보경 선수가 펜스로 돌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이정후 선수가 2루로 뛰면서 분위기를 살릴려고 하는 모습이라든가, 오늘 위트컴 선수가 2루타 치고 나가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하는 모습. 그리고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든간에. 이정후 선수가 막 기도하는 모습도 있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찡했다. 사실 이정후 선수에게 이 대표팀이 뭐가 그리 의미가 있다고. 그래서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당연히 응원해줘야 되는 게 맞고 비판 이전에 격려를 해줘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우리 팬들의 마음이 모여서 8강 진출을 만들어냈다. 진짜 최근에 이렇게까지 기뻤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문보경 선수가 호주전에서 투런 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복귀하며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할 때 “할 수 있다”고 외치는 모습을 봤는데 정말 간절하고 포기하지 않았구나라는 걸 느꼈다.
WBC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호주를 7대 2로 꺾고 마이애미로 향하게 됐다. 로또 복권에서 당첨되는 게 더 쉬울 것 같은 희박한 확률을 뚫어버렸다. 2라운드 8강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는데 거의 20년만(2009년 대회 이후 17년)이다. 사실 다른 기사를 쓰고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데 하루종일 야구로 머릿 속이 가득해서 관련 유튜브 리뷰와 SNS 반응들을 체크했다. 그리고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에게 예고 없는 전화를 걸었다. 오목렌즈 특집판으로 기사를 하나 더 쓰기 위해 관련 대담을 나눴다.
영화도 이런 영화가 없다. 문보경 선수가 마지막에 플라이볼을 잡고 글러브를 하늘 위로 던졌고 다른 동료들도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는데 정말 도파민 터지는 것은 한국시리즈 우승 못지 않다. 정말 극적으로 진짜 흔한 표현인데 드라마 극본을 이렇게 써도 욕을 먹는다. 오히려 만화나 영화가 더 현실적으로 만들려고 하고 현실이 가끔 만화적이고 영화적일 때가 있다.
완전히 흐름을 탔다. 좋은 흐름을 마이애미에서도 이어가야 한다.
지금 이거는 어떻게 보면 흐름이 우리한테 왔다. 솔직히 이건 흐름이 온 호주전이었는데그러니까 9회초 그 시점에서 데일 유격수가 실책을 해줄 상황이 아니었다. 대만전에서 위트컴 선수가 3루로 던진 것도 그렇고, 일본전에서 김영규 선수가 어렵게 갔던 것, 김택연 선수가 너무 못던졌던 것도 그렇고 이렇게 야구가 워낙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근데 데일 선수가 그냥 1루로 던졌어도 되는데 급하게 2루로 던지려다가 공이 빠졌다. 알 수 없는 기운이 한국 선수들을 도와준 것 같은데 이번에 흐름을 한 번 탔기 때문에 좀 더 높은 곳까지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저희가 과거에 4강에 가고 준우승하고 그럴 때 일본과 미국을 그렇게 이길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지만 이겼다. 베네수엘라도 그때 꺾었다. 물론 이번에 도미니카든 베네수엘라든 정말 강적이다. 미국을 이기고 우승할 수도 있는 팀들인데 단기전의 특성상 흐름 타는 게 제일 무서워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박 센터장은 호주전의 수많은 장면들이 기억에 남지만 특히 9회말 1아웃 상황에서 이정후 선수가 라인 드라이브로 향하는 장타성 타구를 잡아낸 장면을 소환했다.
그거만 빠져나갔어도 분위기 확 달라졌다. 이정후 선수가 그렇게 잡지 않았으면 만약 단타 처리만 됐어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조병현 선수도 멀티 이닝이었기 때문에 멀티 주자가 나갔다면 공이 몰릴 수가 있었다. 이정후를 우익수로 이동시킨 게 오히려 신의 한수였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어려운 길을 가게 된 것이 뼈아픈 대만전 패배로부터 비롯됐다. 선발 투수급 류현진·곽빈·더닝이 연이어 등판했고 못던지지 않았다. 다만 전부 홈런을 맞았다. 박 센터장은 “도쿄돔이 아니었으면 안넘어갈 타구들이 많았다”며 “사실 대만전은 좀 걱정스러웠던 게 체코전과 일본전에서 기세가 고무돼 있었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살아나서 위험할 수 있다고 봤다. 아니나 다를까 타격에서 문제가 좀 있었다”고 환기했다.
이번 대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 1명만 뽑으라면 누가 뭐래도 문보경 선수다. 문보경 선수는 한국의 오타니였다.
대회마다 좀 미치는 선수가 있어야 되는데 이번 대회에 우리 팀에 미친 선수는 문보경이다. 이번 대회 한정 오타니를 능가했다. 사실 문보경은 이번에 야구에 눈을 뜬 느낌이라고 해야 될까? 지금 4경기에 11타점을 한다는 건 경기당 3타점을 했다는 얘기다. 첫 경기부터 만루홈런으로 시작했다. 이게 축구로 환산하면 조별 예선 3경기를 치르는데 매 경기 해트트릭을 한 것과 같다. 정말 아무리 단기전이라도 OPS가 1.5를 넘는다는 건 이거는 정상적인 페이스가 아니다. 완전히 미쳐있는 것이다. 아무리 단기전이라고 해도 4경기를 하면 보통 선수들이 16타석에서 17타석 가기 때문에 그 정도 되면 초반에 분위기 좋았다고 하더라도 3할대나 2할대로 조정이 된다.
그런데 문보경 선수는 1라운드 4경기만 치렀는데 타율 5할3푼, OPS 1.779, 홈런 2개, 11타점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 LG 트윈스 선수들이 무려 8명이나 참가했는데 박 센터장은 “올시즌 LG가 많이 무섭다”며 “WBC라는 큰 무대에서 엄청난 경험치를 획득하고 돌아와서 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센터장은 당초 많이 걱정스러웠던 투수력을 낙관적으로 관측했다.
저희가 걱정했던 부분이 사실은 투수진이었는데 근데 의외로 투수진들이 적응을 잘해주고 있다. 특히 계투진들이 그렇다. 류지현 감독이 투수진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어린 투수들도 잘 던져주고 있다. 무엇보다 노경은 선수의 존재가 다른 투수들에게 큰힘이 되고 있다.
노경은 선수는 호주전에서 선발 투수 손주영 선수가 2회말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팔꿈치 통증을 느껴 내려오자 급하게 등판을 자청해서 바통을 이어받았다. 어깨를 풀 시간도 부족했는데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런 표현 나는 되게 싫어하는데 정말 회춘한 느낌이다. 삼국지 황충이라는 별명도 생겼더라. 84년생인데 국가대표 막내 김택연 선수가 2005년생인데 거의 스무살 차이다. 거의 아들뻘하고 같이 뛰는 건데 아들보다 훨씬 더 잘 던지고 있다. 지난 시즌 홀드왕이기도 하다. 이 나이에 국가대표로 뽑힐 수 있는 이유를 증명하고 싶었다고 했던데 충분히 증명을 했다. 어차피 단기전이라고 하지만 선발 투수가 2회부터 그렇게 갑자기 내려가면 뒤에 나오는 투수들은 전부 부담감을 한가득 안게 되고 멘탈이 나갈 수 있다.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상황에서 해야 되니까. 김광삼 코치도 알고 있었겠지만 빨리 몸을 풀고 바로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노경은 선수라서 우리 류지현 감독 입장에서는 정말 안 데려왔으면 어떡할 뻔했나 싶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 주장을 맡은 이정후 선수가 호주전에서 보여준 기가 막힌 수비 언급을 서두에 하기도 했는데 박 센터장은 “사실 이정후 선수가 되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물론 유일한 주전 메이저리거로 주목을 받았고 WBC 타이틀에도 한국의 대표 선수로 들어갔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될 게 이정후 선수의 나이다. 이정후 선수가 1998년생으로 한국 나이로도 29살이다. 노련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나이는 아니다. 사실 대표팀의 중간 허리라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스포트라이트가 되게 많이 왔다. 이번에 사실 잘하기는 했으나 이정우 이름값에는 조금 모자라는 타격이 아닌가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공격으로든 수비로든 다 잘해줬고 지금 이정후 선수가 대표팀에서 잘한 건 뭐냐 하면 구심점 역할을 확실하게 해줬다는 점이다. 주장으로서의 역할을 잘해줬다. 투수진에서는 류현진 선수와 노경은 선수가 묶어줄 수 있는 역할이 됐는데, 야수조와 전체 선수단에서는 이정후 선수가 캡틴으로서 팀의 단합을 잘 만들어줬고 역할을 잘해줬다.
한국계 3인방에 대한 언급도 빠질 수 없다. 셰이 위트컴과 저마이 존스는 체코전에서는 활약을 했지만 그 이후에는 클러치 상황에서도 그렇고 부진했던 측면이 있었다. 특히 위트컴은 호주전 2루타를 치기 전까진 내내 무안타였다. 데인 더닝도 땅볼 유도의 강점을 어느정도 발휘했지만 대만전에서 투런 홈런을 맞는 등 불안한 모습이 있었다. 박 센터장은 그래도 더닝이 소위 “꼬시는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지난 대회에서 실패했던 에드먼과 비교를 하면 이번에 한국계 선수들이 그래도 잘해줬다고 생각한다. 특히 데인 더닝은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줬다. 더닝의 장점이 병살타 유도 능력인데 땅볼 유도를 잘했다. 더닝이 대만전 나오고 호주전에 나와서 물론 많이 던지진 않았지만 불펜 역할을 중요할 때 해줬다는 건 굉장히 긍정적이다. 대만전 무사 1-2루 상황에서 타자들 표현으로는 꼬시는 공을 던져서 위기 탈출을 해냈다. 타자들 입장에서 치면 아웃 되는 걸 아는데 참 치고 싶은 공이 꼬시는 공이다. 호주 타자들은 약간 양석환 스타일로 치는데 앞에서 그냥 확 넘겨버리고 싶어 하는 그런 느낌들이 좀 많아서 더닝이 그걸 좀 잘 요리를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류지현 감독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류지현 감독은 8강 진출 확정 직후 “굉장히 어려웠던 1라운드”였다면서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임하는 자세, 진정성이 한데 모여서 이런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늘이 나의 인생 경기다. 오늘이 야구 인생에 가장 중요했던 경기였는데 같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단 전체, KBO와 10개 구단 협조가 합쳐진 결과다. 사실 오늘 5점 차에 2실점 이하라는 조건을 채워야 했는데 득점보다 실점이 더 어렵다고 생각했다. 박영현, 김택연, 조병현 등 젊은 선수들이 잘 막아줬고 노경은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2이닝을 막아줬다. 노경은에게는 존경스럽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박 센터장은 류지현 감독에 대해 “사실 대만전은 좀 아쉬웠다”면서도 “그외 다른 경기들에서는 용병술을 괜찮게 하셨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마지막 호주전은 구원진으로 믿을 만하게 쓸 만한 선수가 없었다. 근데 계투진을 잘 운영을 하지 않았나 싶다. 무려 7~8이닝을 계투로 가야 했는데 너무 믿지 않고 그때 그때 적절히 교체를 잘해줬다.
이제 14일 토요일 아침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릴 8강전이 중요해졌다. 박 센터장은 “워낙 변수가 많은 스포츠이기 때문에 야구는 단기전에서는 모른다”는 점을 재차 언급하며 “8강에 진출한 팀들은 하나 같이 강팀들이고 어느 팀을 만나면 그나마 괜찮겠다라는 느낌이 없다”고 말했다.
도미니카 아니면 베네수엘라인데 이 팀과 뭔가 비벼볼려면 여러 지점들이 중요할텐데 일단 김도영과 안현민이 문보경처럼 미쳐야 한다. 특히 지난 K-베이스볼 시리즈와 평가전에서 안현민 선수가 엄청난 활약을 해준 것에 비해 본선에선 좀 저조했다. 정말로 김도영·안현민이 문보경급의 활약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이애미에서는 아마 구자욱이 결정적일 때 대타로 나와서 터트려줘야 한다. 지금까진 기회도 없었고 아무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미국 못지 않은 강력한 우승 후보 도미니카공화국의 타선은 그야말로 MLB 올스타 수준이다. 타티스 주니어, 소토, 마차도, 게레로 주니어, 페르도모 등등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박 센터장은 이런 강타자들에게는 “낯선 투수”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런 게 필요하다. 낯선 투수들이 어떻게 낯설게 하느냐의 문제다. 공이 너무 느리고 회전이 기이해도 타자들이 못친다. 유희관 같은 패턴이 있고 윤석민이 베네수엘라 타자들을 압도한 적도 있다. 이번에 호주 타자들한테 손주영을 내세운 것도 아마 그런 비슷한 전략이었다. 우리 투수들이 빠른 볼과 구위로 도미니카 타자들을 누를 수는 없다. 그걸로는 우리가 못이긴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 좀 변칙적인 투수 운영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2라운드 엔트리 교체가 가능한데 박 센터장은 “내가 두산팬이지만 김택연을 빼야 한다. 김택연 선수는 지금 냉정하게 얘기해서 투수진 중에 제일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김택연과 김영규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고 손주영이 부상으로 낙마했으니 세 투수를 빼고 다른 대체 자원으로 오브라이언과 문동주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만약 한국이 4강 이상까지 진출하게 되면 아마도 문보경 선수가 대회 전체 MVP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박 센터장은 “이번에 확실히 MLB 스카우터들한테 각인을 시켰다”며 “저희가 처음에 예측할 때만 하더라도 문보경은 김도영과 안현민에 비해 그렇게 눈에 띌 거라고 생각을 안했는데 이번에 문보경이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 문보경 선수의 커리어로는 미국 진출을 노려보기는 힘들다. 그러니까 2028년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을 때까지 KBO에서 정상급 기량을 유지해줘야 한다. 그래야 메이저리그로 가서 기회를 받을만한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시즌 포함 2년 정도 열심히 잘해주면 도전을 해볼만하다.
끝으로 온갖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음 2030년 WBC에서는 한국 대표팀이 그야말로 부상 이탈자 없이 풀전력을 꾸려서 갔으면 좋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다가 안우진 선수가 거론됐다.
문동주와 원태인은 선발 투수고, 김하성은 붙박이 주전 유격수고, 송성문도 한방이 있는 3루수다. 오브라이언은 구위가 압도적인 마무리 투수다. 주요 선발과 마무리, 내야 핵심 자원들이 빠지고 단기전 대회에 임한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사실 다음 WBC에서는 부상으로 빠질 선수들이 없고, 한국계 활약하는 선수들 다 합류하고, 안우진 선수까지 합류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안우진 선수는 가능하면 학폭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했으면 좋겠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을 해준다면 국민 여론도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안우진 선수가 합류해준다면 국가대표 전력에 확실한 플러스다. 안우진의 능력치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래서 메이저에서 경력을 좀 쌓고 오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야말로 희망사항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재능이 아까운 선수인 건 확실하니까 아쉬운 맘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