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멀리서 진한 초록색 옷을 입고 걸어왔는데 누가 봐도 녹색당 사람이었다. 녹색당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찬휘 대표의 모습이었다. 먼저 도착한 김찬휘 대표와 가벼운 환담을 나눴고 곧이어 도착한 김예원 대표와는 처음 만난 만큼 명함을 교환했다.
지난 22일 오전 11시 광주송정역 인근에 위치한 모 카페에서 녹색당 두 공동대표를 만났다. 6.1 지방선거까지 2주도 안 남은 시점에서 두 공동대표는 “반드시 당선자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독일 녹색당(동맹 90)은 사회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해서 집권 경험까지 쌓고 있는데 한국 녹색당은 2012년 창당 이후 10년간 단 한 번도 선출직 당선자를 배출한 적이 없다.
김예원 대표는 “저희가 10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다른 정당들이 내지 않던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을 했고 전세계적으로도 기후위기가 되게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번 지방선거 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에서도 의제로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운을 뗐다.
(우리 녹색당이) 정치적으로 진짜 중요한 포지션을 갖고 있고 이런 목소리를 내고 선거에서 이런 이슈가 드러나게 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기후정의조례제정운동본부를 통해서 기후정의 관련 조례를 지역당이 맡게끔 제안을 하고 있다. 시민단체와도 연락을 많이 하고 있다. 물론 역대 한 번도 선출된 의원도 없었고 이런 목소리를 반영되게 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기후운동판에서도 이런 걸 녹색당이 잘 모아서 당원들이 지지자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저희가 잘 하고 있느냐에 대한 고민을 늘 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정치판이 원외정당에게는 무척 가혹하다. 녹색당은 한국 원외정당들 중에서는 가장 인지도가 높다. 그러나 녹색당은 2020년 4.15 총선 전후로 지도부급 인사들이 이탈하는 등 극심한 혼돈의 시간에 휩싸였다. 총선 결과(득표율 0.21% 5만8948표)도 처참했다. 일부 평당원들(녹색당 재건을 위한 당원 모임)이 뜻을 모아 비대위급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고 2020년 9월말 혁신안을 발표하며 지금의 6기 지도부로 이어졌다. 원래는 기능적인 ‘공동운영위원장’이었는데 ‘공동대표’로 바뀌었다.
정말 이번만큼은 당선자를 내야 한다.
김예원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그래도 당선이 꼭 되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목표는 1인 이상의 당선자... 당선자를 반드시 내자는 것”이라며 “각 지역 출마자들은 대부분 이전 지방선거에서 출마했던 분들 위주이긴 한데 계속 나섰던 지역들을 고려했고 그 흐름을 이어서 나가는 게 있다”고 말했다.
조직을 열심히 하는 지역구들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선거는 없었지만 이번에는 1명 이상이 당선이 되는 걸 목표로 기대하고 있다.
김찬휘 대표는 “녹색전환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뜨겁다”면서 “진짜 의회로 들어가서 활동을 하는 것이 그 열망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미 평범한미디어에서도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녹색당 출마자들은 총 17명이다.
지역구는 김유리(서울 은평), 박제민(서울 용산), 이숲(서울 마포), 허승규(경북 안동), 임준연(전북 진안), 장정희(대구 동구), 박고형준(광주 남구), 이정옥(경남도의원 진주), 부순정(제주도지사) 등 9명이다. 비례대표는 모두 광역의원 후보인데 이상현(서울), 전길선(경기), 신나영(충남), 이예슬(대전), 황정화(대구), 김경희(경남), 신현정(제주), 이건웅(제주) 등 8명이다.
공천 과정이 궁금했다. 기성 정당은 중앙당과 당대표가 알게 모르게 원하는 후보를 꽂기 마련이다. 공천권은 중앙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녹색당은 다르다.
저희는 사실 선거 때 공천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각 지역당에서 출마 결의를 한 분들 위주로 지역당 총회를 해서 운영위원들 중심으로 뜻이 모아지면 분위기가 아예 없이 내가 나서겠다고 해서 그 자체로 되는 게 아니고 오랫동안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검증이 된 분들 중에 운영위원이나 운영위원장들이 주로 출마한다.
김찬휘 대표는 구체적으로 “순서가 각 지역 운영위원회에서 선거구를 획정하고, 지역당들에서 후보 심사위를 거치고, 마지막에 총회를 해야 한다. 이 3단계를 통과하지 않으면 후보가 될 수 없다”면서 “전국당은 아무 개입의 여지가 없다. (전국위의 불승인권이 있는가?) 없다. 저희는 지역당의 힘이 정말 강하다. 강령에도 지역당의 연합으로 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예원 대표는 “당규로 금지돼 있다기 보다는... (관습이나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덧붙였다.
꼭 선거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선거운동을 할 때면 현수막, 피켓, 종이컵 등 각종 1회용 쓰레기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최근 제로웨이스트 선거운동을 표방하는 후보들이 나타나고 있다. 녹색당에서는 더 많을 것 같았다.
김예원 대표는 “제로 웨이스트 선거운동을 하고 표방하고 실천하고 있는 후보들이 있는데 출마한 전 지역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제주 선본, 마포 선본, 은평 등이 하고 있는데 종이컵 말씀이 나왔는데 텀블러나 컵들이 쌓여 있다. 선본에 가면”이라며 “일회용품 사용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제주 같은 경우는 현수막을 직접 리폼해서 만들기도 하고 마포와 은평에서는 후보 어깨띠를 남는 천들을 활용해서 바느질을 해서 만드셨다”고 풀어냈다.
마포는 예전에 썼던 당티에 그때 후보 이름이 적혀 있는데 이걸 각 지역마다 수집해서 뒤집어서 실크스크린을 해서 기호 4번 이숲 후보로 이렇게 찍어서 티셔츠를 재활용하고 있다. 현수막은 정말 품이 많이 든다. 그리고 천 현수막이 젖는다. 그래서 많이 찍어내지 못 했지만 마포는 폐현수막에 잉크를 인쇄해서 그런 식으로 제로웨이스트 선거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저희는 피켓을 모두 다 재활용하고 있다.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마포는 명함도 종이 안 쓰고 사탕수수를 쓴다.
제로 웨이스트 선거운동은 철저히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 선본에 비난을 할 수는 없다.
김예원 대표는 “물론 지금 선거법 자체가 이런 걸 하기 힘들게끔 돼 있다”면서 “이런 걸 하지 않는 선본을 비난하거나 그럴 필요는 없고 각자의 가치 판단에 맡겨야 한다. 다만 하고 있는 선본에 더 많은 박수를 쳐주고 싶은 것이고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존경스럽고 고맙다”고 밝혔다.
녹색당만의 고민은 차원이 다르다.
김찬휘 대표는 “우리나라 정당에서 선거를 치르는데 현수막을 달까 말까 갖고 고민하는 정당은 우리당 밖에 없다”며 “그것 갖고 며칠을 싸운다. 달까 말까 달지 말자, 적게 달아야 한다로 며칠을 가져가고 주로 달자는 쪽으로 갔는데 마포인가? 자전거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타이밍에서 김찬휘 대표는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대응 방향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력을 키우는 것에 맞춰지기 보다는 “덜 쓰고 줄이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제로 웨이스트 선거운동은 그런 의미에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예를 들면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꾼다고 하고 윤석열 정부도 이전 정부보다 더 빨리 하겠다고 하는데 2030년에 내연 자동차의 등록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되게 혁신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근데 전기자동차를 늘리면 도로를 늘려야 한다. 전기자동차가 늘면 내연자동차도 함께 늘어난다. 자동차 수를 줄여야 한다. 공공교통을 더 잘 만들고. 대구 같은 경우 지하철과 다른 교통수단이 연결이 안 된다. 그렇게 대중교통이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체계가 실제로 더 많은 자가용을 쓰게 독려하고 있다. 사람들의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고 체제와 정치 자체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는 게 문제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통해서 얼마나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느냐 그런 것 보다는 그런 의식을 갖고 같이 한 번 해보자는 의미가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5월19일. 두 공동대표는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녹색당은 다시 일어서고 있다”면서 메시지를 냈다. 다시 일어서고 있다는 표현이 눈에 띄웠다. 무슨 의미일까?
김예원 대표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와 지금 지방선거까지의 4년 동안 당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면서 “연쇄적으로 일어났던 당내 상황들이, 선거를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갈등과 상황들을 다시 정리한다고나 할까.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무너진 조직 기반을 일으켜세웠다는 것”이라고 해석해도 되냐고 물으니 두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찬휘 대표는 “선거라는 것”에 대해 논하며 결국 내부 구성원들의 팀웍이 탄탄해지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공중전 많이 하고 많이 뜨는 것 있지 않은가. 그러면 당원도 늘고 당세가 강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근데 그런 게 사상누각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2020년 폭락하지 않았는가. 바람을 타는 선거는 바람타고 들어왔다가 바람타고 사라진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선거에 임하는 당원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임했는가. 선거 이후에 그들간의 관계가 어떻게 됐는가.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더 돈독해지고 그래서 더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고 이게 돼야지. 끝나고 서로 안 만나고 후보는 잠적하고. 이런 선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런 것에 우리가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런 걸로는 진짜 창당 때의 느낌. 그 정도의 분위기로 가고 있다. 서로 돕고 애쓰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옛날 보다 못 하고 있다고 볼지도 모르지만 저희 안으로는 더 단단해지고 있다.
두 공동대표는 직접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대신 조직 재건에 올인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예원 대표는 “4~5년 정도 활동당원으로 활동했었다. 2019년에 청년녹색당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2021년도에 당무위원 선거에 나가기도 했다. 그때 당시 대표 선거에서 여성 후보가 없어서 선거가 무산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당무를 보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그렇게 최근 4~5년간 당내 크고 작은 사건들을 봐왔고 그래서 소통의 중요성이 크다는 걸 알았는데 누군가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 대표들은 외부에 우리를 알리기 위해 계속 출마했고 그런 대표들이 좀 많았다. 그런데 우리는 아까 조직이 무너졌다고 했는데 그런 걸 좀 복원하고 이런 것에 뜻이 맞았고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계속 이걸 붙잡고 소통을 이어가고 출마라는 것에 부정적이진 않지만 지금 그런 것 보단 내부 살림을 더 보살피고 조직을 재건하는 사람이 더 필요하단 생각을 했었다.
녹색당 이야기 첫 번째 인터뷰 기사의 마지막으로는 돈 문제를 배치해보겠다. 녹색당은 기본적으로 출마자 개인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게 하지 않고 있다.
김예원 대표는 “기탁금은 이번 선거 같은 경우는 다 내드렸다. 그동안 계속 다 내드렸다”며 “선거 재정 원칙들 중에 하나가 후보자 개인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캠프 차원에서 재정적 부담을 져야 하는데 각 선거본부의 연합체가 전국선거본부가 될 것인데 전국당 차원에서 한 모금을 갖고 선거운동 비용을 추가로 지원해주고 있다”고 알렸다.
이어 “이번 선거는 지난 선거에 비해 많이 해드린 것은 아니다. 재정 자체도 2014년 수준으로 어려워지기도 했다”면서도 “전국당 차원에서 같이 책임져야 한다는 게 있었고 선거법 바뀌어서 예비 후보 등록만 하면 기초의원 출마자도 모금을 할 수 있는데 전국당과 지역당의 색깔이 부딪치지 않을까 고민스러웠는데 전국당과 후보 캠프의 모금이 생각보다 각각 잘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김찬휘 대표는 “청년 기본소득”에 대해 설명했는데 “20~30대까지만 지원해주고 있고 올 1~5월까지 월 30만원 150만원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에피소드 하나만 말씀드리면 제주도지사 기탁금은 5000만원인데 저희 선거 재정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액수다. 실제로 전국위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다. 전국위원들 중 상당수가 후보기도 했는데 근데 저희 지역은 선거운동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며 전부 제주도 기탁금으로 내달라고 제안해서 그게 통과됐다. 그래서 5000만원을 거기로 다 돌리기로 했고 저희는 더 모아서 결국엔 선거운동 지원금을 다 드렸다. 9개 지역에 원했던 것의 전부는 못 드렸지만 상당수는 드렸다. 그래서 이번에 후원금이나 특별당비가 예상 외로 잘 걷혀져서 목표액을 달성했다. 당원들에게 이번 기회에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