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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하는 사람들①-1] “안동에 녹색당의 가치 펼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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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경북 안동에서 녹색당 소속으로 16.5%(1395표)나 득표할 수 있었던 ‘허승규만의 정치 역량’이 궁금했다. 이미 안동에서 수많은 사회활동 성과들로 잔뼈가 굵은 그였다. 녹색당 정치인이자 칼럼니스트로서 그의 철학을 들어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경북 안동으로 직접 가서 그를 만나봤다.

 

지난 3일 광주광역시에서 안동으로 향했는데 허승규 후보(안동시의원)는 정식 인터뷰 전 식사 자리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경북과 경남 사투리의 차이점, 경북 사람들은 놀기 위해 대구로 갈 것 같은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세세히 들려줬다. 그만큼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상세했다.

 

 

인터뷰는 허 후보가 대표를 맡고 있는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가장 먼저 허 후보가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부터 물어봤는데 “원래 사회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내가 청소년 시절에 사회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입시교육이 공고한 현장에서 이상적인 시민 교육은 어렵겠다 싶어서 현실적 토대가 되는 사회와 정치가 바뀌면 교육도 변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꿈을 갖고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게 됐다.

 

허 후보는 “청소년기 때 우울한 기억이 많이 있었다. 학교 현장이 입시위주교육이다 보니 개인의 고민을 충분히 펼칠 수가 없었다”면서 “왜 이렇게 난 우울할까? 그런 고민을 하다 보니 역사나 사회 관련 책을 접하게 됐고 이건 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상을 탐구하기 위한 허 후보만의 동아리 활동(영상제작)과 청소년 운동은 고등학교에서 존중받지 못 했다. 그래서 허 후보는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됐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내가 그렇게 공부를 잘 했던 학생이 아니었다. 고3 여름 전까지 내가 갔던 학교(연세대)는 거론이 되지도 않았었다. 동아리 활동 이런 것들을 학교에서 인정을 안 해줘서 갈등이 있었다. 청소년 활동도 그렇고. 그런 부분들에 대한 오기가 학습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내가 수학을 잘 했으면 이러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런 게 화도 나기도 했고 어찌보면 현실 탈출의 관점에서도 학습을 하지 않았나?

 

대학에 입학한 뒤로는 좀 더 자유롭게 맘껏 활동했다.

 

허 후보는 “여러가지 활동들을 했지만 너무 자잘한 것들 빼고 소속 대학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 사회과학대 부회장, 안동향우회 재학생회장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들을 했다”며 “내가 속한 공동체를 좀 더 좋게 만들기 위한 활동이었다. 그게 바로 정치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동시에 여러 공동체들에서 실습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가 2010년경부터 지역 고향에서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서울과 안동을 오가며 지역 활동을 했고 다양한 안동시민들을 만났다. 2013년 군대를 좀 늦게 갔는데 그때 직전에 안동에 연고 있는 청년들과 ‘청춘안동517’이란 모임을 만들어서 각자의 고민을 나눴다. 정치적인 모임이라기 보다는 안동을 연고로 하는 또래 청년들. 안동 살거나, 서울 살거나, 대구에 있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거기서 1년에 몇 번씩 모여서 명절 때라거나 그럴 때 근황 같은 그런 고민들을 나눴다. 또 안동에서 오래 활동했던 시민사회 선배들과 그때부터 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형성하기 시작했다.

 

 

허 후보는 분명 진보적인 사람이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조직하는 과정에서는 정파, 이념, 지역 등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배울 게 있으면 상관이 없었다”는 마인드로 임했다. 무엇보다 “안동이 보수적인 동네다 보니 보수적인 사람들 피해버리면 뭘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사람을 조직하는 방법이 궁금한데?) 고등학교 동문들 중에서 모으기도 하고, 그들이 아는 사람들 중에 뜻이 있는 분들을 소개 받고, 특수한 경우인데 페이스북에서 가치관이 통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중하게 메시지를 드리기도 한다. 그렇게 멤버가 된 사람도 있다. 다른 건 없었고 안동이 변화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 내가 개인적으로 관계맺는 마음은 나이, 세대, 이념, 성별 불문하고 관계를 맺는다. 근데 특정 목적이 있어서 사람을 꾸릴 때는 그 목적에 맞게 해야 한다. 내 개인적인 관계는 광범위하게 맺는 편이다.

 

허 후보는 안동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냈다. “서울에 유학 온 안동 사람”이라는 문장이 의미심장했다. 2010년 지방선거를 겪으며 생각이 많아졌는데 허 후보는 “내가 2007년에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 맞는 지방선거였다”며 “서울에서 대학생들이 지방선거 청년 유권자 공약 운동과 투표권 운동을 하고 이런 걸 하면서 나의 지역 안동에 대한 고민을 깊게 했다. 지방자치와 공동체 이런 수업도 듣고 그랬다”고 전했다.

 

 

안동에 처음 가봤고 사실 안동찜닭, 헛재삿밥, 간고등어, 안동소주, 하회마을 등 먹거리와 관광 요소 말고는 아는 게 없다. 허 후보는 나고 자란 안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살아 숨쉬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좀 조심스러운데 너무 포괄적으로 얘기하긴 좀 그렇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내걸었던 슬로건 중 하나가 다양성이 살아 숨쉬는 안동. 안동이 발전하려면 그래야 한다. 공감네트워크에서 진행한 안동 청년 구술 인터뷰를 보면 안동의 아쉬운 점으로 나오는 공통된 것들이 있다. 타인에 대한 지나친 관심. 그게 여러 명에게서 복수로 나온다. 지나친 관심은 타인의 다른 삶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될 수 있다. 적정한 건 좋다. 공동체를 위한 배려가 될 수 있다. 안동을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1000만 관광도시라고 하는데 수많은 외국인과 관광객들에게만 젠틀하면 안 될 것이다. 우리 안동 청소년과 청년들한테도 좀 더 다양한 생각을 존중해줘야 한다. 

 

허 후보는 “우리 단체의 슬로건 중 하나가 조금은 다르게 살고 싶은 우리. 그래서 조금은 다르게 살아도 괜찮은 도시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보수적인 경북 지역에서 녹색당 정치인으로 기반을 닦는 것은 꽤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허 후보는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고 설파했다.

 

허 후보는 “안동이란 지역이 녹색당의 가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안동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있고 도시 자체가 생태환경적 요소들이 많다. 안동에 저희 녹색당의 가치를 펼칠 수 있는 도시라고 생각하고 안동이라고 해서 녹색당이 특별히 어렵다? 뭐 그런 건 없고 녹색당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적 어려움을 부각하고 싶지 않다. 다만 지역에서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 지역 당원들의 역량이다. 물리적 조건으로 봤을 때 녹색당이 잘 되는 동네가 있고 안 되는 동네가 좀 있는데 물론 그런 변수들은 있다”면서 홍동마을이 있는 충남 홍성 지역에서 녹색당 활동이 활발하다는 점을 환기했다.

 

홍성 말고 홍성 정도의 생태적 커뮤니티가 잘 돼 있는 곳에는 당원 모임이 활발하지 않다. 그니까 물리적 조건이란 게 있지만 그걸 절대시하는 건 좀 아니다. 광주든 대구든 다 녹색도시가 될 수 있다. 한국사회 전반적으로 성장지상주의가 한계에 다다랐고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받고 있다. 그 명분을 갖고 지역을 봤을 때 전부 녹색당에 비전이 있다. 물론 선거공학적으로 봤을 때 대구경북과 호남 같은 경우 1당 독점구조이다 보니 녹색당 같은 정당에 공간이 좀 더 열려있는 것 같다. 서울은 거대 양당 사이에 녹색당이 치이지만 물론 안동도 민주당세가 적진 않지만 수도권 보단 양당제적인 게 덜하니까. 물론 이것도 절대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이어질 2편 기사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겠지만 허 후보가 녹색당 입당 전의 활동과, 입당 이후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허 후보는 정당활동과 시민운동의 공통점에 대해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공익적인 활동이고 사람들마다 무엇이 공익적인지 생각이 다르고 그래서 시민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넓은 의미에서는 시민운동도 정치 영역”이다.

 

그러나 허 후보는 “시민운동은 비판자에 머물러 있어도 된다”면서 “정치는 권력을 사용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에 머무는 게 아니라 당사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구별했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권력자원이 없는) 원외정당과 제도권 바깥 시민운동의 정치는 유사하다. 그니까 제도 권력이 없기 때문에 사실 노동당이나 녹색당은 시민단체와 겉으론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녹색당 정치인이 광주시장이 됐다면 “광주시 공무원들을 운용하고 집행하는 정당정부이기 때문에 녹색당 광주시당이 광주시를 비판하는 논평을 내면 그거는 유체이탈”이라고 할 수 있다.

 

논평을 낼 게 아니라 시장에게 당내 의견을 전달하고 압박을 해서 정책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정당의 목적 자체는 권력을 잡고 책임을 진다는 부분에서 시민사회와 다르다. 다만 소수정당이다보니 선거에 출마하는 전략 자체가 책임 정치와 거리가 멀어보이는 것이 있을 수 있다. 부득이하게 알려야 돼서 나가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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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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