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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참사’를 목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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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일요일(29일)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느닷없는 참사 뉴스를 접하고 하염없이 통신사앱 속보를 들여다봤다. 제주항공 7C2216편(미국 보잉사 제조 ‘B737-8AS’ 기종) 여객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제대로 착륙하지 못 하고 외벽과 충돌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아침 9시에 벌어진 대형 참사였는데 밤이 되자 탑승자 181명 중 비행기 후미에 있던 승무원 2명만 생존하고 나머지 179명 전원이 사망했다는 비극적인 소식이 공식화됐다.

 

 

‘허드슨강의 기적’(US 에어웨이즈 1549편 불시착 사고)으로 불리는 항공 사고 모범 대응 사례가 퍼뜩 떠올랐다. 2009년 1월 미국 뉴욕에서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이번 참사처럼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를 맞아 엔진이 불능 상태가 됐다. 아무 동력도 제공 받지 못 한 비행기는 글라이더처럼 공중에 떠있는 상태였는데 추락이 임박한 상황에서 당시 체슬리 설리 설렌버거 기장은 신속한 결단을 내려 인근 허드슨강에 비상 착륙을 시도했고 승객 155명 전원 생존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널리 알려진 스토리인데 그야말로 기적이다. 바다가 됐든 강이 됐든 수상 착륙은 기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육지 착륙에 비해 매우 난해하므로 훨씬 더 위험하다. 급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모든 기장들이 설리 기장처럼 극도로 침착하게 가장 합리적인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무리한 일이다.

 

이런 저런 사색을 담은 글을 개인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한 결과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했다. 나처럼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모두 가정법에 기대어 정보를 검색하고 해석해서 한 마디씩 보태는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하루종일 뉴스만 들여다보면 누구나 알게 되는 사실들이지만 아래와 같은 고민을 해보게 된다.

 

①버드 스트라이크 예방을 위한 대책과 엔진 기술력은 어느정도인지

②애초에 해당 기체에 결함이 있지는 않았는지

③대부분의 비행기는 2개 엔진 중 1개가 망가지더라도 나머지 1개로 긴급 착륙을 위한 최소한의 비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왜 그렇게 섣부른 착륙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④‘랜딩 기어’(제동 바퀴)와 엔진 불능은 관계가 없는데 왜 바퀴가 나오지 않고 위험한 ‘동체 착륙’을 하게 됐는지

⑤비행기 날개 모양을 바꿔 착륙 속도를 줄여주는 ‘플랩’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⑥상대적으로 짧은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이번 참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⑦착륙하려다가 다시 이륙하는 ‘복행’을 시도했다가 급하게 반대 방향으로 착륙을 감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한국일보는 이날 15시 즈음 단독 보도를 통해 ③④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찾았다. 한국일보가 무안공항 관제탑과 전문가를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해당 기체가 무안공항 활주로에 접근하는 도중 상공 200미터 저고도 지점에서 우측 날개와 엔진에 버드 스트라이크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엔진에서 화염이 발생했고 기체 내부로 연기와 유독가스가 유입됐다고 한다. 그래서 충돌에 따른 폭발과 화염 방지용 ‘연료 소진’ 조치를 비롯 제대로 된 비상 착륙 절차를 밟을 겨를이 없었으며, 설상가상으로 전자 및 유압계가 먹통이 돼 랜딩 기어가 고장이 났다. 궁극적으로 바퀴로 제동을 걸어서 속도를 줄이지 못 하고 비행기 몸통으로 지면과 닿아 빠르게 전진한 기체는 활주로를 벗어났고 그대로 외벽과 충돌했다. 폭발과 화염에 뒤덮인 기체는 꼬리 부분을 제외하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물론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 발표해서 확정된 사실관계는 아니다. 추후 본격적으로 항공 기록과 기체 내부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내놓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겠지만 그 전에 언론들이 취재를 해서 다양한 맥락과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계엄’과 ‘항공 참사’로 얼룩진 2024년 12월의 연말을 지나고 있는 대한민국 평범한 국민으로서 처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상호 연대와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과도한 뉴스 몰입으로 인해 일상에 지장이 오지 않도록 적절한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한다. 국가적 비극에 관심을 갖고 애도 흐름에 동참하되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트라우마 관리에 애를 썼던 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소장(행복한아이연구소)은 페북을 통해 “여객기 사고 뉴스는 유아 및 초등 저학년 아이들, 특히 평소 예민하고 불안이 높은 아이에게는 노출하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아래와 같이 강조했다.

 

특히 동영상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는 것은 절대적으로 좋지 않고 불안과 그에 따른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TV 뉴스는 꺼야 한다. 슬픔과 애도를 함께 하는 것과 반복적 정보 노출은 아무 관련이 없다. 다만 아이가 다른 곳에서 이야기를 듣고 물어볼 수 있는데 그러면 회피하지 않고 간단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극히 드물지만 슬픈 일이 일어났으니 (종교가 있다면 종교적 방식으로 없다면) 그분들이 좋은 곳에 가길 기도하자고 하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이야기할 때는 눈을 보고 손을 잡으며 말하면 좋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비행기 사고 확률이나 사망률은 자동차나 다른 교통수단보다 훨씬 낮다. 객관적 데이터를 찾아서 말해주는 것도 좋다. 부모의 불안해하지 않는 마음이 아이의 불안을 다독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항공 사고 전문 유튜브 채널 <다큐 9분> 운영자는 게시물을 통해 “속보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면서 이번 참사를 가십으로 소비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계했다.

 

지난 항공 사고 뉴스를 보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속보가 대부분이다. 초기에는 오보가 정말 많다. 목격담도 대부분 착각이다. 오보도 굳이 알 필요가 없는 부수적인 것이다. 궁금한 것이 많겠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모두 추측이다. 가십거리로 소비하면 안 된다.

 

나아가 “피해 가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무안으로 피해자 가족들이 급한 마음으로 내려가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고에서 유족들은 방치되어 2차 피해를 입는다. 정부도 피해자 가족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하지만 시민들도 유족들을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댓글 하나를 쓸 때도 잠깐 고민하길 바란다. 희생자들의 존엄성을 지켜줘야 한다. 희생자들의 존엄성을 무시한 사진과 보도들이 퍼지는 경우가 많다. 끔찍한 사고 현장이 뉴스 가치가 있을 수 있지만 언론들은 윤리준칙에 따라 엄중하게 보도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가십거리로 소비되면 안 된다.

 

 

관련해서 정부는 이번 참사 유족 및 관계자들의 트라우마 심리 지원을 위해 중앙재난심리회복지원단을 가동한다. 주무부처 고용노동부는 우선 광주와 전주 근로자건강센터에 설치된 직업트라우마센터를 통해 직업적으로 트라우마를 가질 우려가 있는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상담 지원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보건복지부는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승객 대상 심리 지원을 시작할 계획이다. 더불어 한국심리학회도 종합심리지원단을 구성했다. 누구나 연락을 하면 마음투자사업 예산으로 심리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다큐 9분> 운영자는 “책임자를 빨리 잡아낼 이유가 없다”고 설파했다.

 

책임자가 빨리 드러난다고 더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악의로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차분히 지켜보며 피해자를 돕고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사고의 상처를 빨리 수습하는 길이 될 것이다.

 

평범한미디어 크루로 활동하고 있는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 역시 페북에서 “사고의 원인을 알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하는 건가”라며 “활주로 길이는 충분했는가를 그만 따져도 될 것 같다. 사고가 나고 안타까운 건 알겠는데 비정상적인 랜딩 상황에서 활주로 길이가 무슨 의미가 있나? 활주로 시작 지점까지 비행을 못 할 상황이니까 비상 착륙을 했겠지. 애도하는 모습을 좀 더 보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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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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