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조기 대선에서 유일한 진보 대통령 주자로 나서고 있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의 선거운동과 메시지를 대선이 끝나는 날까지 시리즈로 보도해보려고 합니다. 평범한미디어는 폭력적인 거대 양당체제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으며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과 ‘비양당 소수정당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다룬 바 있습니다. 이미 기성 매체들은 양당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 대해서 과잉 보도를 하고 있는 반면 권영국 후보에 대한 보도는 너무나 미약합니다. 평범한미디어라도 권 후보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의 평범하지 않은 선택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김문수에겐 ‘맹공’ 이재명에겐 ‘정책 확인’의 기조가 2차 토론회에서도 재현됐다. 1차 토론회 때는 그래도 차별금지법과 부자 증세, 트럼프 대응 등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몰아붙이는 장면들이 좀 있었는데 2차에선 자취를 감췄다. 심지어 “지금은 이재명입니다”라고 발언했던 것이 크게 화제가 됐다. 김수민 평론가는 “뒤로 미루지 말라는 취지로 이재명쪽 슬로건을 비튼 것이지만 숙제 도와주는 선생님처럼 굴면서 이재명을 묘하게 응원하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고 비평했다.
권영국에게 이재명은 무엇인가. 권영국은 이재명의 선거 공약 문제점과 민주당·민주노동당의 정책적 차이를 보여주는 토론은 했다. 이재명은 1차에서는 차별금지법의 기약 없는 보류를, 2차에서는 보편 증세도 아닌 부자 증세마저 포기한다는 퇴행을 보여줬다. 하지만 권영국은 이재명이 현실 정치와 행정에서 보여준 중대한 도덕적 문제를 짚지 않는다.

김 평론가를 비롯 민주당에 비판적인 진보 인사들이 23일 밤 2차 토론회가 끝나고 페이스북을 통해 관전평을 올렸는데 권 후보에 대한 냉혹한 평가들이 많았다. 정주식 대표(토론의 즐거움)는 “오늘 권영국 후보 TV 토론은 민주당 후보 우정 출연인가. 우정의 무대인줄”이라고 일축했다. 사회비평가 박권일씨도 “민주당과 이재명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을 거면 왜 진보정당 대선 후보로 나왔는가? 그럴 바엔 그냥 민주당 내 좌파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오늘만큼은 권영국 후보께 벨 훅스의 책 제목을 그대로 읽어주고 싶다. 우리가 선 자리: 문제는 계급이다. Where We Stand: Class Matters. 기억하자. 우리가 선 자리를. 무엇을 위해 진보 정당을 만들었는지를.
노동당 이장규 경남도당위원장도 “이재명에 대해선 왜 제대로 비판을 안 하는가?”라며 “가령 기초연금 등 복지 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이재명에게 묻자 이재명은 동의하지만 현재 재정 여건이 어쩌고 하면서 슬쩍 넘어가려고 했다. 그럼 바로 받아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말씀대로 재정 여건이 안 좋은데 왜 금투세며 코인과세며 상속세며 온갖 세금을 깎아주려 하냐고. 이건 아주 당연한 반박이다. 그런데 받아치지도 않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버렸다. 각종 감세는 이재명의 우클릭 행보 중 대표적인 것이다. 여론이 좋은 것도 아니다. 당사자들이야 적극 환영하거니와 그런 자들의 목소리가 커서 그렇지 실제 여론조사에서는 대기업이나 부자 및 불로소득 등에 대한 증세에 찬성하는 비율이 70% 가량 된다. 게다가 감세는 김문수나 이준석도 주장하는 것이므로 진보 1 대 보수 3의 전선을 가장 확실히 할 수 있는 주제 중 하나다. 그런데 실제로는 자꾸 2대 2 구도에 머무른다. 1대 3을 만들 수 있어야 지지율도 올라간다. 어차피 증세의 대상이 될 정도의 사람들은 우리 안 찍는다. 그런데 뭐가 그리 무서운가? 소수면 소수답게 당당하게 할 말은 해야 지지율도 상승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권 후보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게만 가혹하게 비판하고 있지, 이 후보에 대해서는 진보적 정책 이슈를 거론하며 퇴보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타이르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현실론’과 ‘나중에’로 피해가는 이 후보에게 “지금은 이재명입니다”라고 상기시키며 지금 당장 해야 한다는 것을 피력하기도 했는데 이장규 위원장은 “이재명에 대해 더 확실하게 각을 세우지 않으면 그냥 찬조 출연이 되어버린다”고 재차 주문했다.
뒤로 갈수록 기억해야 할 이름을 호명하는 등 나아지긴 했는데, 차라리 처음에 그렇게 나갔어야 한다.
사회연구자 최성용씨(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강사)는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표를 공략하는 전통적인 접근법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재명 지지자는 권영국 지지자가 아니다. 이재명 지지자의 아주 일부는 권영국을 지지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그 표에 큰 기대를 하면 안 된다. 실은 매번 선거에서 반복한 전략이고 진보 정당이 실패해온 전략이다. 이번 선거가 기회인 건 다른 전략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그런 방향으로 언어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나아가 최씨는 당선가능성과 무관하게 실제로 대통령 당선을 목표로 메시지를 내는 권력의지의 화법 차원에 대해서도 논했다.
솔직하게 쓰자면 민주당 비판을 안 한다는 그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뭐냐면 당선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나는 지지자로서 거기에 모멸감마저 느낀다. 이준석이 “이준석 정부는”이라고 자칭할 때 부럽기까지 했다. 현실적인 목표치는 죽어라 선거 운동해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소금 정당으로 남는데 족하거나 극우 세력을 막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자족하는 후보를 원하지 않는다.
앞서 정주식 대표도 권 후보에게 “내가 할 일을 민주당에 주문하는 습관은 버렸으면 좋겠다”면서 “철지난 야권 연대 감성은 그만. 남의 당 사람한테 어떻게 하라고 주문하지 말고. 그거 내가 하겠다고 말하는 걸로 충분하다”고 당부했다.
김창인 전 청년정의당 대표는 권 후보의 2차 토론 전략 자체가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2차 토론에서 권영국의 전략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다. 이재명과 단일화를 염두에 둔 포석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전략을 후보가 잘 수행하지 못한 것인지? 어느 쪽이든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한 것은 맞다. 우리 사회의 억압받는 상징적인 인물들과 토론회에 함께 입장하는 퍼포먼스까지 했는데 실제 토론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재명에게 정책 제안하고 칭찬 받고. “지금은 이재명”이라는 상대 후보 응원까지 했다. 이럴거면 누구 떨어뜨리러 나왔다고 하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나. 억울하고 부당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권영국은 소수정당이자 원외임에도 굳이 왜 출마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2차 토론을 본 관전자들은 그 이유를 ‘이재명 지원 사격’이라고 이해할 것 같다. 그렇다면 본 투표에서 권영국을 지지할 이유는 없다. 이재명을 보다 급진적인 정책으로 유인하는 것으로 그 역할은 끝났기 때문이다.
김창인 전 대표는 거대 양당 중 하나인 민주당과는 별개로 진보 정당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어필을 하기 위해서라도, 권 후보가 이 후보와는 다른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늘 토론에서 보여준 권영국의 다양한 모습들이 “지금은 이재명”이라는 말 한 마디로 다 가려지는 이유는, 이 지점이 민주당과 별개의 진보 정당이 한국에서 필요한가. 아닌가. 그 존재 이유에 대한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전부 방향은 맞는 말인데 시간이 걸린다”는 이재명의 표현처럼, 민주당보다 조금 더 급진적인 정당으로서 진보 정당이라면 굳이 별도의 정당을 만들 필요가 있나. 민주당과는 질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주장하고 그걸 이번 토론에서 보여줬어야 했다. 민주당 서포터 정당은 이미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이장규 위원장은 “3차 토론은 정치 분야니까 현 민주당의 지나친 사법부 압박을 확실히 비판하는 등 진보 야당으로서 이재명과 각을 세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국에선 권리로서의 복지라는 개념이 아예 없다. 모두가 최소한의 삶은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 권리라면 예산이 부족하다고 긴급 복지가 중단되는 식의 한국식 선착순 복지란 말이 안 된다. 이재명 등이 또 예산 타령하면 그때는 확실히 제압하고. 노동권 역시 일하는 사람 모두가 누려야 하는 권리라면 5인 미만이나 형식상 3.3이라고 그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기본적인 평등권 위반이다. 여성이나 성소수자의 권리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 보다 평등한 나라에 대한 꿈을 담대하게 이야기하는 토론이 되기를 바란다. 정치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기본 원칙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제도가 어떠니보다 더 중요하다. 소수정당일수록 오히려 큰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어떤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지 가치를 이야기해야 차별성이 드러난다. 권 후보가 그간 살아온 삶이 있지 않는가.
덧붙여서 이장규 위원장은 권 후보와 캠프에게도 “토론 당일 정도는 좀 쉬면서 체력 보충과 토론 준비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꼭 필요한 일정이 아니라면 선본의 다른 사람이 가면 된다. 역할 분담도 능력”이라는 점을 조언했다.
김수민 평론가는 1차 토론에서 김 후보를 주 공격 타겟으로 잡은 것에 대해 효과적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다음 스텝을 달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정의당)이 원외로 밀려나면서 계엄 해제와 윤석열 탄핵의 전면에 서지 못했기 때문에 이걸 따라잡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전개 전략이 진입 전략과 똑같으면 안 된다. 국민의힘을 신나게 팼으면 그 밑천으로 그 다음 이야기를 해야지. 무식한 데다 이제는 힘도 없는 국민의힘 패는 거야 전국민 레포츠 아닌가? 그런 걸로 특기 자랑하고 민주당 지지층 호응을 받는다고 정치가 나아지지 않는다.
김 평론가는 권 후보가 손바닥에 백성 민(民)자를 그리고 나온 것에 대해 “눈을 의심케 한다. 1차 토론에서 트럼프에게 레드카드를 든 것과는 전혀 다른, 재미도 없는 자기 희화화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지금 권영국은 심상정보다 전혀 낫지 않다. 표현 방식에서는 사회운동가와 현실 정치인의 차이를 보여줬지만 오히려 심상정이 더 민중적이다. 진보 1.0은 백기완 이래 늘 있어왔던 유권자들이다. 권영국이 1차 토론을 잘해서 규합한 측면도 있지만, 진보당 등이 출마를 안 하면서 권영국에게 간 것도 있다. 이 다음부터는 어떻게 할 텐가. 선거는 1인 1표인데 민주당 지지자들이 0.3표 정도 권영국에게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재의 한국 (주류) 정치에 환멸이 난 사람들(서민과 빈민에 많다. 팬덤이니 음모론이니 하고 까부는 것들 배 부르고 등 따신 자들임) 희망이 되어야 한다. 이미 너절하게 까발려진 국민의힘 또 치는 것만으로 그분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1차 토론 초입에 ‘1대 3’이라고 했으면 그 값에 맞는 토론을 해야 한다. 양심에 양심을 얹고 생각해보라. 지금 정말로 김문수, 이재명, 이준석이 한 묶음임을 폭로하고 통째로 정면 타격하는 토론과 캠페인을 하고 있는가? 심상정처럼 맞아 죽을까봐 겁 나는가? 이 판국에 뭐가 더 겁 나는가?
최성용씨는 권 후보가 공략해야 하는 지지 집단 ‘세 곳’을 거론하며 전략적 팁을 제시했다. 첫째 집단이 민주과 진보 정당 사이에 있는 ‘이재명 지지자들’, 둘째 집단이 반이재명 정서를 갖고 있는 ‘스윙보터’, 셋째 집단이 ‘광장과 여성’이다.
첫째 집단은 전통적인 공략 대상이던 민주와 진보 사이에 있는 이재명 지지자들이다. 지난 후보 토론도 여기에 어필한 것이리고 본다. 그러나 내 판단은, 선거운동 2주차가 지나가는 지금 이재명에서 권영국으로 옮길 사람들은 거의 다 옮겼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내란 심판’에 강하게 동조하는 집단이기도 해서 표를 가져오기 힘들다. 그래서 줄곧 둘째 집단 반이재명 정서를 지닌 ‘방황하는 표’를 겨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면대면으로 만나면 가장 설득하기 쉬운 유형이 이 집단이다.
사실 최성용씨가 주목하고 있는 곳은 셋째 집단이 ‘광장와 여성’이다.
이번 2차 토론은 이 집단에 집중했어야 한다. 차별금지법 등으로 이재명까지도 압박하고, 이준석을 집중 공략했어야 한다. 사실 이 집단이야말로 선거 막판까지 끌어오고 결집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집단이다. 권영국의 킬러 컨텐츠도 여기에 집중되어야 한다. 젊은 여성들을 겨냥하되 여기에 권영국의 본래 전공인 노동까지 버무리면 금상첨화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세 후보 모두와 각을 세워 ’독자성‘을 확보하고 그러면 셋째 집단에 이어 둘째 집단에 대한 설득도 가능해지게 된다. 말하자면 각각이 권영국의 ‘집토끼’와 ‘산토끼‘쯤 되는 셈이다.
권 후보는 평생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을 영위해온 투쟁 전문가다. 싸울 때는 제대로 싸워야 한다. 최성용씨는 “서로 물고 뜯는 난타전에 착한 사람, 대화하려는 사람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 그리고 권영국은 싸울 줄 아는 사람”이라며 “대본에서 눈을 떼고 평생 길러온 자기 감각, 자기 본능으로 다른 후보들을 혼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런다고 첫째 집단의 표가 달아나지도 달려오지도 않는다. 막무가내 극렬 이재명 지지자들은 결코 권영국을 찍지 않을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그 얘기를 들어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중요한 건 둘째 집단과 셋째 집단이다. 이들을 청중으로 놓고 토론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