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조기 대선에서 유일한 진보 대통령 주자로 나서고 있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의 선거운동과 메시지를 대선이 끝나는 날까지 시리즈로 보도해보려고 합니다. 평범한미디어는 폭력적인 거대 양당체제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으며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과 ‘비양당 소수정당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다룬 바 있습니다. 이미 기성 매체들은 양당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 대해서 과잉 보도를 하고 있는 반면 권영국 후보에 대한 보도는 너무나 미약합니다. 평범한미디어라도 권 후보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의 평범하지 않은 선택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지난 2022년 3월 대선 당시 광주전남에 거주하던 30대 남성 의대생과 대선 개표 방송을 함께 봤던 기억이 있다. 그는 평범한미디어 기자들에게 “되지도 않을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표를 준 이유를 캐물었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표정으로 계속 질문을 쏟아냈는데 우리는 오히려 그의 무례함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1표만 더 받아도 모든 걸 가져가는 ‘승자독식’ 선거제도 하에서 사표방지심리는 유권자들을 양당제의 노예가 되도록 강제한다.
지난 25일 노동당 이백윤 대표는 ‘권영국 후보 연트럴파크 집중 유세’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고 아래와 같이 말했다.
지난주에 김문수가 광장의 목소리를 이어받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걸 보면서 이번 대선은 ‘광장 참칭 대선’이라고 생각한다. 너도 나도 빛의 혁명을 이야기하고 광장의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얘기하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언론에서는 1번과 2번, 4번의 3강 구도라고 하는데 나는 과감하게 이번 선거는 보수 3강 대 진보 1강의 싸움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유일하게 약자를, 그리고 제도와 정책을 비전을 맨앞에 제시하는 후보가 바로 누구인가. 기호 5번 권영국이다. 권영국을 지지하는 것은 적대적 공생 정치를 끝내는 것이다. 상대방을 더 잘 욕하면 내가 이기는 그 적대적 공생 정치, 양당 정치 이제 끝내는 것을 바로 기호 5번 권영국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 이번 대선에서 우리 광장 정신을 이어받는 우리가 해야 할 투쟁이자 과제이다.

이 대표가 잘 설명했듯이 한국식 양당 정치에서는 서로에 대한 네거티브만 넘쳐난다. 상대를 잡아족치고 저주하는 것이 표를 얻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권을 잡아도 야당의 살쾡이 같은 저주와 맞서는 것이 힘겹다. 이 대표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한테 마이크를 가져다대면 갈등하지 말고 화합하는 정치 했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왜 그런 말씀을 하는지 알겠지만 나는 이번 대선은 권영국과 함께 건강한 갈등을 만드는 그런 대선을 해보자고 제안을 하고 싶다. 그 건강한 갈등은 시스템 전쟁이다. 에어컨 없는 쪽방에서 기후위기 폭염을 맞아서 죽음과 싸워야 하는 기후 불평등 사회다. 수십년을 일해도 내집 마련은 더 멀어져가고 열심히 일할수록 가난해져 가는 사회. 그래서 금융 투기와 부동산 투기로 한방을 터트리지 않으면 내 인생의 황금기는 영영 오지 않을 거라고 비관하는 체념 사회. 투기 대한민국이다. 권영국은 이 불평등하고 기울어진 승자독식 기득권 천국을 바꾸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보자고 한다.
이 대표는 민주당 정부였던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켜봤자 불평등만 더욱 심화시켰다는 점을 환기하며 “민주당과 국민의힘 찍는 것은 ‘국민 호구되는 투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역설했다. 다만 평범한미디어는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더 싫은 후보를 막기 위해 사표방지심리에 따른 밴드왜건 투표를 하는 전통적인 한국 유권자들의 관습적 사고방식을 깨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싶다. 이 대표의 표현대로 매번 그렇게 표를 주는 것이야 말로 ‘국민 호구되는 투표’가 아닐 수 없다.
같은 자리에서 플랫폼C 박상은 활동가는 “대선은 한국 사회의 미래를 그리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사회를 어떻게 구성해내갈지 얘기해야 한다. 그러나 넓고도 다양한 광장에서의 요구들이 대선판에서 사라졌다. 불평등에 관한 논의는 국가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여성과 소수자들의 절박함은 사회통합이란 보수적인 말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다. 대선판은 거대 양당 후보 중 누굴 찍을 것인지 겁박하는 폭력적인 양자택일의 공간이기 보단, 공동체의 미래 비전을 상상해보는 공간이어야만 한다. 평범한미디어 크루로 활동하고 있는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의 출마 명분을 두고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권영국 후보는 솔직히 대통령이 되려고 나온 게 아니다. 후보가 될 때부터 권영국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려고 한 게 아니라 정의당에도 후보 있어! 지금 진보정당 정의당은 이런 생각을 해! 우리 안 죽었어! 이런 목표를 걸고 나왔다. 그래서 급진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상속세 최대 90% 이런 얘기를 과감하게 외쳤다. 그런 구호들이 역풍을 받을 수도 있지만 확실하게 불평등 문제에 천착하는 유일한 진보 후보로서 어떤 메시지를 내더라도 괜찮다. 지금 대선에서 자기 정체성에 대해서 가장 확실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후보는 권영국 후보 뿐이다. 트럼프에게 레드카드를 주면서 한국의 버니 샌더스를 연상하게 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국 선거제도가 기본적으로 지역구 위주의 인물 선거라서 승리한 후보에게 간 표심 외에 다른 표들은 전부 사표가 된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사실 떨어진 후보를 찍은 표들든 데이터로 남는다. 양당 후보 외의 소수 후보들은 그 데이터를 보고 다음을 준비하며 새로운 공약과 가치들을 발굴할 수 있는 정치를 이어갈 수 있다. CBS 윤지나 기자는 유튜브 채널 <씨리얼>에서 기획한 대선 특집 ‘뉴스 지나갑니다’를 통해 아래와 같이 설파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에 후보를 냈다. 될까? 안 될 것 같다. 후보도 당도 모르고 나온 게 아니다. 안 되는줄 알면서 왜 나올까? 여기 이런 가치와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외쳐야 하니까 나온 것이다. 노동과 인권, 약자 존중과 다양성 보호, 기후 문제 다들 중요하다고 말을 하면서 정작 정치판에서 제대로 얘기할 기회가 있었나? 대선 정도 거대한 장이 서야 이 모든 사회적 담론이 담길 수 있다.
과거 사표는 없다고 강조했던 심상정 전 의원처럼 권영국 후보도 똑같은 메시지를 내고 있다.
그동안 사표 논란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선택지를 선택하지 못 하고 대결 정치만 있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표는 없다. 결국 자기의 목소리를 내주는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