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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사제’로 의사를 지역으로 보내면 다 해결될까?

[김진웅의 정책 스토어] 20번째 칼럼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진웅 성동구의회 정책지원관] 2025년 12월 3일 국회를 통과한 ‘지역의사제’ 법안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지역의사제는 의대 선발 단계부터 지역에서 근무할 인재를 뽑아 일정 기간 의무 복무하게 하는 제도로, 붕괴 위기에 처한 지역 의료를 살려보겠다는 고육지책이다. 십수년간 국회에서 논의해온 숙원과제와도 같은 만큼 지역의사제가 거주 지역에 따라 생존율이 달라지는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길 간절히 바란다. 나아가 대도시로만 쏠리는 의료 인력을 강제해서라도 지역으로 이동시키겠다는 국가적 의지가 실현됐으면 좋겠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지역의사제 법안이 통과될 수 있었던 계기 중 하나가 바로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응급의료체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응급환자가 의료기관과 연결되지 못해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찾아 뺑뺑이를 도는 현상을 말한다. 국민들은 이러한 상황을 목도하면서 과연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맞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역의사제가 의료 서비스 취약 지역에서 응급환자 수요를 어느정도 수용해줄 것이라 기대된다. 물론 지역의사제는 응급환자만을 위한 제도도 아니고, 응급의료체계 문제와 관련한 고질적 병폐를 끊어낼 ‘만능 열쇠’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우리가 마주한 비극의 본질은 단순히 의사가 특정 지역에 살지 않아서가 아니라 응급환자를 살릴 수 있는 ‘필수의료 전문의’가 사라지고 있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사제의 가장 큰 맹점은 의사에게 거주지를 강제할 수 있어도 ‘전공 선택’까지 강요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10년의 의무복무 기간을 부여한다 한들 그들이 수술실과 응급실이라는 험지를 택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만약 지역에 배치된 의사들이 과도한 노동 강도와 낮은 보상 그리고 사법 리스크를 피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수익이 높은 미용과 성형 전공으로 쏠리게 된다면 지역의사제는 ‘지역 내 피부과 의사’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결국 문제 해결의 키는 ‘수가(酬價)의 정상화’에 있다. 현행 의료체계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고난도 수술보다 기계적인 검사나 비급여 진료의 수익성이 훨씬 높은 기형적인 구조다.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이른바 ‘바이탈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의사 개인에게 사명감을 넘어 경제적·직업적 손실이 되는 상황에서 지역의사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또한 사회적 예우나 리스크의 부담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명감만으로 필수의료를 선택하라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정부와 의료계가 보상과 안전망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지역의사제 시행과 동시에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파격적인 유인책을 내놓아야 한다. 3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고위험·고난도 수술에 대한 수가를 현실화하여 병원이 필수 진료과를 운영할수록 이익이 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환자가 적은 지역이라도 응급 의료진을 상시 유지할 수 있도록 ‘공공정책수가’ 등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셋째, 불가항력적인 의료 사고로부터 의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안전망을 구축해 그들이 소신껏 메스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역의사제가 지역 의료를 살리는 ‘마중물’이 되려면 그 물이 흐를 길인 수가 체계부터 닦아야 한다. 의사를 지역에 묶어두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기꺼이 응급실 환자의 곁을 지키고 싶게 만드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생명을 살리는 가치가 돈과 위험 앞에 무릎 꿇지 않도록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것이 응급실 뺑뺑이를 멈추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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