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19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부다페스트에서 돌아오던 밤은 몹시 추웠다. 국제 버스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몸이 덜덜 떨렸다. 추위는 지하철역까지 나를 뛰게 만들었다. 하지만 역 안의 온도도 바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웅크린 채 시내로 들어가는 지하철을 기다렸다. 그런 내 옆에 엄마와 아이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Nein, Nein, Nein!!!!” (아냐, 아냐, 싫어!) 싫다는 딸을 엄마는 이리저리 달래가며 양손엔 털장갑을 끼우고 이미 쓰고 있던 털모자는 쭉 당겨 귀를 완전히 덮고 열려있던 재킷의 지퍼는 목 끝까지 끌어 올려 무장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품에서 놓아줬다. 나도 저런 보호를 받던 때가 있었지. 추워서일까. 혼자만의 여행이 끝나고 좀 외로웠던 걸까. 저런 타인의 간섭이 그리웠다. 분명 가방에 장갑을 넣었었는데. 배낭에 쌓인 여행 짐을 파헤쳐 밑에 깔린 장갑을 발견했다. 장갑을 끼며 생각했다. 나는 어른이니까. 내가 나를 지켜야 한다고. 어른. 어릴 땐 주민등록증이 생기면 자동으로 되는 건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되는 건가
#2025년 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김진웅의 정책 스토어] 1번째 기사입니다. 김진웅 정책지원관은 서울시 성동구의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학 박사로서 배움원격평생교육원 운영 교수로도 재임하고 있는데 그 누구보다 복지 정책에 진심이며 전문성을 갖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진웅 성동구의회 정책지원관] 국민연금 개혁은 반드시 단행해야 하지만 가능하면 개혁을 미루는 것이 정치 집단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랬고, 윤석열 정부가 그랬으며, 국회도 마찬가지다. 지난 26년간 연금 개혁은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 했다. 잃어버린 26년이다. 하지만 이제 더 미루면 안 된다. 윤석열 정부가 계엄 사태 이후 제기능을 못 하더라도 여야와 관계부처 등은 연금 개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지난 11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연금 개혁 추진이 시급한 국가적 과제”라고 밝혔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교섭단체 연설에서 “더는 불가능한 조건을 붙이지 말고 모수개혁부터 매듭짓자”고 제안했다. 여야 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에서 공통적으로 연금 개혁을 의제로 던졌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
※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21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산전수전이란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고 나의 ‘인생록’이나 다름 없는 20개의 글이 나왔다. 직접 겪은 일들을 글로 풀어 쓴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처음에 제안을 받고 시작할 때만 해도 10부까지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매번 내 인생에는 이슈들이 발생했고 그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을 풀어내다보니 어느덧 여기까지 왔다. 21번째 글은 무슨 주제로 써볼지 고민이 됐는데 결혼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마침 30대 중반이 된 만큼 주변 친구들이나 군대 동기들, 사촌 동생의 결혼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나도 결혼 생각을 해보게 됐다. 사실 내 또래의 결혼 소식에 큰 동요는 없었다. 좋은 사람 만나서 갈 때가 되니 가는가보다 싶었다. 그러나 사촌 동생 몇몇이 결혼을 하니 명절 단골 멘트를 많이 듣게 됐다. 골치 좀 썩었다. 사촌 동생들과 나이 차이도 좀 나고 친가에서는 내가 장손이기에 “언제 결혼할 거냐? 만나는 여자 있냐?”는 말을 너무 많이 듣고 있다.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다. 그동안 연애했던 여자들 중 결혼을 결심할 만큼 진
#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20번째 글입니다. 김철민씨는 법학과 관광을 전공으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30대 청년입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인생의 길을 걸어왔고, 파란만장한 경험들을 쌓았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본인의 삶을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생생한 삶의 기록을 기대해주세요. 아주 디테일한 인생 고백을 만나보세요.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2024년 여름 양쪽 발목 수술과 재활 기간까지 고려해서 두 대학 석박사 과정을 잠시 멈췄다. 2024년 2학기에는 휴학을 했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나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충분히 쉬면서 죽마고우 윤동욱 기자와 여행도 많이 가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시 한 번 동욱이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곁에서 격려해주며 우정 여행의 동반자로서 함께 해주지 않았다면 심신이 지쳐있는 내가 정신건강을 챙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아가 대학 동기 용운이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최근 동욱이와 용운이 셋이서 태안으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 내가 숙박비와 차량 렌트비를 부담했는데 두 친구에게 보답하는 의미
# [불편한 하루] 칼럼 시리즈 22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대담: 윤동욱·박효영 기자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지구상에 있는 200여개 국가들 중 정상적으로 민주주의가 정착된 경우가 별로 없다. 오히려 OECD 가입국으로 상징되는 몇몇 국가들 외에는 절반 이상이 내전과 쿠데타, 경제 실패로 신음하고 있다. 예컨대 볼리비아에서는 1825년 독립 이후 200여년간 무려 200회의 쿠데타가 벌어졌다. 매년 1회 이상의 쿠데타가 일어난 것인데 그런 만큼 볼리비아는 전세계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볼리비아는 200년 동안 딱 40년만 민간 통치 기간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군사정권의 통제 하에 놓여있었다. 실제로 정권이 전복된 수가 190여번이나 된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전에 적발된 역적 모의와 실패한 반란 사례도 부지기수다. ‘12.3 계엄 사태’가 벌어지기 5개월 전 2024년 7월 한 여름에 ‘볼리비아 쿠데타史’를 주제로 <불편한 하루> 대담을 했다.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다. 인구는 1233만명이고 국토 면적은 대한민국의 11배다. 그러나 GDP 규모는 430억달러로 한국의 40분의 1 수준(1조
#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18번째 글입니다. 조은비 대표님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조은비 대표님의 자세한 서사를 만나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d_light_heals_u)에 방문해보길 바랍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빈 숙소 앞엔 마당이 있고, 커다란 나무가 있다. 독특한 중부 유럽의 나무를 뭐라고 부르는지 전혀 몰랐기에 내 멋대로 은행나무라고 불렀다. 한국에서 큰 나무들은 다 은행나무였으니까. 가을이 되고 수많은 밤들이 마당에 떨어져 있는 걸 본 뒤에야 그들의 정체가 밤나무라는 걸 깨달았다. 산속에만 사는 줄 알았던 밤나무가 이웃일 줄이야. 여름엔 창밖으로 손을 뻗으면 풍성하게 자란 나뭇잎을 만질 수 있었고, 매일 아침 동틀 무렵엔 새들이 나무에서 노래 경연도 벌였다. 그 후 가을엔 밤이 주렁주렁 열렸고, 1층에는 “먹을 수 있으니 누구나 가져가세요”라고 쓰여진 간판이 붙었다. 그렇게 변덕스럽게 모습을 바꾸던
#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19번째 글입니다. 김철민씨는 법학과 관광을 전공으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30대 청년입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인생의 길을 걸어왔고, 파란만장한 경험들을 쌓았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본인의 삶을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생생한 삶의 기록을 기대해주세요. 아주 디테일한 인생 고백을 만나보세요.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해가 바뀌고 괴롭고 힘들었던 삼재 기간도 다 끝났다고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언제나 나 홀로 삼재의 늪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며칠 전 경북대 강사 공개채용 최종 임용 후보자 공고가 발표되었는데 불합격했다.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서 2차 면접을 치르러 갔을 때만 해도 서류 합격자 중 1명이 면접에 불참하면서 경쟁률이 2대 1이었던 만큼 합격할 가능성이 좀 높다고 봤다. 나름 차분하게 면접도 잘 치렀다고 판단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불안하고 초조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부족해서 떨어진 것이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내가 합격할 수 없는 채용 공고였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갈수
#2025년 1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신민성의 언시생 이야기] 첫 번째 글입니다. 신민성님은 언론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20대 후반 언시생(언론고시생)입니다. 아나운서만 준비해왔다가 최근 들어 방송기자가 되기 위해 여러 언론사들에 지원서를 넣고 있습니다. 매일 뉴스를 살피고 신문을 읽으며 글을 씁니다. 인턴 기자, 라디오 DJ, 행사 진행자 등등 다양한 경험을 많이 쌓았습니다. 민성님이 직업 언론인이 되기 위해 준비해가는 과정을 글로 풀어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신민성] 올해 29살. 만으론 27살. 한국 나이로 2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나는 언론인이 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뜨거우면 뜨겁고, 차가우면 차가운 이 바닥. 언제 공고가 뜰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 매일 공부하고 스터디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언시생들이면 공감할 것이다. 매일 뉴스와 신문을 보면서 오늘 하루의 이슈들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게 이 업계에 들어가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란 걸. 돌이켜보면 중학교 때부터 언론계로 진출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방송 뉴스를 소개하는 ‘앵커’가 되고 싶었다. ‘중2병’이 세게 왔던 15살이었는데 남들보다 꿈을 일찍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사실 제주 여행을 가기 전 안동 여행을 먼저 다녀왔다. 지난 가을 죽마고우 철민이와 고향 함평에서 만나 밥을 먹고 있는데 바람을 쐬러 어딘가로 가자는 것에 꽂혔다. 그러면 어디로 가야 할까. 가장 먼저 경주가 튀어나왔다. 그런데 얼마전 나 혼자 진득하게 여행을 갔다왔다. 패스! 문득 안동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 2022년 4월 안동 녹색당 허승규씨를 인터뷰하기 위해 방문했던 적이 있는데 시간관계상 월영교만 잠깐 둘러보고 하회마을 등 다른 유명 관광지들을 가보지 못 해 내심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안동의 명물 찜닭과 헛제삿밥, 안동소주, 간고등어 등은 꿈도 꾸지 못 했다. 그렇다면 안동으로 가보자고! 쇳불도 단김에 빼야 제맛. 거리가 무척 멀지만 철민이와 나는 바로 채비를 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2년 전 안동 가는 교통편을 알아봤는데 광주전남권에서 안동을 포함 경북으로 바로 가는 고속버스는 정말 애매하게 있다. 그래서 그냥 자차로 가는 게 효율적이다. 여러모로 씁쓸한 대목이다. 달빛 철도가 건설된다고는 하지만 서울과 지방 외에도 지방과 지방을 연결하는 교통 환경이 지금보단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기후위기 시대 꼭 철도를 깔지
#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17번째 글입니다. 조은비 대표님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조은비 대표님의 자세한 서사를 만나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d_light_heals_u)에 방문해보길 바랍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사람에겐 두 개의 고향이 있다고 한다. 태어난 고향과 마음의 고향. 그렇다면 베를린은 내 마음의 고향이다. 전세계 유명 브랜드가 모인 쇼핑몰을 놔두고, 사람들은 정작 빈티지숍에서 옷을 사는 도시. 베를린 필하모닉을 보유한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의 도시이면서, 수술 자국이 선명한 가슴을 드러낸 트랜스젠더 남성의 공연 포스터가 붙어있는 도시. 도시 전체를 편리하게 연결하는 두 종류의 지하철, 트램, 버스가 있지만 거기서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거나 전자담배를 피는 도시. 소시지로 만든 ‘커리 부르스트’와 돼지고기로 만든 ‘슈바인스학세’가 유명하지만 식료품점 가격표엔 비건(동물성 재료가 전혀 없는) 정보를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