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23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새학기(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 박사과정)가 시작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복학을 결정하기까지 고민과 걱정이 많아서 잠을 설칠 정도였지만 막상 복학해보니 시작이 좋았다. 오랜만에 지도교수를 찾아뵙고 인사드렸는데 따가운 충고가 아닌 내 건강을 걱정해주는 격려의 말과, 남은 학기 일정과 연구 계획에 대한 따듯한 조언을 들었다. 위축되어 있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됐다. 또 다른 선물과도 같은 일도 있었다. 타 교수로부터 문체부 인력양성 사업(디지털테크투어리즘) 연구원 참여 제안을 받았는데 경험과 소득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마침 직장이 없는 4대 보험 미가입자만 참여할 수 있었는데 발목 수술로 마땅한 생활비를 충당할 일을 할 수 없는 나로써는 안성맞춤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문득 불행에 너무 익숙해서인지 이런 좋은 일들이 생기면 퍼뜩 불안감이 든다. 얼마나 안 좋은 일이 또 닥치려고 이러는 걸까? 근데 새학기 시작부터 기분이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일희일비는 금물이다.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어로 진행되는 전공 수업이 하나 있는데 수강
※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20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3주 뒤면 유럽을 떠나야할 슬픈 운명은 내 여행욕에 계속 불을 지폈다. 지금 여기서만 가능한 모든 걸 경험해야 해. 뭘 해야 할까? 이왕이면 그럴 듯한 성과를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이득이 되는 것을 해볼까 아니면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경험을 해볼까. 참 나다운 고민이었다. 그렇게 난 듀크 대공의 바로크진주 예술품을 떠올렸다. 두 개의 커다란 바로크진주로 잠자고 있는 아기를 표현한 걸작. 공방 수업에서 소개할 때마다 고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던 작품이었다. 아! 주얼리를 공부하러 ‘또’ 이탈리아에 가는 거군. 그런 이유라면 다른 사람들도 나를 그리 정신나간 사람으로 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챗 GPT로 열띤 사전 조사를 마친 뒤 피렌체에 도착했다. 일기예보와 다르게 비가 내렸고 시내버스 막차는 내가 서있는 정류장을 그냥 지나쳤다. 이탈리아 유명 주얼리를 다 씹어먹고 오겠다는 내 자신만만한 선언을 들었던 룸메이트가 보면 놀릴 게 분명했다. 폰 화면에 맺히는 빗방울을 소매로 계속 닦으며 구글맵으로 숙소까지의 거리를 확인했다. 걸어서 40분. 휴! 이튿날 눈에 불
※ [김진웅의 정책 스토어] 2번째 칼럼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진웅 성동구의회 정책지원관] 지난 2월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에서 국민연금 모수개혁 관련 법안들이 상정되어 논의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높이는 데에는 의견을 모았지만 소득대체율을 40~45%의 범위에서 조정하는 문제에 대해선 이견을 좁히지 못 했다. 국민의힘은 현재 연금특위에서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을 연계해서 동시에 개혁안을 마련하자는 입장인 반면에 민주당은 2월 안에 국민연금을 현행보다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아가자는 입장이라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단순히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에 대해 연금 개혁이 아니라, 연금 개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그렇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제도는 1988년 도입할 때부터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로 설계됐다. 처음 도입할 때만 해도 보험료율이 3%에 그쳤고 점차 올라서 김영삼 정부에서 6%, 김대중 정부에서 9%가 된 것이다. 어느덧 35세가 된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처음에 비해 고작 3배 오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보험료율 인상은 당연한 것이기도
※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22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또 다시 새학기가 다가오고 있다. 나는 두 대학 두 전공 석박사 과정(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 박사과정과 성균관대 법학 석박사통합과정)을 밟고 있다가 2024년 2학기에 휴학을 했고 이번에는 세종대만 복학하기로 했다. 초중고 시절부터 대학원에 다니는 지금까지 새학기를 맞이할 때면 늘 설렘과 기대감이 있다. 동시에 걱정도 앞섰다. 이번 학기는 의미가 깊다. 2025년 한해 동안 두 학기를 정상적으로 이수하고 2026년 1학기만 마치면 박사과정을 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새학기가 시작되면 온전히 학업에 집중할 것이다. 무엇보다 아직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를 명확하게 정하지 못 했는데 이번 학기 안에 확정해보려고 한다. 나아가 학위 논문을 제출하기 위한 학술 논문 게재도 의무사항이라서 올해 안에 준비과정에 돌입해야 한다. 해야 할 일들이 많다. 1학기 때도 그렇고 2학기 때도 그렇고 참으로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 복학을 앞두고 자취방도 옮겼다. 이사를 갔는데 그야말로 신상에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대학원 생활을 하기 위해 서울로 이주해온지 벌써 2년이 흘렀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19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부다페스트에서 돌아오던 밤은 몹시 추웠다. 국제 버스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몸이 덜덜 떨렸다. 추위는 지하철역까지 나를 뛰게 만들었다. 하지만 역 안의 온도도 바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웅크린 채 시내로 들어가는 지하철을 기다렸다. 그런 내 옆에 엄마와 아이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Nein, Nein, Nein!!!!” (아냐, 아냐, 싫어!) 싫다는 딸을 엄마는 이리저리 달래가며 양손엔 털장갑을 끼우고 이미 쓰고 있던 털모자는 쭉 당겨 귀를 완전히 덮고 열려있던 재킷의 지퍼는 목 끝까지 끌어 올려 무장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품에서 놓아줬다. 나도 저런 보호를 받던 때가 있었지. 추워서일까. 혼자만의 여행이 끝나고 좀 외로웠던 걸까. 저런 타인의 간섭이 그리웠다. 분명 가방에 장갑을 넣었었는데. 배낭에 쌓인 여행 짐을 파헤쳐 밑에 깔린 장갑을 발견했다. 장갑을 끼며 생각했다. 나는 어른이니까. 내가 나를 지켜야 한다고. 어른. 어릴 땐 주민등록증이 생기면 자동으로 되는 건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되는 건가
#2025년 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김진웅의 정책 스토어] 1번째 기사입니다. 김진웅 정책지원관은 서울시 성동구의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학 박사로서 배움원격평생교육원 운영 교수로도 재임하고 있는데 그 누구보다 복지 정책에 진심이며 전문성을 갖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진웅 성동구의회 정책지원관] 국민연금 개혁은 반드시 단행해야 하지만 가능하면 개혁을 미루는 것이 정치 집단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랬고, 윤석열 정부가 그랬으며, 국회도 마찬가지다. 지난 26년간 연금 개혁은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 했다. 잃어버린 26년이다. 하지만 이제 더 미루면 안 된다. 윤석열 정부가 계엄 사태 이후 제기능을 못 하더라도 여야와 관계부처 등은 연금 개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지난 11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연금 개혁 추진이 시급한 국가적 과제”라고 밝혔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교섭단체 연설에서 “더는 불가능한 조건을 붙이지 말고 모수개혁부터 매듭짓자”고 제안했다. 여야 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에서 공통적으로 연금 개혁을 의제로 던졌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
※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21번째 글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산전수전이란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고 나의 ‘인생록’이나 다름 없는 20개의 글이 나왔다. 직접 겪은 일들을 글로 풀어 쓴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처음에 제안을 받고 시작할 때만 해도 10부까지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매번 내 인생에는 이슈들이 발생했고 그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을 풀어내다보니 어느덧 여기까지 왔다. 21번째 글은 무슨 주제로 써볼지 고민이 됐는데 결혼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마침 30대 중반이 된 만큼 주변 친구들이나 군대 동기들, 사촌 동생의 결혼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나도 결혼 생각을 해보게 됐다. 사실 내 또래의 결혼 소식에 큰 동요는 없었다. 좋은 사람 만나서 갈 때가 되니 가는가보다 싶었다. 그러나 사촌 동생 몇몇이 결혼을 하니 명절 단골 멘트를 많이 듣게 됐다. 골치 좀 썩었다. 사촌 동생들과 나이 차이도 좀 나고 친가에서는 내가 장손이기에 “언제 결혼할 거냐? 만나는 여자 있냐?”는 말을 너무 많이 듣고 있다.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다. 그동안 연애했던 여자들 중 결혼을 결심할 만큼 진
#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김철민의 산전수전 山戰水戰] 20번째 글입니다. 김철민씨는 법학과 관광을 전공으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30대 청년입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인생의 길을 걸어왔고, 파란만장한 경험들을 쌓았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본인의 삶을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생생한 삶의 기록을 기대해주세요. 아주 디테일한 인생 고백을 만나보세요. [평범한미디어 김철민 칼럼니스트] 2024년 여름 양쪽 발목 수술과 재활 기간까지 고려해서 두 대학 석박사 과정을 잠시 멈췄다. 2024년 2학기에는 휴학을 했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나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충분히 쉬면서 죽마고우 윤동욱 기자와 여행도 많이 가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시 한 번 동욱이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곁에서 격려해주며 우정 여행의 동반자로서 함께 해주지 않았다면 심신이 지쳐있는 내가 정신건강을 챙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아가 대학 동기 용운이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최근 동욱이와 용운이 셋이서 태안으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 내가 숙박비와 차량 렌트비를 부담했는데 두 친구에게 보답하는 의미
# [불편한 하루] 칼럼 시리즈 22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대담: 윤동욱·박효영 기자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지구상에 있는 200여개 국가들 중 정상적으로 민주주의가 정착된 경우가 별로 없다. 오히려 OECD 가입국으로 상징되는 몇몇 국가들 외에는 절반 이상이 내전과 쿠데타, 경제 실패로 신음하고 있다. 예컨대 볼리비아에서는 1825년 독립 이후 200여년간 무려 200회의 쿠데타가 벌어졌다. 매년 1회 이상의 쿠데타가 일어난 것인데 그런 만큼 볼리비아는 전세계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볼리비아는 200년 동안 딱 40년만 민간 통치 기간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군사정권의 통제 하에 놓여있었다. 실제로 정권이 전복된 수가 190여번이나 된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전에 적발된 역적 모의와 실패한 반란 사례도 부지기수다. ‘12.3 계엄 사태’가 벌어지기 5개월 전 2024년 7월 한 여름에 ‘볼리비아 쿠데타史’를 주제로 <불편한 하루> 대담을 했다.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다. 인구는 1233만명이고 국토 면적은 대한민국의 11배다. 그러나 GDP 규모는 430억달러로 한국의 40분의 1 수준(1조
#2024년 3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조은비의 비엔나 라이프] 18번째 글입니다. 조은비 대표님은 주얼리 공방 ‘디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울증 자조 모임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모든 걸 잠시 멈추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게으르게 쉬는 중”이며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조은비 대표님의 자세한 서사를 만나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d_light_heals_u)에 방문해보길 바랍니다. [평범한미디어 조은비 디라이트 대표] 빈 숙소 앞엔 마당이 있고, 커다란 나무가 있다. 독특한 중부 유럽의 나무를 뭐라고 부르는지 전혀 몰랐기에 내 멋대로 은행나무라고 불렀다. 한국에서 큰 나무들은 다 은행나무였으니까. 가을이 되고 수많은 밤들이 마당에 떨어져 있는 걸 본 뒤에야 그들의 정체가 밤나무라는 걸 깨달았다. 산속에만 사는 줄 알았던 밤나무가 이웃일 줄이야. 여름엔 창밖으로 손을 뻗으면 풍성하게 자란 나뭇잎을 만질 수 있었고, 매일 아침 동틀 무렵엔 새들이 나무에서 노래 경연도 벌였다. 그 후 가을엔 밤이 주렁주렁 열렸고, 1층에는 “먹을 수 있으니 누구나 가져가세요”라고 쓰여진 간판이 붙었다. 그렇게 변덕스럽게 모습을 바꾸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