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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고 치사한 ‘꿈자람카드’ 가난하면 초코우유도 못 먹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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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어몽어스 초코우유를 들고 온 40대 엄마 A씨가 꿈자람카드를 내밀었다. 편의점 알바생은 바코드를 찍고 바로 신용카드 결제 모드로 마무리하지 못 하고 포스(POS)의 ‘결제선택’으로 들어가 급식카드 항목을 누른다. 그런데 ‘삐삐삐’ 소리가 난다. 어몽어스 초코우유는 꿈자람카드 결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10일 23시 즈음 광주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모 편의점.

 

A씨는 미취학 딸 B양과, 3세 아들 C군을 등에 업고 물건을 골랐다. 바구니 1개로 먹을 것들을 잔뜩 고른 뒤에 카운터로 왔다. 그런데 아직 계산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꿈자람카드로 결제가 안 되는 품목들은 별도로 분류를 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형편이 어려운 아동들을 위해 급식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지난 2005년부터 보건복지부에서 전국 지자체로 사업 주체가 이관됐다. 대상자는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정, 지역아동센터 또는 사회복지관 시설의 아동복지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아동 중에 부모의 소득 수준이 해당 기초단체장이 정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이다.

 

지자체마다 다르긴 하지만 광주는 올해 지원 단가를 한끼 기준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렸다. A씨 자녀들을 기준으로 보면 한끼 6000원 2명이니까 한 번 결제에 1만2000원이 한도다. 광주에는 급식지원 대상 아동이 1만8800명 가량 있다. 그러나 꿈자람카드의 혜택을 받는 아동은 7500명 밖에 안 된다.

 

 

밥류, 빵, 라면만 먹으라는 법이 있을까. 어렸을 때는 삼시세끼 외에도 먹고 싶은 것들이 무지 많다. 가난하면 정말 초코우유도 못 먹어야 되는 걸까. 한 마디로 국가 지원으로 공짜 밥을 먹는 것이니 다른 건 안 되고 오직 밥만 먹으라는 건데 너무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A씨는 “되는 게 또 라면이랑 우유랑 이런 것들 밖에 없으니까 아이들이 과자도 먹고 싶을 것 아닌가. 근데 그런 게 안 되니까 조금 많이 아쉽다”며 “과자, 초콜릿은 아예 안 되니까. 빵, 우유, 커피도 다 되는 게 아니고 빨대 옆에 붙은 커피나 우유 그런 것 별로 맛이 없는 그런 것들만 된다. 또 여기 보면 아이들 뽀로로 음료수 그건 또 된다”고 말했다.

 

이어 “CU나 GS는 라면도 되고 컵밥도 되고 다 되는데 세븐일레븐은 안 되는 게 많다. 이마트24도 좀 그런 편이다. GS는 또 치즈가 안 된다”며 “그나마 CU는 많이 되는 편이라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린이들이 술이나 담배를 사지는 못 할텐데 그냥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다 되면 좋지 않을까.

 

A씨는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이 먹는 데에 한계가 있으니까 방학 때도 보면 더 자주 이용하게 되는데 짜증을 낼 때가 많다. 요즘 물가가 얼마나 비싼가”라고 토로했다.

 

요즘 어디 식당에 들어가서 김치찌개 등 백반 한끼 먹으려면 최소 7000원에서 9000원이 든다. 물가는 매년 5% 이내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그래서 꿈자람카드를 갖고 있는 아동들은 편의점에 가서 인스턴트 식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전은 내년부터 한끼 기준 8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고, 대구도 7000원으로 높일 계획이다. 어디 사느냐에 따라 차별을 받으면 안 될텐데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나서야 할 것 같다.

 

A씨는 “제도를 좀 개선했으면 한다”며 “내가 주민센터에 가서 직접 신청을 했다. 한 번 신청하면 계속 연계가 되는데. 여러 (가난하다는 걸) 증명하는 서류들을 내야 한다. 웬만해서는 (국가에서) 안 해준다”고 밝혔다.

 

 

 

꿈자람카드로 결제 가능한 업체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큰 문제이고 되는 곳이더라도 표시가 잘 되어 있지 않아 이용률이 저조한 것도 해결돼야 한다. 

 

꿈자람카드는 디자인이 눈에 띄고 그 낱말이 카드에 그대로 적혀 있다. 무엇보다 IC칩이 없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편의점에서 신용카드처럼 쉽게 결제를 할 수가 없다. 신입 알바생이라면 꿈자람가드 결제 방식을 알지 못 해 헤매게 되고 앞에서 민망해하는 아이들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아이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이런 낙인을 당하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실제 평범한미디어 취재 결과 20대 남성 B씨는 지난 2019년 서울의 모 편의점에서 근무할 때 꿈자람카드 결제 방법을 숙지하지 못 했다가 점장한테 전화를 해서 물어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와 엄마에게 상처를 줬다고 한다. 전화로 “꿈자람카드 어떻게 결제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걸 듣고 있던 아이와 엄마가 결제를 포기하고 매장 밖으로 나가버렸다는 것이다.

 

관련해서 서울시는 올해부터 아동 급식카드를 통상적인 은행사 체크카드 형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충북 충주시에서도 일반 카드와 똑같이 디자인을 변경하기로 했고 동시에 IC칩을 부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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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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