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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담배 냄새' 때문에 "정신이 피폐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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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여러 사람이 사는 공간이니 금연해야 vs 내 집에서 내가 피는데 왜?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원치 않는 불쾌한 담배 냄새는 그 자체로 굉장한 고통이다. 비흡연자는 말할 것도 없고 흡연자도 다른 사람이 내뿜는 담배 냄새를 싫어한다. 무엇보다도 간접흡연은 건강에 엄청난 악영향을 준다. 흡연자는 본인이 선택했으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흡연자들에게 연기 냄새를 맡게 하는 것은 명백히 남에게 피해를 주는 민폐다.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모 아파트 거주자 30대 남성 A씨는 요즘 정신이 피폐해지고 있다. 윗집인지 아랫집인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쾌한 담배 냄새가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비흡연자다. 누군가 주변에서 담배를 폈기 때문에 A씨의 집으로 냄새가 흘러들어온 것일텐데 그 원인을 파악할 수 없어 A씨는 미칠 지경이다. 

 

사실 아파트 층간 흡연 문제는 보통 바로 아래층 베란다나 발코니 등에서 담배를 태울 경우 발생한다. 담배 연기의 특성상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아래층에서 담배를 태우면 윗층이 간접흡연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웃끼리 얼굴을 붉히고 언쟁을 벌이는 일도 종종 있다.

 

 

9월 초순 평범한미디어는 A씨의 집을 직접 방문해서 실태를 확인해봤다. 직감적으로 베란다에서 담배 연기가 올라오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사실상 집 안에서 담배를 피워서 그 연기가 환풍구와 배기구 등을 타고 올라와 A씨의 집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으로 밖에 설명이 안 되는데 그렇게 되면 아파트 구조 문제로 귀결되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A씨는 담배 냄새 때문에 관리실에 문의를 했지만 그저 흡연을 자제해달라는 안내 방송을 하는 것 뿐이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관리실을 탓할 수는 없다. 아파트 관리실은 강제 집행권이 없기 때문이다. 담배를 못 피도록 막을 수가 없다. 담배 갈등은 층간소음의 후각 버전과도 같다. 

 

 

참다 못 한 A씨는 한밤중이지만 경찰에 신고를 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그냥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아무리 자기 집 안이라도 다른 집에 피해가 된다면 담배를 태우지 않는 것이 맞다. 그러나 집안에서 피는 담배를 막을 방법이 전무하다. 길거리나 카페, 식당 같은 곳에서는 분명히 금연구역이라고 표시도 해놨고 공공장소이기 때문에 담배 피지 말라고 요구할 명분이 차고 넘친다. 경찰도 속칭 ‘길빵’(길에서 담배를 피는 행위)을 하고 꽁초를 버리는 행위를 단속하고 적발될 경우 과태료를 징수한다.

 

 

하지만 집은 명백히 사적인 공간이라 현장을 잡아낼 방법이 거의 없다. 의심되는 집으로 가서 항의를 해봤자 피지 않았다고 우기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집 내부를 압수수색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상식적으로 법원이 담배 냄새 문제로 영장을 발부해줄리가 만무하다. 경찰도 못 하는 것을 일반 시민이 남의 집을 수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혹시라도 쌓였던 분노가 해소되지 못 하고 강제로 집으로 진입하거나 폭력 사태라도 나면 일이 더 커진다. 

 

통상 다수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주택 거주 흡연자들은 '옥상' 또는 '1층 밖 건물 주변'에서 담배를 핀다. 그게 매너이자 자연스러운 문화다. 특히 옥상 흡연은 지나가는 보행자들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안락하다. 눈치보지 않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최고의 흡연 공간이다. 그러나 20층짜리 아파트 10층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려가기도 귀찮고 올라가기도 귀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내 흡연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다. 귀찮다는 이유로 실내 흡연이 정당화될 수 없다. 왜? 어찌됐든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할 권리 보다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을 권리가 우선이다. 흡연권 보다는 혐연권이 우선이다. 물론 갈수록 무작위로 금연 공간을 늘려서 흡연자들의 흡연 공간을 부족하게 만드는 실태에 대해서도 숙고가 필요하다. 일단 아파트 흡연 문제에 대한 깊은 논의부터 시작해보자.

 

우선 A씨의 민원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법을 찾아봤다. 공동주택관리법 20조의2(간접흡연의 방지 등)에 따르면 결국 '노력하고 권고에 협조해야 한다' 수준이더라. 혐연권을 위해 실내 흡연자를 강제로 제재할 법적 근거 또는 패널티 규정이 없다. 무슨 헌법도 아니고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식으로 흡연자의 자발적 배려만 적시해놓은 법률이 어딨나 싶다.

 

① 공동주택의 입주자등은 발코니, 화장실 등 세대 내에서의 흡연으로 인하여 다른 입주자등에게 피해를 주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입은 입주자등은 관리주체에게 간접흡연 발생 사실을 알리고, 관리주체가 간접흡연 피해를 끼친 해당 입주자등에게 일정한 장소에서 흡연을 중단하도록 권고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관리주체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하여 세대 내 확인 등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③ 간접흡연 피해를 끼친 입주자등은 제2항에 따른 관리주체의 권고에 협조하여야 한다.

 

④ 관리주체는 필요한 경우 입주자등을 대상으로 간접흡연의 예방, 분쟁의 조정 등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⑤ 입주자등은 필요한 경우 간접흡연에 따른 분쟁의 예방, 조정, 교육 등을 위하여 자치적인 조직을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다.

 

A씨와 같은 피해자들은 어디로 가서 호소해야 할까? A씨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단체, 광역단체, 언론, 시민단체 등 할 수 있는 모든 곳에 민원을 넣어볼 생각이다. 나아가 본인의 문제 해결을 넘어 공론화를 위해 나설 계획도 있다.

 

평범한미디어는 아파트 담배 냄새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앞으로도 A씨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고 관련해서 다른 사례들도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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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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