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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예고 '폐교 위기' 넘겼더니 '유상급식' 8만원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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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일 대로 꼬인 한림예고 문제
폐교 위기 간신히 모면했지만 무상급식 이루어지지 않아...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한림예고(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는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예술고등학교 중 하나다. 아이돌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한림예고는 그야말로 '아이돌 사관학교'다. 1960년 한림여자상업고등학교의 전통을 계승한 한림예고는 태민(샤이니), 크리스탈(에프엑스), 소원(여자친구), 다현·쯔위·채영(트와이스), 전소미(IOI), 차은우(아스트로) 등을 배출했다.

 

그러나 이런 한림예고에 문제가 있었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신입생 모집이 중단되어 버렸다. 사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한림예고처럼 유명한 예고가 왜 신입생을 더 이상 받지 않았을까?

 

사실 한림예고는 초증등교육법이 아닌 평생교육법으로 설립된 학력 인정 시설이다. 일반적인 인문계나 실업계 고교와는 좀 다르다.

 

 

2007년부터는 평생교육법이 개정되면서 개인이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을 설립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개정 이전에 개인이 설립한 곳은 설립자의 사망 이후 법인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림예고를 세운 故 이현만 설립자는 2020년 별세했다. 그래서 한림예고는 무조건 재단법인으로 전환을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사실 평생교육법 취지 자체는 참 좋다. 일부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에서 비리가 있었고 학교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 법인화가 필요했다. 그동안 이런 학교들은 보통 학교에 비해 규제가 느슨한 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예상치 못 한 부작용을 야기했다. 법인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5억원의 기본 재산과 건물, 토지 등을 출연해야 한다. 즉 굉장히 돈이 많이 드는데 설립자나 운영 주체가 돈이 없거나 운영할 의지가 없다면 학교는 그대로 폐교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제일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해당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와 학생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재학생들 입장에서는 정말 날벼락일 수 있는데 완전히 중간에서 붕떠버리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이러한 사정들을 속속들이 알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한 마디로 갑자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아래는 2021년 신입생 모집 중단 공지 전문이다.

 

본교에 사랑과 관심을 가져주시는 전국의 모든 수험생 및 학부모 분들에게 알립니다.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는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중단합니다.

 

1960년 한림학교 시절부터 60년 이상을 많은 청소년들과 여성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해 온 본교의 설립자인 이현만 교장선생님께서 올해 2월 작고하셨습니다. 본교는 설립자의 교육철학을 이어받아 학교가 정상적으로 유지 및 운영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였으나, 근거 법령인 평생교육법에 의거, 설립자의 지위승계가 불가하여 신입생을 모집할 수 없습니다.

 

이에 본교에서는 기존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학교를 항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법이 아닌 초·중등교육법에 의한 학교로의 전환을 추진하기로 하였습니다.

 

본교는 교육기관으로서 학습권 보호를 위한 책무를 다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교장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유고와 평생교육법에 의거, 학교 설립주체의 전환 이전까지는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본교에 입학하기 위해 땀 흘리며 노력하고 계실 신입생 여러분께 갑작스럽고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본교는 설립자의 교육철학을 계승하고 교육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하여, 설립 주체 전환을 조속히 완료하고, 빠른 시간 안에 다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교장직무대리 박창범

 

이처럼 한림예고는 폐교 위기에 놓였으나 '한림예고 정상화 공동행동'을 구성한 최민석씨와 박현주씨 등이 학생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백방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면서 조금씩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2021년 6월 법인화가 이뤄져 폐교의 위기를 벗어났다. 서울시교육청이 한림예고 상속인의 출연 재산에 걸려 있는 근저당 때문에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조건으로 법인 설립을 인가해줬다.

 

 

폐교 문제는 해결이 됐다.

 

최씨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졸업생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큰 관심을 갖고 나서주셔서 일단 한림예고가 폐교되지 않게 됐다.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다. 한림예고는 무상급식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안 그래도 예고 특성상 학비, 악기 등 돈이 정말 많이 드는데 무상급식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또 다시 절망 속으로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이에 현 한림예고 전교회장이라고 밝힌 청원인 A씨는 서울시교육청에 다음과 같이 청원했다.

 

현재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는 「평생교육법」에 따른 설치자 자격을 갖추어 폐교 위기를 면하게 되었고, 신입생을 뽑으며 다시 꿈이 가득한 학교의 모습이 갖추어지고 있습니다.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는 평생교육시설 사립 고등학교로써 분기 별 학비를 내고 수업을 듣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그 비용이 결코 작은 돈이 아니기에 저희는 더욱 열심히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언제나 저희가 가지고 있는 끼와 재능으로 큰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도움 주시는 부모님과 선생님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희는 하루 5,300원, 매달 약 80,000원의 급식료를 내고 급식을 먹고 있습니다. 분기마다 지출하는 학비 뿐만 아니라 매달 지불해야 하는 급식료는 저희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는 「초중등교육법」에서 인정하는 초·중·고등학교가 아니라는 이유로 친환경무상급식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3년 전, 1년 전, 심지어 몇 개월 전에도 서울시 모든 고등학교에서 무상 급식을 시행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또한 최근 기사를 접하여 보면 고등학교 무상 급식은 전국구로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법적 근거로 인해 저희 학교의 무상 급식이 추진되지 않는다는 것은 「교육기본법」 여건의 격차를 최소화하는 시책을 마련하여 시행한다는 말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모든 재학생들은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으로서 국민 모두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무상급식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위 사항에 의거하여 서울특별시가 지정한 무상급식 범위의 변화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학교에 무상급식이 이루어진다면, 재학생들은 급식료 부담 없이 맛있게 급식을 먹으며 기분 좋은 하루의 중심점을 찾게 될 것이고, 학교는 자연스럽게 활력소와 같은 시설이 될 것입니다.

 

무상급식은 저희가 가지고 있는 꿈의 발판이 되기에 마땅합니다. 인문계고 혹은 특성화고 등 타 학교에 재학 중인 친구들이 무상으로 맛있는 급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저희도 언제쯤 무상급식을 누릴 수 있을지 기다림에 지쳐갑니다.

 

조희연 교육감님. 꿈을 위해 언제나 노력하는 저희를 위해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또한 무상급식이 이루어지도록 도와 주세요.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처럼 한림예고는 현행법에서 인정하는 고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무상급식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국적으로 초중고 무상급식이 확대되고 있는 시기에 굳이 한림예고만 규정에 맞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무상급식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은 분명 시대착오적이다. 보편적 복지의 상징인 무상급식인데도 이렇게 선별주의적으로 한림예고를 제외할 수 있는 걸까.

 

한림예고 학생들이 느끼게 될 상대적 박탈감이 우려스럽다. 연예계 진출을 꿈꾸고 한림예고에 진학했는데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밥 먹는 문제에서부터 눈치를 봐야 한다면? 한림예고 학생들은 매달 8만원을 내고 급식을 먹고 있다고 한다. 당장 제도적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학교급식법 4조에 따라 유아교육법에 따른 유치원, 초중등교육법상 학교와 대안학교 등이 무상급식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외 교육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학교" 역시 무상급식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교육감이 맘만 먹으면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에 대해서도 무상급식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소위 진보 교육감으로 분류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현재 한림예고에 무상급식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며 △서울시와 자치구의 반대가 있고(무상급식 예산 비율은 서울시교육청 50% + 서울시 30% + 자치구 20%) △한림예고 외에 여러 평생교육시설들은 성인들이 다니고 있어서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일반적인 평생교육시설에 다니고 있는 성인들은 비서울에 주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시교육청은 국회에 입법 청원을 위한 공식 제안서라도 보냈을까? 그런 것은 없다. 향후 평범한미디어는 한림예고 무상급식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고 있는지 후속 취재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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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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