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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서툰 고려인 아이들 위해 "1박2일 수련회 프로그램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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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오랜만에 신나게 놀았다. 서로 협동하며 게임에 열중하는 동안 정이 들었다. 다양한 레크레이션 프로그램들 속에서 아이들은 평생 간직할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지난 15일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청풍수련장에서 알찬 수련회 프로그램이 열렸다. <소중한 친구와 나누는 무한사랑>이란 타이틀로 1박2일간 진행됐는데 광주교육나눔본부와 진로상담센터 마인드스토리가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 있는 대반초등학교 학생들이 주로 참여했는데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15시 즈음 도착해서 바로 몸을 움직이는 각종 게임 프로그램에 푹 빠졌다.

 

우선 짐부터 풀었다. 아이들은 인솔 교사의 지도 하에 숙소에 짐을 놓고 강당으로 달려갔다.

 

강당에는 이미 다양한 레크레이션 프로그램들이 세팅돼 있었다. 아이들은 신체놀이(박수치기)를 통해 각각의 조로 편성됐다. 이내 △교감놀이 △공놀이 △오징어게임 △공기놀이 △종이컵 쌓기 등 쉴새 없이 프로그램들에 참여했다. 정말 지루할 틈 없는 짜임새있는 프로그램 구성이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종이컵 쌓기였다. 그야말로 하이라이트였는데 아이들이 수많은 종이컵을 직접 쌓았다. 서로 믿고 협동하지 않으면 완성할 수 없는 활동이었다. 아이들은 자기 키보다 높게 컵을 쌓았고 도미노삼아 한 번에 무너뜨렸다. 극강의 성취감과 시원한 희열감이 뒤따랐는데 아이들의 표정에는 뿌듯한 웃음이 가득했다.

 

 

 

작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오징어게임>이 다시 등장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던 '영희'가 오징어게임의 스타트를 알렸다. 아이들은 셀카를 찍으며 뜨겁게 호응했는데 사실 <오징어게임>은 청소년 관람불가 컨텐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상반기 온통 패러디로 도배된 마당이라 아이들도 <오징어게임> 속 영희를 반갑게 맞이했다.

 

즐거운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야영에는 역시 삼겹살이다. 아이들은 삼겹살 파티를 만끽했고 곧이어 진행된 장기자랑 시간에는 숨겨둔 끼를 발산했다.

 

 

 

다음날 동이 텄다. 아이들은 무등산 평촌마을로 가서 숲 트래킹을 즐겼다. 도심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산 속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체험 프로그램도 빠질 수 없다. 옥수수 뽑기 체험과 시골밥상 체험 등이 진행됐는데 아이들은 음식물이 식탁에 놓여지기 이전의 과정을 몸소 체감했다. 먹거리의 소중함이 느껴졌을 것이다.

 

현직 교사들이 직접 짠 프로그램들로 가득한 이번 행사에는 고려인 아이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문득 누가 어떤 취지로 기획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반초가 후원금을 냈는데 대반초 조준 교사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무엇보다 '교육나눔본부'라는 단체에 대해 알아야 한다면서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광주교육나눔본부는 광주의 현직 교사들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기부 단체다. 나도 여기서 10년 동안 기부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 코로나로 그런 활동들을 쉬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대반초등학교로 오게 되었다. 이 학교가 위치한 지역 특성상 고려인 마을과 가까워서 (고려인) 자녀들이 학교를 많이 다닌다. 그런데 이 자녀들은 아직 한국말도 서툴고 해서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겨 (고려인 아이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그런 고민 끝에 이러한 행사를 제안하게 됐다.

 

 

조 교사는 ‘익명의 독지가’를 언급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달했다.

 

(우리의 제안을 전해 듣게 된) 한 독지가가 흔쾌히 2000만원이라는 큰 돈을 후원해주셨다. 아마 본인도 (고려인들이 주로 살던 지역 중 하나인) 카자흐스탄 지역에서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어 베풀고 싶으셨던 것 같다. 이분은 어떠한 신상도 밝히지 않았다. 어쨌든 그분이 도움을 줘서 사랑의 열매를 통해 그 돈을 받아 고려인 아이들에게 한국문화 체험 활동을 시켜주고 있다. 이번 수련회도 그 일환 중 하나다.

 

아무리 좋은 행사라도 일단 진행하기 위해서는 신경 쓸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일정,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예산도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해야 한다. 선생님은 이런 고충이 없었을까? 조 선생님은 “처음에 언어가 잘 안 통해 어려웠지만 계속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같이 어울리다 보니 그런 것은 금방 극복했다. 그것 말고 나머지는 딱히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고 딱 잘라 말했다. 다만 “힘든 점은 없지만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 점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전했다.

 

 

조 교사는 앞으로도 고려인 뿐만이 아니라 저소득층과 탈북자 자녀들을 위해서도 좋은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서 열어볼 계획이다.

 

1학기 행사는 끝났다. 2학기 행사도 예정되어 있다. 우리는 대상을 바꿔가면서 계속하고 있다. 탈북자 가정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적도 있고, 저소득측 가정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적도 있다. 우리는 회의를 통해 당해 어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할지 정한다. 올해는 고려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반응이다. 조 교사는 “아이들이 아주 만족해하고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고 쭈뻣쭈뻣 했지만 서로 어울려서 놀다 보니 매우 즐거워하고 재미있어 했다. 같은 또래와 놀며 외로움도 해소할 수 있고 나에게도 뛰어와서 같이 어울려 논다. 아주 뿌듯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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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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