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가 2022년 10월에 시작해서 1년이 흘렀고 50번째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50회 기념으로 한연화씨가 애인과의 19금 스토리를 직접 풀어봅니다.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오늘은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분에게 중요한 소식을 하나 알려줄게. 고민상담소가 벌써 50번째를 맞았어. 와! 다들 수고한 한연화와 박효영 대표기자님께 박수! 아 이건 너무 오버인가. 어쨌든 오늘은 특별히 50회를 기념하는 의미로 내 이야기를 해볼까 해. 상담을 하는 사람도 상담을 받는 사람 못지않게 인생에 있어 고민이 많걸랑. 그러니 오늘은 내 고민이라면 고민일 이야기도 하면서 내가 만든 메론 소다나 한 잔씩 돌릴게.
내가 전에 30회 때 말한 내 애인 기억나? 폴리아모리에 데미섹슈얼이라 했던. 애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데미섹슈얼 봉인이 풀렸어. 그러니까 나랑 애인이 가까워지니 성욕을 느끼기 시작한 거지. 그럼 좋은 일 아니냐고? 하아. 그게 말이야. 알고 보니 내 애인이 엄청난 변태더라니까. 음. 그래도 좋은 일 아니냐고? 일단, 들어봐.
당신들 만약 애인이 전화로 섹드립을 친다면 그 수위가 어디까지일 것 같아? 전에 어디 올라왔던 글처럼 술쳐먹고 아빠 있는 데서 남친한테 전화 걸어서 요즘 왜 섹스 안 하냐고, 언제 할 거냐고, 어디서 할 거냐고, 몇 번 할 거냐고, 어떤 자세로 할 거냐고 했다는 그런 사람은 빼고 대체 어디까지일 것 같아? 그것도 술도 안 먹고 맨정신에 말야. 내 애인은 상상 초월이야. 룸카페나 모텔에서 섹스하고 싶다는 말은 그냥 애교 수준이고 “옷 벗고 집어넣고 싶어”라든가 “나는 신음소리가 좋아. 전화로 신음소리 내줘”라고 한 적도 있고 “겨드랑이 밑으로 해서 젖가슴을 주물럭거려줄게” 등등 매번 으아악 소리가 나오는 섹드립이라고. 매번 그 수위가 올라가니 도저히 적응이 안 돼서 “대체 뭘 보고 산 거야?” 하니까 일본 AV를 엄청 많이 봤다는 거야. 그래서인지 “같이 호캉스가면 욕조에서 하고 싶어”라는 말을 거의 매일 한다고.
술도 안 먹고 전화로 이런 정도 섹드립치는 사람이라니 상상이 가지 않아? 하아. 거기에 만나면 손이 어디로 오는지 알아? 손이 가슴으로 온다고. 사람이 있든 말든 심지어 지하철에서까지 “가만히 있어봐” 하면서 가슴을 주물럭거리는데 으아아 이거 공연음란으로 신고 안 당하는 게 다행이라니까. 카페에서 키스하면서 “신음소리 내줄게”라고 하는 건 기본이고 배, 옆구리, 허벅지로 계속 손이 오는데 하아. 세상에. 이런 변태일줄이야. 내가 진짜 이러다 공연음란으로 신고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요새 계속 든다니까.
이것 뿐이면 말도 안 해. 심지어 내 애인은 사디스트야. 내 애인이 제일 좋아하는 소리가 뭔지 알아? 아니 글쎄 비명소리와 신음소리라니까. 다른 사람들이 비명 지르고 신음 흘리는 게 좋아서 고어물을 본다니 이거 말 다한 거 아냐. 휴먼버그 대학교 구독자에 온갖 고문법, 살인법 다 꿰고 있고 그걸 나한테 전화로 얘기하면서 “어때? 당하면 어떨 거 같아?” 한다고. 심지어 그 말을 웃으면서 해. 내가 “야, 그만해! 그만!” 하거나 “으아악” 하고 비명 지르면 그 반응을 즐기면서 “재미있다” 그러고. “비명소리가 듣고 싶었어” 그런다고. 하아. 게다가 나는 귀찮은 일을 하거나 잠을 방해받는 걸 고역으로 여기거든? 어쩔 수 없이 하면서도 “으아아. 하기 싫어어어어” 그런다고. 그런데 그럴 때마다 애인은 “어. 하기 싫은 걸 해야 해. 귀찮은 걸 해야 해. 좋아. 좋아. 아이, 재미있다” 하면서 내가 기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상기시켜서 사람 멘탈을 탈탈 턴다니까. 하아. 아니 이렇게 허구한날 사람 심리고문을 하는 걸 즐기는 사디스트라니.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냐? 어? 아 나는 어쩌다 이런 사람을 좋아하게 된 걸까. 이 뿐만이 아냐. 내가 고양이과라면서 고양이 괴롭히는 방법을 전화로 쭉 나열해서 나를 멘붕시킨다고. 아니 이 인간아. 고양이가 얼마나 귀여운데. 으아악.
그래서 지금 애인한테 정 떨어졌냐고? 아니. 사실 나도 즐기고 있어. 나도 애인의 섹드립이라든가 밖에서 가슴으로 손이 오는 건 매우 즐기는 편이라고. 으아악 소리는 나오지만 그래도 나도 은근히 밝히는 편이라. 에헴. 그리고 나도 사실, 에쎄머야. 나는 사디스트이기도 하고 마조히스트이기도 한 스위치라고. 괴롭히는 것만 좋아하는 애인과 괴롭히는 것과 당하는 것 모두를 좋아하는 나의 조합인 거지 뭐. 그러니까 나도 즐기고 있다고. 에헴. 에헴. 에헴. 아무튼 결론은 뭐나면 나도 많이 좋아한다고. 괴롭히고 싶고, 당하고 싶을 만큼.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나는 이만 일하러 가볼게. 메론 소다 컵은 치우지 말고 그대로 둬. 다녀와서 치울테니.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