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에 대한 법정형은 일반 살인죄와 유기죄에 비해 가벼웠다. 어린 부모가 경제적 궁핍 등 기타 사정으로 인해 영아의 삶을 짓밟았더라도 법률적으로 감경해주는 정상참작의 요소로 작용했다. 그러나 감사원발 유령 영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자 처벌은 처벌대로 엄격하게 하되, 정책구조적인 문제는 분리해서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처벌만 강화해서 될 게 아니라는 뉘앙스의 주장이, 처벌도 강화하고 시스템도 손보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에 대한 처벌 형량을 높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영아살해죄는 분만 직후 또는 생후 2개월의 영아를 고의로 살해했을 때 징역 10년 이하로 처벌 범위를 규정하고 있었고, 영아유기죄는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의 유아를 유기했을 때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300만원 이하로 처벌하도록 돼 있었다. 이제는 영아살해죄도 일반 살인죄와 똑같이 사형과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 영아유기죄도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원 이하로 상향되는 것이다.
사실 기존의 두 법조항은 1953년 9월 대한민국 형법이 최초로 만들어졌을 때 포함됐던 것으로 지금까지 70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그때는 전쟁 고아도 많았고 의료환경이 열악해서 질병과 감염으로 영아가 사망하는 일이 비교적 잦았고, 아동 인권 의식도 후진적이었다. 그래서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을 것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를 법조문에 명시해서 감형 요소로 봐줬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일반 살인이나 직계존속 살인(살인죄보다 더 높은 사형과 무기 또는 징역 7년 이상)에 대해서만 엄하게 처벌하고 비속 살인에 대해서는 약하게 처벌하는 것 자체가 차별적인 부분이 있었다. 무엇보다 최근 감사원이 열어젖힌 판도라의 상자가 연일 뉴스 지면을 도배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법 개정 논의가 무척 빨라졌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법사위의 문턱을 넘었다는 것은 이제 본회의만 통과하면 되기 때문에 사실상 입법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다. 두 법률 개정안은 오늘(1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며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 공포가 이뤄지면 내년 초부터 적용된다.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소병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오늘 통과된 영아살해죄 폐지는 결국 흐름이 아동의 인권과 생명권을 존중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