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무인점포가 위태롭다. 좀 노는 10대 청소년들이 무인점포를 타겟삼아 키오스크를 털고 있다. 무인 편의점, 무인 정육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무인 사진관, 코인 빨래방 등 다양한 무인점포들이 성행하고 있는데 문단속을 잘 해야 할 것 같다.
A군 포함 10대 중학생 3명은 지난 11과 16일 경기 일산 서구에 위치한 무인점포 2곳으로 침입해서 절도행각을 일삼았다. 키오스크를 부수고 현금을 훔쳤는데 이 셋은 비슷한 시기에 두 점포를 털었을 뿐 각각 다른 시점에 범행을 저질렀다. 요즘 일진 친구들 사이에서 무인점포를 터는 것이 유행인지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키오스크를 강제 개방할 수 있는 가벼운 연장을 챙겨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맨손으로 키오스크를 열기는 어렵다. 일산 서부경찰서는 이들이 똑같은 수법으로 범행했다고 밝혔다. 절도 액수는 50~200만원 정도다. 경찰은 아직까지 정확한 피해 액수와 범행 날짜를 확정하지 못 했다. 점포 주인이 물건을 채우려고 방문했다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짐작되는데, 조만간 경찰은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함께 소환해서 조사할 계획이다.
비슷한 시기 인천에서도 똑같은 범행을 저지른 초등학교 6학년생 B군과 C군이 검거됐다. 이들은 16~18일 밤 인천 서구 일대 무인점포 2곳에서 마찬가지로 키오스크를 훼손하고 현금 5만원을 훔쳤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점포 주인의 신고를 받고 CCTV를 확인해서 신원을 특정했고 이내 붙잡았다. 경찰은 이들의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앞선 사례는 중학생이라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B군과 C군은 만 10세~14세 촉법소년이다. 그래서 경찰은 기초 조사를 마치고 인천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할 예정이다. 경기 부천에 거주하고 있는 중학생 D군도 경기 김포에 있는 무인점포 4~5곳의 키오스크를 털었다. 도구를 이용해서 밤중에 키오스크를 부쉈기 때문에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받았다. D군은 그렇게 130만원을 훔쳐 택시 타고 달아나다가 택시기사의 신고로 붙잡혔다.
사실 무인점포는 견물생심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직접 제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오직 점포 내 CCTV만 존재하기 때문에 또래 집단이 일탈로 나아갈 때 타겟이 되기 쉽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무인점포 절도 범죄는 주로 청소년들이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 오전 시간대에 집중되어 일어났다. 곽대경 교수(동국대 경찰사법대학)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심리적 부담을 덜어줘 쉽게 범행을 마음먹는 것”이라며 “무인점포라 사람이 없더라도 항상 감시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그래야 범행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뜻한가정심리상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장윤진 목사는 청소년 절도 패턴에 대해 “친구들끼리 몰려다니며 충동적으로, 또는 계획적으로 가게나 매장 등에서 주인이 안 보는 사이에 물건을 훔친다”며 “이들은 몰려다니면서 군중심리에 의해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절도하는 부류의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면 청소년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절도의 길로 걸어갈 확률이 높아진다, 10대 절도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친구”라고 강조했다.
청소년 절도의 다른 원인은 가정에 있다.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이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청소년은 도벽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자신의 물건과 남의 물건을 구분하는 가정교육이 부족하거나 어린 시절 지나친 소유욕에 의한 도벽을 적절히 제지하지 않는 등 가정교육의 부재가 아이들을 절도범으로 몰고 갈 수 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처럼 청소년 절도범에 적합한 말은 없다. 아무리 자녀가 어리다 해도 자녀의 도벽은 철저히 초기부터 교육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자녀에 대한 사랑이다. 또한 청소년 절도 행각은 친구들과 공범관계를 형성하면서 절도의 죄책감이나 두려움을 줄이면서 커진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게 청소년 절도다. 부모는 자녀의 교우관계를 살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