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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페이스> 베드신이 묻히는 ‘긴장감과 몰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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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될 만큼만 읽다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면 그만 읽고 바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동진 평론가처럼 스포를 확인해도 영화를 보는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 타입이라면 그냥 읽어도 상관없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김대우 감독의 신작이라 베드신을 기대하고 극장에 갔다. 치정과 복수의 스릴러라고는 하는데 전작 <인간중독>에서 임지연 배우의 육감적인 베드신이 워낙 인상적이라서 이번에도 박지현 배우가 어떤 노출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박지현 배우의 노출보다 영화 자체가 더 존재감이 컸다. 극 전개가 워낙 빠르고, 흥미진진했으며, 불필요한 등장인물도 없고, 엄청난 반전의 연속이었다.

 

 

영화 <히든페이스>는 2011년에 개봉한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한국판에서는 수연(조여정 배우), 성진(송승헌 배우), 미주(박지현 배우) 딱 3명으로만 모든 서사가 완성되는 구조다.

 

조여정 배우는 수연에 대해 “나르시시즘과 자기애가 강한 인물”이라고 묘사했는데 그냥 철없는 금수저를 넘어 세상이 자기 위주로 돌아가야 직성이 풀리는 이기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영상 메시지(독일로의 도피)를 남겨놓고 약혼남 성진을 떠나는데 결혼에 대해 확신이 없다는 말로 둘러댄다. 사실 수연은 근래 들어 성진이 맘에 안 든다. 자꾸 삐져 있는 표정으로 자신의 언행에 시큰둥한 리액션으로 일관하는데 이러다간 결혼 생활의 주도권을 뺏길 것 같다. 수연은 잘나가는 음악계 집안의 외동딸로서, 멀끔한 외모와 장래가 빛나는 남편감으로 성진을 간택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수연은 자신을 만나 대형 교향악단 마에스트로까지 됐고 탄탄대로를 걷게 된 성진이 왜 불만을 갖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일부러 성진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잠수를 탔다. 성진이 자신을 다 잡은 물고기? 찬밥 신세? 그렇게 취급하진 않겠지만 고분고분 말을 잘 듣지 않는 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성진도 할 말이 있다. 안 그래도 흙수저 출신으로 컴플렉스가 있는데 모든 걸 맘대로 하려는 수연의 태도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자존심이 상한다. 독일 유학 중에 수연을 만나 사귀게 되어 출세가도를 달리게 된 만큼 그 ‘백그라운드’가 달콤하지만 자신을 꼭두각시 취급하는 분위기가 마땅치 않다.

 

누가 봐도 둘은 진심으로 사랑해서 결혼을 하려는 게 아니다. 이해관계가 맞아 성사된 정략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연이 불장난 같은 테스트를 감행한 것인데 사실 독일로 훌쩍 떠나버린 게 아니라 신혼집 저택에 있는 비밀 공간으로 들어갔다. <히든페이스>의 마케팅 키워드가 바로 ‘밀실 스릴러’인데 윤동욱 기자는 이에 대해 “역 판옵티콘”이라고 설명했다. 수연은 비밀 공간으로 들어가서 성진이 화장실과 침실에서 어떤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는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나 성진은 수연을 듣지도 보지도 못 한다. <기생충>에서 비밀 지하실이 있는 것처럼 <히든페이스>에서도 밀실이 있는데 이 밀실의 상징과 의미가 지대하다.

 

영화 초반까지 미주는 성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팜므파탈 포지션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히든페이스>를 20분만 보면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주는 수연의 빈자리를 파고드는 포지션이 아니라 과거 ‘수연과의 관계’로 인해 모종의 복수심을 갖고 성진에게 접근했다.

 

 

수연은 자기 집 안방에서 뜨거운 정사를 나누는 성진과 미주를 목도하며 분개하지만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수연은 사실 판옵티콘의 감시자가 아니라 의도치 않게 밀실에 갖혀 고통 받는 존재가 됐다. 갑자기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꼭 극장으로 가서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핵심은 성진이 아니라 수연과 미주다. 성진은 미주를 만나 본능과 탐욕에 빠지게 됐지만 정확히 보면 수연과 미주가 설계한 덫에 걸린 들러리에 가깝다.

 

<히든페이스>는 정말 재밌는 영화다.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몰입감이 강하고 전개가 빠르다. 자극적인 베드신보다 서사와 연출력의 존재감이 더 큰 영화다. 관련해서 김대우 감독은 <히든페이스>를 통해 던지려는 화두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어떤 본능을 추적하다 보면 사는 건 뭐지? 사람은 뭐지?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지? 뭐 이런 것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게 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인 것 같다. 그니까 박찬욱 감독이 배운 변태라면 나는 변태인데 배우려고 애쓰는. 내가 뭘 추구하는 건지 영화를 만들면서 배워나가는 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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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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