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웅의 정책 스토어] 18번째 칼럼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진웅 성동구의회 정책지원관] 가입자 2100만명의 노후를 책임질 차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인선 절차가 한창이다. 이미 면접까지 마무리되면서 장관 제청 등 최종 단계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총 7인의 후보 중 서류 전형을 통과한 4명으로 압축해 면접을 실시했고 그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김성주 전 국민연금 이사장
△양성일 전 보건복지부 1차관
△이용우 전 국회의원
△정용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2025년 8월 기준 총 연금기금 규모는 1322조에 달한다.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운용해야 하는지를 두고 각자 생각하는 바가 다를 것이고 그런 만큼 누가 이사장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국회 국민연금 특위에서 논의하고 있는 관련 현안들이 산적한데 신임 이사장이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상식적인 말이지만 전문성과 경험을 두루 갖춘 인사가 이사장으로 선임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은 과거와 달리 “용돈 연금”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차기 이사장은 젊은 세대와 곧 연금을 수령할 세대 그리고 현재 수급자들 모두의 이해관계를 절충하고 조정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경제 정책이기보다는 사회복지 정책의 성격이 더 짙다. 왜냐하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장기 사회보장제도로 가입 계층간의 소득재분배 기능과 의무가입 조항이 있는 등 공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연금의 급여 수준은 자신이 납부한 보험료에 국민연금 사업장 및 지역가입자의 전체 평균 소득(A값)을 넣어 결정한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유리한 ‘하후상박’ 제도다. 국가의 복지제도 중 하나이기 때문에 당연한 건데, 쉽게 말해서 가입자 A의 소득은 전체 근로자 평균에 미치지 못하지만 A의 보험료에 전체 근로자 평균소득 값을 넣어서 연금을 받는 구조라는 점에서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다.
국민연금 제도는 지금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유리하고, 중년과 노후세대가 소위 말하는 MZ 세대보다 유리한 구조이므로 ‘세대 갈등’이 상존해 있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경제관념이 철저해진 MZ 세대로서는 고령 인구를 떠받치기만 하고 인구 감소로 인해 정작 혜택을 제대로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연일 성토하고 있는데 대안으로 확정급여(DB) 방식에서 확정기여(DC)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강렬하게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자동조정장치’를 비롯 특수고용직, 육아크레딧, 군복무크레딧 등의 아이디어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는 ‘국가의 지급보장’ 문구가 포함됐다. 젊은 세대의 불안을 의식해서 법률에 문구를 박제한 것이다.
과거에는 국민연금 이사장이 누가 되든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최종 후보 4인에 대한 해설을 강점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해보고자 하는데 먼저 김성주 전 이사장(전 국회의원)이다. 김 전 이사장은 재선 전북도의원 및 재선 국회의원 출신으로서 연금과 복지 분야 전문성을 인정 받은 정치인이다. 국회에서 8년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약했는데 연금 관련 입법활동에 적극적이었고 공무원연금개혁을 주도했다. 김 전 이사장은 20대 총선(2016년)에서 낙마한 후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임명되어 3년간(2017년~2020년) 재임했다. 객관적으로 풍부한 정치 경험과 정무감각으로 국민연금을 무리 없이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국회 연금특위에서 활동할 당시 연기금 운용 방안에 대해 나름의 입장과 방향성을 밝힌 바 있는 만큼 장기적인 운용 플랜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성일 전 차관(보건복지부)은 21대 국회(2020년~2024년) 당시 보건복지부 차관 직제가 재편됐을 때 복지제도 설계와 관리를 전담하는 1차관으로 일했다. 양 전 차관은 대학에서도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으며 복지 전문성과 식견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행정고시 출신 말단 공무원으로 시작해서 30년간 보건복지부에서 근무하며 차관까지 올라간 입지전적인 그의 이력이 눈길을 끈다. 평생 보건복지 분야에서 근무한 관료 출신으로 안정적인 연금 운용이 예상되며, 지속가능한 관점으로 연금 정책을 설계하고 방향을 잡아갈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투자 이해도가 있어야 하는 국민연금 특성상 금융계 이력이 전무한 점과, 국회 상대로 정책과 정무로 대응해야 하는 역량이 충분할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다음은 이용우 전 국회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금융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은행 공동대표이사로 재직한 후 정치권에 입문했고, 문재인 정부 당시 금융정책 설계와 피드백에 깊이 관여했다. 1992년 현대경제연구원으로 시작해서, 1996년 동원증권 상무가 된 만큼 초스피드로 금융기업 임원의 반열에 올라섰다. 한국투자신탁 경영진으로 일한 적도 있으며,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최고의 금융전문가 평가를 받기에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짧지만 굵은 국회의원 경험을 바탕으로 국회 연금특위 논의 테이블이 열리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는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면이 있다. 그래서 연금제도의 소득재분배 역할과 기능보다는 기금 운용과 투자의 측면에 강점이 있다. 국민연금의 방향성이 혹시나 보수 정부 집권기 때와 같이 시장 우선주의로 회귀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마지막으로 정용건 공동집행위원장(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인데 그는 금융통이다. 신한투자증권에서 27년간 재직하며 금융 전문성을 키웠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개혁특위 위원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연금 복지 분야에 대해서는 나머지 3인 못지않게 전문성이 출중하다. 무엇보다 정 위원장은 2012년부터 관련 시민단체 책임자로 활동하면서 연금제도의 공공성과 노후소득보장 강화에 앞장서왔다. 2021년부터는 국민연금 나눔재단 이사로도 활동했는데 비록 정치 및 관료조직 경험이 전무하더라도 ‘금융’과 ‘연금 복지’의 전문성을 둘 다 갖춘 강점이 있다. 다만 근래 시민사회 활동가의 정체성이 강해진 만큼 현실적으로 1000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안정감 있게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섣불리 느낌표를 찍긴 어렵다. 연금특위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다른 3인들보다 더 탁월하게 정무 대응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 국민연금 조직 장악력이 담보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 등등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있다.
과연 4인 중 누가 대한민국 국민의 노후를 가장 잘 책임질 수 있는 적임자일까? 나아가 연기금 소진 문제를 불식시킬 수 있는 장기 플랜을 세울 수 있는 자는 누구일까? 세대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대안을 제시할 자는 누구일까? 이재명 정부의 선택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