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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죽였다>에서 ‘당신’이란?

[김진웅의 정책 스토어] 19번째 칼럼입니다.

 

 

[평범한미디어 김진웅 성동구의회 정책지원관] 최근 넷플릭스에 방영된 <당신이 죽였다>는 한국 사회의 여성 폭력과 주변의 방관적 태도를 폭로한다. ‘당신’이라는 2인칭 대명사를 통해 우리 각자에게 여성 폭력을 인지했음에도 외면하고, 보호 의무가 있음에도 묵과하는 인간의 잔인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피해자와 함께 폭력적인 남편을 살해하게 되는데, 사실 그렇게 되기 전 가족과 이웃, 수사기관, 의료기관, 상점 등에서 모두 하나같이 방관한다. 도대체 누가 죽인 걸까?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10년간 언론에 보도된 사건들을 전수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인 남성에 의해 목숨을 잃거나 그런 위기 상황에 놓인 여성들은 최소 2748명이다. 문제는 여성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고 보호 조치가 발동됐지만 끝내 살해되고 마는 안타까운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1998년에 제정되어 곧 30년을 맞이한다. 하지만 여전히 가정 폭력과 교제 살인의 위험에서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이 너무나 많다.

 

물론 2021년 10월21일 역사상 최초로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었고, 실제로 2023년 7월까지 신고 접수된 스토킹 사건은 5만건이 넘었고 1만7000여명이 검거됐다. 월 평균 2500건 수준이고 하루 평균 80건이다. 지난 4년 동안 스토킹 사건이 50% 넘게 늘었지만 교제 폭력을 막을 법적 장치는 한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가정폭력처벌법과 여성폭력방지기본법 그리고 스토킹법까지 있지만 여성들은 왜 여전히 안전하지 못한 걸까. 가정폭력과 스토킹 범죄가 아직도 사적인 영역으로 치부되는 낡은 가치관이 횡행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안일한 판단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강력 범죄의 주요 피해자가 명백히 여성이고 약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사회문화적으로 변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당신이 죽였다>에서 자기 아내를 무참히 학대한 남성은 누가 죽였던 걸까? 남편의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린 여성인가? 아니면 그 여성이 처한 상황을 외면하고 방관한 우리인가? <당신이 죽였다>는 남편을 살해한 부인과 친구가 재판을 받으면서 막을 내린다. 정작 법의 심판대에 서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가정 폭력을 일삼으면서 일말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던 남편이다. 또한 여성의 가정폭력 정황을 인지했던 경찰관 시누이, 인권을 외치던 작가이자 강연자인 시어머니 그리고 의사와 수사기관도 책임이 가볍지 않다. 이들은 곧 피해자 관점에서 보면 우리 모두와 당신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언론 등은 머리를 맞대고 여성폭력 예방 및 보호제도를 실질적으로 보완하고 재설계해야 한다. 피해자를 비롯 여성 당사자를 중심으로 공청회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국회의원과 행정관료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지 당사자들을 설득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미 존재하는 법과 제도들이 있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만큼 성찰하는 마음으로 여성의 목소리에 집중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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