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상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당신을 위한 노래 하나 들려줄게. 혹시 이런 노래 알아?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허야아 북망산이 어드매요 어허야아” 이게 가사가 정확히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상여소리라고 죽은 사람을 상여에 싣고 장지로 갈 때 부르는 노래지. 남자는 태어나 한 번 가마를 타고, 여자는 태어나 두 번 가마를 탄다는 말처럼 여러 명이 가마처럼 생긴 상여를 매고 가면서 만장이라는 걸 들고 따라가는 행렬. 아마 한 번도 본 적 없을 거야. 축하해. 그 행렬의 주인공이 당신이 되게 생긴 거 말야. 지금 남자친구랑 300일 되어 가고 있는 여자입니다. 근데 남자친구가 욱하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남친을 많이 안 좋게 보더라구요. 정말 벽이라고 할 정도로요. 그리고 다퉜을 때 톡 안 보면 기본 20통 이상 넘게 보내구요. 뭐 이해를 못 한다고 저한테 소통이 안된다 등등. 그런 소리를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나중에 사과를 하더라구요. 이 연애 오래 갈 수 있을까요?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23년 4월11일>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 그런데 사실이야. 당신 데이트 폭력 끝에 살해까지 당한 여자들이 평소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건질 게 없는 지루한 시간이 끝나가던 무렵 귀를 번뜩이게 하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지난 4일 16시 전남 담양군 담양읍에 위치한 해동문화예술촌에서 개최된 <담양 농촌 유학 활성화 심포지엄>에 다녀왔다. 담양뉴스 창간 8주년 기념 행사라서 1부는 담양군수와 군의원을 비롯 온갖 ‘관’ 소속 인물들이 뻔한 인사말을 쏟아냈는데 그걸 듣고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렇게 1시간을 날려보내고 2부에서도 딱히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 재미가 없었다. 관심 있는 주제인 것 같아서 참석했는데, 그냥 이런 저런 시골 유입을 위한 정책들을 나열하는 책자를 읽고 있는 토론자들의 향연이라 괴로웠다. 그런데 거의 마지막 즈음 학부모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김은정씨가 ‘잇다자유발도르프학교’에 대해 소개를 하자 몰입이 됐다. 2010년에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교사 3명과 학부모 2명이 발도르프 교육을 알게 되어 실천하고 싶어서 협동조합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3명의 학생으로 시작했다. 현재 개교 9년째인데 43가정 50명의 학생과 전임교사 15명, 강사 15명이 있는 학교가 됐다. 저희 학교는 발도르프 교육 이념에 따라 과정을 밟는다. 학
[평범한미디어 김태리] 우리 아빠는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했다. 내가 7살 때 첫 자차를 구입한 아빠는, 기억하는 한 언제나 술을 마시고도 거리낌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그 시대엔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거의 없다시피했다고는 들었다. 퇴근하고 회식 마친 가장들이 벌건 얼굴로 차를 몰고 귀가하는 게 별일도 아니었다고. 당시 해외 주재원이었던 아빠를 따라 외국에 살았지만 그 나라도 인식 수준은 비슷했다. 주재원 가족들끼리 교류하는 한인 사회는 작고 친밀했다. 거의 공동 육아를 하다시피 서로의 집에 아이들을 맡기거나 가족 단위로 어울렸다. 아이들도 가라오케 같은 곳에 함께 따라갔고 어른들은 술을 자주, 또 많이 마셨다. 가라오케에서 기분 좋게 취한 아빠들의 쩌렁쩌렁한 노랫소리를 들으며 엄마 무릎을 베고 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빠는 온가족을 태우고도 아무렇지 않게 음주운전을 했다. 문제는 '과도한 자신감'이었다. 만취 상태에서도 입버릇처럼 "야! 늬들 아빠만큼 운전 잘하는 사람이 어딨냐?!"고 고래고래 외치며 차를 몰았으니까. 아빠는 평상시 꽤나 모범 운전자였고 실제로도 운전을 '잘' 했지만, 취했을 때만큼은 평소와는 다르게 운전한다는 것쯤은 어린 나도 온몸으로
#2022년 10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 57번째 사연입니다. 한연화씨는 알바노조 조합원이자 노동당 평당원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칼럼니스트] 와. 이거 진짜 웃기다. 아니 내가 진짜 계속 웃음이 나와서 웃음을 멈출 수가 없네. 아이고 배야. 이러다 배꼽 빠지겠다. 푸헤헤헤. 헤헤헤헤. 아 미안. 너무 대놓고 웃었나. 그런데 웃음을 참다가는 갈비뼈가 부러지겠는데 어떻게 해. 와아. 세상에. 이거 실화야? 자 일단 냉수 마시고 진지하게 상담하자면 말야. 남편 거기가 3cm밖에 안 된다고 했잖아. 와 사람 거기가 그렇게 작을 수 있어? 아니 내가 조리기능사 실기를 준비한 적이 있어서 아는데 3cm 진짜 작은 거야. 보통 제일 섬세하게 썰 때는 가로, 세로 각각 1cm 정도로 썰고 가로 4cm 정도로 많이 썰기 때문에 맨 처음 할 때는 플라스틱 자나 쇠자를 놓고 연습을 한단 말이지. 시험 규정상 눈금이 표시된 칼을 못 쓰기 때문에 익숙해질 때까지 그렇게 연습을 하는데 와. 아니, 무슨 당근 채 써는 것도 아니고 사람 거기가 3cm가 말이 되냔 말야. 나 진짜 자 들고 가서 한 번 재보고 싶은데 그래도 되는 거 맞지?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이상하다. 말이 부드럽고 정확한 표준어를 구사하고 막힘이 없다. 정말 말을 잘 한다. 그런데 듣는 사람은 고통스러워한다. 관계가 좋을 때는 괜찮지만 나쁠 때는 최악의 길로 치닫는다. <나는 솔로> 10기의 영식으로 알려진 김장년씨의 화법은 능청스럽다. 동시에 논리가 확실하다. 3월31일 방송된 채널A <결혼 말고 동거>에서 장년씨는 재혼을 염두에 두고 사귀고 있던 정윤진씨와 헤어졌다. 둘의 연애는 롤러코스터 같았다. 좋을 때는 너무 좋았지만, 사이가 틀어질 땐 한없이 땅굴을 파고 들어갔다. 둘 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돌싱인데다 새로운 짝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DM으로 시작된 인연이 곧바로 연인으로 발전했고 4개월만에 동거로 이어졌다. 뜨겁게 사랑했지만 둘은 너무나 달랐고 차이를 존중하지 못 했다. 장년씨는 윤진씨가 알아서 결정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 젊잖게 조언을 했다. 하지만 윤진씨는 자신에 대한 부당한 간섭으로 받아들였다. 윤진씨는 “가르치려고 하지 말라”고 수없이 말했고 장년씨는 “가르칠 생각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윤진씨는 “가르치듯이 얘기하니까 막 사람이 주눅이 든다”며 “우리가
#2023년 11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이내훈의 아웃사이더] 33번째 기사입니다. 이내훈씨는 프리랜서 만화가이자 정치인입니다. 주로 비양당 제3지대 정당에서 정치 경험을 쌓았고 현재는 민생당 소속으로 최고위원과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습니다. 6월말부터 이승만 대통령을 시작으로 김대중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특별 시리즈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내훈씨는 2024년 12월16일 마지막 칼럼을 끝으로 당분간 정기 연재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통찰이 담긴 좋은 글을 써주신 이내훈씨에게 감사드립니다. [평범한미디어 이내훈 칼럼니스트] 방향을 아는 사람이 키를 잡는 것은 큰 행운이다. 우리나라가 좀 더 일찍 민주화 되었다면 故 김대중 대통령은 그만큼 더 일찍 키를 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권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에 젊은 시절을 모두 바치고 나서야 마침내 74세가 돼서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은 정치적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 정치사 최초로 야당 후보가 전국민의 표를 받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 사건이었다. 꽤 많은 이들이 김대중 대통령의 대표 업적으로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상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당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해볼게. 내가 조금 희안한 직업병이 있어서 마침표가 없거나 문맥이 어지러운 글은 참아주지를 못 하거든. 그래서 내 식대로 정리를 해보자면 우선, 당신은 지금 소개로 만난 남성과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연락을 하고 있다. 쉽게 말해 썸이라면 썸인 관계를 유지 중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전남친과 연락을 하고 있고, 전남친을 다시 만나거나 사귈 생각은 아직 없지만 자꾸 연락을 주고받다보니 이전처럼 편안한 감정이 올라온다. 이렇게 된다는 말이지? 소개 받은 사람이랑 연락하고 있는데도 전남친이 연락오면 자꾸 받아주고 카톡하게 됨. 만날 것도 아니고 다시 사귈 건 더더욱 아니지만 말 잘 통하고 티키타카 되니까 카톡 재밌음 ㅜㅜ 전남친이 편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22년 12월2일> 하, 이거 좀 간만에 재미있네? 현남친이 있는 상황에서 전남친과 연락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실체가 존재하는지도 모를 썸이라는 관계 속에서 전남친과 연락을 하고 있다니 와. 나 이렇게 재미있는 사연 간만에 본다. 아무튼 내가 재미가 있건 없건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상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 당신의 사연은 상담거리가 아니라는 걸 미리 알려주고 시작할게. 고민을 상담한다는 건 누군가의 고민을 듣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준다는 의미로 많은 사람들은 이해하고 있고, 또 내게 고민을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의 대부분 역시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자신의 고민이 해결되기를 바라며 오는 건데 오늘 당신의 사연을 들어보니 이건 뭐랄까. 마치 그냥 푸념 같아. 해결책도 없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은 하나마나한 이야기인데 이걸 상담거리라고 볼 수 있을까? 뭐, 당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내가 보기에 이건 상담거리 축에도 끼지 못 하는 이야기이니 그냥 나도 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할게. 당신도 굳이 상담을 받기보다 그냥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원했던 것 같으니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저는 경기도 통학러입니다. 경기도에서 서울 가나 서울에서 경기도 가나 똑같은 거린데 왜 서울 사람이랑 경기도 사람이랑 만날 때 서울에서 만나는 게 당연하고 경기도에서 만나는 건 경기도로 '가주는 것'인가요? 특별한 전시나 공연 보는 것도 아니고 밥 먹고 카페 가는데 꼭 서울에서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상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 친구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어. 혹시 그 친구가 몸매가 좋은지 그게 좀 알고 싶어서 말야. 뭐, 고민 상담을 해준다더니 왜 그 친구 몸매에 대해 묻나 싶어서 어이가 없겠지만 나로서는 그게 좀 중요한 부분이란 말이지. 왜, 알잖아. 원래 몸매나 가슴에 자신 있는 여자들이 나름 부심 부리려고 항상 옷을 그렇게 입는 법이란 거. 저희는 대학 동기입니다. 모두 같은 과이고 저랑 선배가 사귀고, 제 친구랑 동기가 사겨서 두 커플이 엄청 친해서 더블 데이트를 자주 합니다. 제 친구가 더블 데이트를 할 때마다 진짜 가슴이 다 파진, 속옷이 다 보이는 옷을 매일 입고 와요. 넷이 안 볼 수 있는 사이도 아니고 만날 때마다 저러는데 제 시선도 제 시선이지만 오빠(남친) 시선이 신경 쓰이네요. 안 만날 수 있는 관계도 아니고 제가 이걸 신경 쓰는 게 이상한가요? 학교에선 안 그러는 앤데 더블 데이트 할 때 클럽 갈 때 입는 옷을 맨날 입고 오니 좀 그러네요.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20년 12월26일> 알아. 이 사람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나 싶겠지. 더구나 자기도 여자라면서 왜 이런 소리를 하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20년 4.15 총선에서 민생당은 원외정당이 됐다. 유명한 정치인들이 지역구로 출마해서 모조리 낙선했고 정당 득표율도 2.7%(75만8778표)에 불과해 봉쇄조항 3%의 문턱을 넘지 못 했다. 녹색당, 노동당, 미래당 등과 같이 원래부터 원외정당이었던 게 아니었던 만큼 3년이 지난 현재 민생당은 ‘자원의 역설’로 고통 받고 있는 개발도상국과 같은 상황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돈만 있고 언론과 시민사회의 감시가 없어서 엉망진창이 됐다. 민생당을 포기할 수 없는 이내훈씨는 총선 당시 비례대표 2번 순번을 배정 받았다.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라는 마음의 부채감이 그를 짓눌렀지만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3년 전 총선 정국에서 누구나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사태를 비판했지만 내훈씨는 비판으로만 끝낼 수 없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 앞에서 2년 10개월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미 총선 직전 민생당은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에 대한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등록 승인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 이후 3년이 흘렀지만 헌재는 묵묵부답이다. 물론 어떤 결론을 내릴지 자명하다. 비슷한 취지로 시민단체들(경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