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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맨살’ 드러낸 광주천 “이 방법밖에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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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집중호우 때 유실된 호안
광주천 26곳 재해복구공사
시민들 "광주천에 웬 하얀 시멘트가?"
광주시 해명 "본래 모습 복구한 것 뿐"
"콘크리트화" 광주천 맨살 드러나

[평범한미디어=김현 기자] “광주천에 웬 공구리(콘크리트)를 쳐놨대요? 정말 이 방법밖에 없는 건가요?”

 

광주천을 산책하던 시민이 하얀 블록으로 덮여진 호안(제방 비탈면)을 보고 반응을 보입니다. 지난 여름 집중호우로 무너져내렸던 광주천의 호안을 복구한 건데, 기존 모습을 복원한 것임에도 새하얗게 드러난 콘크리트는 시민들에게 낯설게 다가옵니다. 일각에선 이번 복구가 “생태하천 복원”을 공약했던 이용섭 광주시장의 정책방향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참에 자연석이나 자갈로 된 ‘자연적인’ 복원이 이뤄져야 했다는 아쉬움입니다.

 

 

이를 두고 ‘광주의 젖줄’이라 불리는 광주천이 맨살을 드러낸 것 이라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직선화·콘크리트화된 광주천. 시민단체들은 집중호우 피해가 있을 때마다 이 문제를 지적하며 광주천의 ‘자연화’를 꾸준히 요구해왔습니다.

 

일직선으로 펴진 광주천을 다시 굽이굽이 흐르는 예전의 자연하천 모습으로 돌리자는 주장입니다. 이렇게 하면, 생태계가 복원되고 홍수예방효과도 지금보다 좋아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집중호우 복구하자…콘크리트가 드러났다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광주천 26개 지점을 대상으로 ‘광주천 (국가-지방)재해복구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유래없는 집중호우로 인해 유실된 광주천 곳곳의 호안과 제방을 정비하는 사업입니다. 문제는 정비한 호안에서 ‘콘크리트’가 드러났다는 겁니다. 식물로 뒤덮여 초록빛을 띄며 자연제방처럼 보이는 다른 지점과 달리 유독 하얀 새 콘크리트 호안이 주민들의 눈에 들어옵니다.

 

23일 기자가 찾은 유덕동-쌍촌동 사이 광주천 둔치에서 산책을 하던 주민 A씨는 “최근에 뚝딱뚝딱 무슨 공사를 하더니, 시멘트로 뒤덮였다. 크게 불편함은 없지만 인위적인 것 같아서 보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결과, 시민들 예상처럼 시가 ‘자연제방을 시멘트로 덮어버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연제방처럼 보이는 다른 호안들 역시 식물들 아래에 ‘콘크리트’를 숨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구간은 “기존에 있던 것을 복원한 것”에 불과합니다.

 

광주시 토목과 관계자는 이 사업에 대해 “새로 콘크리트를 이용해 호안을 만드는는 게 아니라 재해를 입어서 유실된 것을 ‘복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제방도 세월이 흘러서 흙으로 가려져있던 것 뿐이지 콘크리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해당 지점도 흙 덮는 작업을 거치고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러워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식생 배려는 부족…자연적 복구는 안되나?


이같은 해명에도 아쉬운 목소리는 더 나옵니다. 치수와 이수, 복개 등 예전의 복구방향보다는 하천을 ‘자연생태적’으로 복원하는 현재의 정책방향에 맞춰 더 자연친화적인 복구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광주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해 무등산과 함께 광주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광주천 아리랑 문화물길 조성사업’을 공약하고, 시행하고 있습니다. (아리랑 문화물길 조성사업 공약 링크)

 

광주전남녹색연합 박경희 습지보존위원장은 “해당 구간은 도로나 주거지가 맞닿아있지 않는 물이 흐르는 곳의 ‘저수호안’으로, 유사시 침식이 많이 일어나지 않는 곳임을 감안하면 자연석이나 자갈 등의 자연적 재료를 사용한 복원이 이뤄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특히 ‘생태복원’을 중요한 지표로 제시했던 아리랑문화물길 등 정책방향을 보더라도 앞으로는 기존 해왔던 방식보다는 선진적 방식이 고민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복구된 호안 내 위치한 나무들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집니다. 잘려진 뿌리를 드러낸 채 시멘트로 덮여있는 나무들이 미관상 좋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시는 이에 대해 “나무를 보전하기 위해 남겨두고 시공을 했고, 편리를 위해 뿌리를 잘랐는데 나중에 흙을 덮으면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전문가는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세진 전 광주생명의숲 사무처장은 평범한미디어와 통화에서 “호안 비탈면의 버드나무는 비가 오면 흙이 쓸려내려가기 때문에 콘크리트로 덮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현재보다 더 넓은 부분에 대해 친환경 야자매트 등 더 좋은 방법을 사용했다면 미관상으로도 좋고 나무에게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직강화-콘크리트화가 근본 원인…자연화해야


이같은 상황은 결국 콘크리트로 덮인 광주천의 맨살을 눈으로 확인한 시민들이 “자연 하천을 시멘트로 덮는다”고 오해한 헤프닝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짚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집중호우로 인해 드러난 호안 유실 문제는 좌우대칭으로 직선화돼있고, 바닥·호안이 콘크리트로 구성돼있는 현재의 광주천의 근본적 원인이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광주천은 지난 수십년간 직강화, 지표면의 콘크리트화, 복개화 등의 공사로 변해왔습니다. 급격한 도심화를 겪은 광주의 발전상에 맞춰, 하천의 역할보다는 개수로의 역할을 하도록 변해온 겁니다. 환경단체들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있을때마다 “광주천 관리의 기본 토대는 친환경적인 하천이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자연스러운 하천의 흐름(물길)을 살리고 인공시설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포장은 홍수피해를 가중시키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광주천지킴이모래톱 홍기혁 회장은 “도심화가 되면서 하천이 좁아지면서 직선화할수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물흐름이 빨라지면서 홍수날 염려가 높아진다는 것”이라며 “현재 상태에서 복구할 때 재정문제 등으로 옹벽 식으로 만드는데, 근본적으로는 벽을 제거해버리고 하천이 스스로 물길을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방향을 택해야 홍수도 예방하고 생태계도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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