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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농구장에 가봤다 "농알못이라도 직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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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농구장에 가봤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와 야구를 정말 좋아했지만 농구는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룰을 알고 있었고 덩크슛의 매력에 빠져 집에 미니 농구대를 사서 농구를 즐겼던 기억이 있다. 최근까지도 농구공 하나로 투바운드 게임을 하곤 했다. 평범한미디어 차원에서 국내 4대 프로 스포츠 리그(야구/축구/농구/배구) 리뷰 기사를 쓰고 싶었던 점도 있었겠지만 그냥 꼭 농구장에 가보고 싶었다.

 

사실 11월6일 15시 경기도 안양(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던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라 3주 가까이 지났다. 너무 바빠서 농구장 리뷰 기사를 쓰지 못 했는데 별도로 다뤄볼만한 나의 느낀점들이 있었다.

 

 

이날 KGC는 삼성을 79대 75로 이겼고 그 이후로 5연승을 달리고 있다. 반면 서울 삼성은 1승 4패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KGC 소속 오마리 스펠맨 선수가 펄펄 날았던 것 같다. 중간에 대릴 먼로 선수와 잠시 교체되기도 했으나 그 잠시의 순간이 대비 효과가 컸을 정도로 스펠맨 선수의 활약은 눈부셨다. 드리블이 정교했고 골밑 싸움이나 득점력 모두 월등했다. 이날 스펠맨은 30득점과 1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2미터의 신장으로 느리지 않게 움직이는 스펠맨의 움직임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것 같다.

 

스펠맨의 포지션은 ‘센터’다. 센터는 양옆에서 수비하는 ‘가드’, 공격 전담 ‘포워드’와 달리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포지션으로 골밑슛을 넣고 수비시 블로킹을 하기도 한다. 보통 2미터가 넘는 빅맨이 맡는다고 한다.

 

 

이날 경기는 지루하지 않았다. 홈팀 KGC가 삼성을 손쉽게 이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4쿼터 초반까지 팽팽했고 역전과 재역전이 반복됐다. 선수들이 양쪽 코트를 빠르게 오가며 게임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 그야말로 치열했다.

 

모든 프로 스포츠의 꿀잼 포인트는 응원 문화다. 이날 KGC 치어리더는 골대 옆에 앉아 대기하고 있는 한 축과, 2층 관중석 사이 곳곳에 간격을 두고 서서 치어리딩을 하고 있는 한 축으로 나뉘었다. 아마 전후반 로테이션이 이뤄지는 것 같았고 앉아있는 치어리더들은 작전타임 때마다 코트로 나가서 정해진 군무를 췄다. 음악은 대중 가요는 아니었고 치어리딩에 어울리는 곡이었다.

 

 

 

중요한 것은 쿼터 종료 직후 남는 시간에는 치어리더들이 코트로 나가 퍼포먼스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때는 장내 남성 진행자가 각종 이벤트(SNS 댓글/카드 선택에 따른 경품/가위바위보 게임)로 흥미를 복돋았다. 물론 전반전 2쿼터 종료 이후에는 치어리더들이 코트로 나왔고 스마트폰 라이트를 활용한 응원전이 있었다. KGC 선수가 자유투를 성공시킬 때마다 "따단딴따다 따! 따단딴따다 따!" 이런 음악이 나오는 등 상황에 맞는 응원 시그널이 있기도 했다.

 

 

아! 그리고 관중들이 입장할 때 해태 협찬 과자를 1인당 1개씩 나눠줬는데 어차피 코로나라 농구장에서 먹지도 못 하는데 굳이 들어갈 때 줬는지 조금 의문이었다. 집에 가서 먹어보니 과자는 진짜 맛있긴 했다.

 

모든 농구장의 규모를 알진 못 하겠지만 안양 홈구장의 경우 비교적 뒷좌석에 앉더라도 매우 잘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1층 꽤 좋은 좌석에 앉았는데 선수들이 거의 코앞에서 경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프리미어리그와 K리그의 현격한 차이점을 만들어내는 지점들 중에 하나가 얼마나 가까이서 볼 수 있느냐인데 농구는 그 지점에서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농구는 축구처럼 또는 야구와 달리 룰이 간단하고 쉬운 편이다. 물론 △쿼터별 10분씩 4쿼터 40분 △팀의 공격 제한시간 24초 △3점슛·2점슛·1점 자유투 △트래블링(공 잡고 있는 상태에서 3걸음 이상 걷는 반칙) △팀파울(팀원들의 총 파울 횟수를 합한 것으로 쿼터별로 리셋되며 쿼터 안에서 5개를 범하면 상대팀에 자유투 2개를 주게 된다) 등 축구에 비해 복잡할 수 있지만 다 몰라도 된다. 알면 더 재밌겠지만 ‘농알못’이라면 그냥 골망을 흔드는 선수들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직관적으로 느껴보는 것이 좋다. 농구는 야구와 달리 극강의 체력 소모를 요구하는 종목이다. 선수들은 무지 힘들겠지만 그만큼 경기가 재밌다.

 

 

고향 연고는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 홈팀 KGC를 응원했다. 그런데 삼성 소속 김시래 선수의 플레이에 자꾸만 눈이 갔다. 스펠맨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는데 일단 178cm의 작은 신장임에도 코트를 누비는 모습이 멋져보였고 무진장 빨랐다. 드리블도 빨랐고 현란했다. 자유투 라인 밖에서 안으로 순식간에 파고들 때는 거의 묘기에 가까웠다. 전부 키가 큰 선수들 속에서 180cm가 안 되는 체격으로 열심히 뛰는 모습이 더욱더 눈에 띄도록 만들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11월부터 위드코로나로 접어들었지만 종목별 경기장 띄어앉기는 제각각인 것 같다. 농구장에서는 한 칸씩 띄어앉았는데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좀 아쉬웠다.

 

 

 

 

경기가 끝났고 1층 로비 공간에 홈팬들이 모여들었다. 딱 보니 KGC 선수들이 빠져나가는 구역에 라인이 설치돼 있었다. 듬성듬성 경호 인력이 배치돼 있었는데 홈팬들은 돌발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고 선수들이 나타날 때마다 환호했고 이름을 연호했다. 선수들은 손을 흔들었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농구장 로비 공간을 통해 일종의 좋은 팬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그동안 KBL에 관심이 없었다. 어느 팀이 잘 하고, 어떤 선수가 잘 하는지 전혀 몰랐다. 굳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전혀 몰라도 갈 수 있는 곳이 농구장이다!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주말에 심심할 때 한 번쯤은 아무 이유없이 농구장에 가보면 좋을 것 같다. 원초적인 스포츠의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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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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